정학진 개인전

기물로 그려낸 자화상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차곡히 쌓아 올린 기물마다 삶이 깃들었다. 정학진 작가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개인전을 통해 애장품에 빗댄 그의 이야기를 펼쳐낼 예정이다. 다소 의외인 점은 그가 주요 소재로 ‘기물’을 택했다는 것.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학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는 괴석으로, 3년 전 개최한 첫 개인전부터 지난해 갤러리한옥 공모전 대상 수상 기념 초대전까지 전시의 주요 테마는 괴석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기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괴석의 조형미라든가 질감에 빠져 이를 재해석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작업에 대해 고민할 무렵 눈에 들어온 것이 애장품 즉, 기물이었죠. 취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각 기물들의 분위기가 제 이미지와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저를 표현하기에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에는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품은 기물들이 등장한다. 식사할 때 즐겨 쓰던 전통소반,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오리인형,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명품 도자기 로얄 코펜하겐, 해외여행 때 사 모은 각종 기념품 등 여러 기물들이 책거리 속 도상처럼 겹겹이 포개어진 모습이다. 그는 가지각색의 기물을 그리며 소중한 추억은 물론 욕망까지도 또렷이 직시했다.

정학진, <욕망하는 기물>

“대부분 10~20년, 많게는 50년 된 물건들이에요.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이 물건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었죠. 이런 점에서 욕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하느냐에 따라 삶을 더욱 풍성히 가꿔가는 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담았다는 점에서 책거리 속 기물과 상통하면서도 정학진 작가가 그려낸 기물들은 추억의 아카이브, 나아가 그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작품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감상했을 때 그 실루엣으로부터 괴석이 보인다는 것. 작품 대부분이 높이 130~180㎝ 가량의 큼직한 직사각형으로, 프레임을 서로 이어 붙이면 높낮이가 다른 기물들이 연결돼 괴석의 실루엣을 형상한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지면서도 민화적 요소를 내포한 그의 작품 면면에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창작에 대한 오랜 고민 집결된 실험적 전시

정학진 작가는 2017년 10여년 간의 공력을 응집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수 차례의 초대전을 치러왔으나 “이번 전시가 사실상 첫 개인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오랜 기간 틈틈이 완성한 작품들을 모아 비교적 수월하게 전시를 치렀다면, 이번 전시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준비한 32점의 신작만을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 지난해에는 제6회 대갈문화축제 현대민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제1회 갤러리한옥 불화민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 받았지만, 안주하기는커녕 이를 오히려 채찍질 삼아 창작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왔다. 쉼 없이 달려온 그이지만, “취향에 대해, 추억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전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정학진 개인전
일시 10월 14일(수) ~ 10월 19일(월)
장소 갤러리 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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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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