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 제2회 개인전 ‘시간을 거슬러’

켜켜이 쌓인 시간, 빛깔 고운 추억을 그리다

행복했던 유년의 나날,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 그리고 동화 속의 호랑이까지 세상 밖으로 소환하는 작가.
정선영 작가의 화실에서 붓으로 가공된 민화의 조각보는 환상처럼 되살아나 우리 모두를 켜켜이 쌓인 시간의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글·사진 우인재 기자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선영 작가가 지난 8월 23일(화)부터 29일(월)까지 수원 행궁길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 인사동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정선영 작가는 퀼트로 표현한 창작민화 다수와 모란도, 일월오봉도 등의 전통민화까지 3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제가 예전에 퀼트를 오래 했어요. 그래서인지 제 그림이 조각보 같다고 말씀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고는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있지만 유독 그림 속에서 만큼은 말이 많아진다는 느낌이 들고는 하는데요. 거미줄처럼 얽힌 그림을 통해 인생의 굴레나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생애 두 번째 전시를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수원에서 개최하기로 마음먹은 정선영 작가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를 ‘시간을 거슬러’로 정했다. 지난 2017년 선보인 <새들의 정원>을 시작으로 <등대가 있는 마을>, <그들이 사는 세상>, <달을 따줄게> 등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긴밀하게 얽혀있다. 하동 송림 너머 섬진강의 고운 모래톱 위를 어머니와 나란히 걸었던 작가의 경험, 달을 따오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호랑이 같은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회상할 때 만날 수 있는 흐뭇한 추억이다.


정선영, <달을 따줄게>, 2022, 옻지에 수간분채, 봉채, 오일파스텔, 44×65㎝


조화 이루어야 아름다운 세상

이처럼 켜켜이 쌓인 다층적 구조 속에서 정선영 작가는 일관되게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퀼트의 수많은 조각 천들이 각기 다른 모양과 색채로 서로를 아름답게 만들 듯, 밤하늘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별과 달이 빛날 수 있듯이 말이다.
“퀼트는 이 색깔 옆에 다른 색깔이 있을 때 예쁜 법이거든요. 물론 예쁜 천을 선택해서 꼼꼼하게 바느질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말 예쁜 천들만 골라서 했는데도 결과물은 예쁘지가 않을 때가 있어요. 퀼트나 민화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거죠.”
지난 2005년 본격적인 민화작가의 길로 들어선 정선영 작가에게 민화와 함께해온 16년이라는 세월은 켜켜이 쌓인 시간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다양한 색채가 마치 조각보처럼 조화를 이룬 작품을 꿈꾸는 그에게 민화는 밤하늘의 달과 별이며, 어두운 바다를 비춰주는 등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모든 작품들이 향하고 있는 종착지는 ‘사랑’이다. 정선영 작가는 붓끝에서 되살아난 모든 시간의 조각들이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된다고 믿고 있다.
“모두 아시는 것처럼 민화 속에는 복을 담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오랜 시간 민화를 그리면서 제게 생겨난 가장 큰 소망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고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세상입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민화를 지도해주신 스승님, 격려하고 동행해주었던 선배, 동료, 후배님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항상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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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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