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언덕 위에 창작의 집을 짓다 – 운산민화연구회

김영식, 이현자, 최남경 3인전
아름다운 우리민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운산민화연구회는 강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민화 단체다. 운산 김용기 작가의 지도 아래 현시대에 어울리는 민화를 그리고자 연구와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을 살리면서 창작이 조화롭게 곁들여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운산민화연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입소문 타고 늘어나는 회원들

운산민화연구회는 운산 김용기 작가로부터 지도를 받는 제자들이 모여 형성한 민화단체다.
김용기 작가가 지난 2010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설립한 민화연구소에서 수업을 듣던 이들이 주축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은 총 40여 명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여성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입소문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되었으며, 거주지 근처에서 민화를 배우기 위해 인터넷 등을 수소문한 끝에 찾아온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회원들의 직업도 가지각색. 주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부터 은퇴 후 취미로 민화를 그리는 사람, 미대를 졸업한 뒤 자신의 분야에 민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연구소의 수강생들로 이뤄진 모임이기에 회원 간의 만남은 주로 연구소 정규 수업시간을 통해 이뤄진다. 수업은 금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 항상 진행되는데, 월요일은 오전반·오후반·저녁반, 화요일은 오전반·저녁반, 수요일은 오전반, 목요일은 오전반·
오후반, 토요일은 오전반·오후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지 않은 회원수이기에 최대한 많은 반을 만들어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민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한 김용기 작가의 배려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f2

전통의 어깨 위에 창작의 날개 달아

운산민화연구회의 지도를 맡고 있는 김용기 작가는 40여 년 전 운봉 이규완 작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민화계에 입문했다. 오랜 시간 민화를 그리며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 민화를 위한 연구와 실험에 부단히 공을 들여왔다. 그가 사용하는 명함에 그려진 민화 ‘축제’는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1986년 민화연우회 창립전에 출품했던 이 작품은 한지와 신문지를 가마솥에 넣고 하루 종일 삶아 만든 두꺼운 판에 그린 것으로 우둘투둘한 질감과 도자기 배경에 민화의 도상을 변용해 그린 참신한 시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도 이러한 실험은 그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다.
이렇듯 창작과 시도를 중요시하는 김용기 작가의 작품철학은 지도 방침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처음에는 전통민화를 익히며 기본을 다지게 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본인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창작 민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들어 민화를 그리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주로 과거의 것을 재현해내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물론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 시각에 맞춰 민화를 재해석해 창작하는 작업 역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설프고 서툴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창작은 머릿속으로 고민만 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많이 보고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용기 작가의 지론. 따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각적인 훈련도 꾸준히 할 것을 주문한다. 이런 지도방침에 따라 회원들은 각자의 창의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f3

화목한 분위기 속 일취월장하는 실력

회원들의 대부분은 연구회를 통해 민화를 처음 접했다. 설립 초기부터 활동 중인 회원부터 이제 막 붓을 들기 시작한 회원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각자의 수준이 천차만별. 따라서 김용기 작가는 각 회원들의 수준에 맞춰 눈높이 지도를 하고 있다. 회원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입식 교육은 지양한다. 또한, 민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붓을 잡을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지도 방식에 회원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 중이다.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박수민 회원은 “문학작품을 많이 읽다보니까 그림에 녹여내고 싶은 아이템이나 모티브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며 “김용기 선생님께서 이런 것들을 민화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와 칭찬을 많이 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 후 취미생활을 위해 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강기욱 회원은 “개인지도처럼 개개인의 수준과 특성에 맞춰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며 “기본만 갖춰진다면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민화를 마음껏 그려낼 수 있다”고 연구회의 강점을 꼽았다.
3년째 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강금자 회원은 “전통을 살리면서 창작이 조화롭게 곁들여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운산민화연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발전도 함께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성격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민화를 향한 열정만큼은 한결같이 뜨거웠다. 회원 간의 관계도 돈독해 인터뷰 내내 화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연구소를 찾은 회원마다 양손 가득 먹을 것을 싸들고 와 나누는 모습에서 가족과 같은 정겨움이 묻어났다.

f4

지역사회 문화발전의 자양분 되길

김용기 작가는 언제나 인재를 발굴한다는 자세로 회원들을 대하고 지도한다고 밝혔다. 지도 과정에서 뛰어난 소질이 있는 사람을 발견할 때도 있는데, 이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좀 더 기발한 창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지난해 처음으로 회원전을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업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 또한, 회원전은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에 민화를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강서구민회관 내 우장갤러리에서 치러진 정기 회원전은 첫 전시이니 만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도 회원들의 지인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지역주민들도 방문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죠. 이 전시를 통해 민화를 알게 된 사람들이 연구소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현재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회는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회원전을 개최할 예정으로 지난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강서구문화원 갤러리 서에서 그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에는 총 20명의 회원이 참여해 1인당 2점씩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김용기 작가의 제자들답게 각자의 창의성이 발휘한 작품들도 일부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운산민화연구회는 앞으로 정기회원전에 더해 민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에 일조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나갈 계획이다. 현재 김용기 작가는 양천실버대학에서 재능기부로 민화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회원들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계획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여느 단체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닌 민화단체로 성장하는 것도 그리 먼 일이 아닐 것이다. 훗날 강서지역의 민화계를 이끌어갈 운산민회연구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f5

글 김영기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