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음 이지영 민화부티크 초대전 – 찬란한 계절, 행복을 노래하다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으로 작품에 대한 감상을 끝내기가 아쉬운지,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작품을 충분히 음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전문점이 매장을 전시 공간으로 제공하거나, 갤러리에 문화생활 공간을 갖춘 카페 겸 갤러리가 속속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익선동에 있는 갤러리카페 중 하나인 민화부티크에서는 이지영 작가의 초대전이 한 달간 열려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한옥마을 익선동에 갤러리카페 민화부티크가 있다. 민화와 예스러운 감성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정음 이지영 작가의 초대전 <자연의 신비로운 빛을 품다>가 개최됐다.
이지영 작가는 전시에서 나전칠기와 항아리, 화조도를 모티프로 제작한 최근작 11점을 선보였다. 연작으로 구성된 여러 작품에는 자개의 깊이 있는 색감 표현과 공예의 전통성을 새롭게 해석한 점이 돋보였다. 나전을 모티프로 작업하게 된 것은 호텔 인테리어를 위해 국내외에서 자개로 된 가구와 항아리를 수집해 활용하는 시누이의 도움이 컸다고.
“호텔을 자주 방문해 문양을 스케치하고, 마음에 드는 자개항아리가 있으면 빌려서 그림을 그렸어요. 또 나전을 모아놓은 창고에서 자료 수집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습니다. 자개의 빛깔을 넋 놓고 보다보니 프리즘을 통과한 빛의 파장이 연상됐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과 다양한 감정을 스펙트럼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대표작 <행복의 스펙트럼(Spectrum of happiness)>의 중심소재인 백자 이중투각병은 이중투각 기법의 장인으로 손꼽히는 전성근 도예가의 작품을 토대로 그린 것이다. 이 작가는 자개 문양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진주분과 호분을 바탕으로 여러 색상을 미리 만들어 빛이 퍼져나가는 결대로 색을 바꿔가며 채색했다. 분채를 사용하면서 수채화물감도 부분적으로 곁들였다. 전시 작품에는 전통회화에서 벗어나 자개 문양과 빛깔, 한국 도자기의 미감을 새롭게 해석하고자한 그간의 노력이 드러나 있었다.

자연의 빛을 품은 그림 속 유토피아

이지영 작가는 대학에서 도예유리와 동양화를 복수 전공했다. 재학시절 청자 조각과 한지를 콜라주한 졸업 작품을 만들 정도로 도자기 종류의 고미술품을 좋아했다. 졸업 후에는 현실적인 여건으로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알게 된 민화를 김용기 민화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창작 욕구가 샘솟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작품을 하기위해 각종 항아리의 조형성을 연구하고, 인간의 소망과 넉넉한 마음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고민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오리엔탈리즘 정서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표현 기법은 밀도 있는 색감과 깊이감을 드러내며, 나전문양으로 부각된 민화의 상징성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했다.
“‘비발디사계’ 연작은 세필로 농도가 다른 중채도의 색상을 중첩해서 묘사했고, 자수화조도병풍을 참고한 ‘사랑연가’는 배경에 기하학적인 패턴을 넣고 석채로 무게감을 주었습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재료와 기법을 계속 활용해보고 싶어요.”
작가에게 나전은 유토피아의 발견이자 현실적인 행복이다. 이번 전시에 앞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에서도 호평을 받은 이지영 작가는 앞으로 현대적인 한국회화로 작품세계를 넓혀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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