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이어지는 과정 – 산신도 초본

도1 산신도 초본, 지본수묵, 120.6×77.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산신도 초본으로,
새로운 초본과 과거에 소개했던 초본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길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국립중앙박물관 산신도 초본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이하 중박 소장 초본)이다(도1). 이 유물은 2013년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특별전 <佛畫草: 밑그림 이야기>에 전시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초본은 섬세한 필치로 그려져 있는데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목탄 자국 위에 먹선이 그려져 있어 완성된 초본인 것으로 보인다. 화면에는 붉은색 얼룩이 여러 개 남아있는데, 이 얼룩은 접힌 자국을 따라 찍혀 있어 보관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중박 소장 초본 속 도상을 살펴보면 산신과 호랑이, 소나무, 동자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불교 계통의 산신도라기보다는 다른 계통의 산신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산신도 초본은 19~20세기 서울·경기 지역의 사찰에서 유행한 산신도의 형식으로 화계사본華溪寺本(19세기), 삼성암본三聖庵本(19세기), 직지사본直旨寺本(19~20세기), 에밀레미술관본(19~20세기), 병진 소장 산신도 초본(20세기), 월정사본月精寺本(1894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1900년), 원통암본圓通庵本(1907년), 봉은사본奉恩寺本(1942년) 등과 같은 형태이다(도2), (도3).
그 중 원통암 산신도 조성에 참여한 화사인 두흠斗欽은 1897년경부터 20세기 초까지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한 화사로 직지사 산신도 조성에도 참여한 바 있어 이러한 형식은 두흠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월정사본의 화기에 의하면 보암普庵 긍법肯法과 고산 축연이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러한 형식이 이들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왼쪽) 도2 산신도, 광무 4년, 1900년, 견본채색, 99.0×72.0㎝,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오른쪽) 도3 월정사 산신도, 견본채색

먼저 그려진 초본

과거 이 지면을 빌어 소개했던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산신도 초본(이하 가회박 소장 초본) 중 중박 소장 초본과 같은 형식의 초본이 있었다(도4). 두 초본을 비교해 보면, 두 초본의 구도는 동일하지만 중박 소장 초본에 비해 가회박 소장 초본이 좀 더 세부묘사가 많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재질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중박 소장 초본은 한지에 그려진 반면 가회박 소장 초본은 유산지에 그려져 있다.
과거 이 지면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유산지에 그려진 초본은 광복 이후에 그려진 초본이기 때문에 중박 소장 초본이 가회박 소장 초본보다 훨씬 먼저 그려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산신도가 먼저 그려졌는지 중박 소장 초본이 먼저 그려졌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도4 산신도 초본, 지본수묵,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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