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하여 – 영원한 생명 향한 염원 담은 그림 장생도長生圖

장생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하여
영원한 생명 향한 염원 담은 그림 장생도長生圖

장생도는 민화의 여러 화목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중요한 그림이다. 보통 십장생도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지만, 종류도 여럿이고, 장생을 상징하는 한 가지 소재를 독립적으로 그린 그림도 많아 장생도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장생도의 종합적 이해를 위한 길잡이.


유사 이래 장생長生은 가장 인간의 가장 큰 염원이며 숨길 수 없는 욕망이었다. BC 600년경에 만들어진 유교 경전인 『서경書經』의 「홍범洪範」 편에는 인간이 살면서 누리고 싶은 최상의 복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오복五福을 제시하고 있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인데, 그중에서도 단연 수壽를 가장 큰 염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단순한 염원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장수와 영생을 향한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기도 했다. 불로장생을 가능케 하는 존재로 역사에는 방사方士들, 연금술사들이 거론되는데, 이들은 신과 인간을 중개仲介하는 일종의 샤먼Shaman으로, 장생불사의 단약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자이자 점술가, 마술사로서의 기능까지 겸비한 초월적인 존재로 믿어졌다. 그래서 역사 속의 수많은 권력자들은 이들을 자신의 휘하로 불러들여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권력자나 부자도 결코 죽음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와 죽음이라는 필연을 극복한 신선들의 이야기라든가 그런 존재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곤륜산崑崙山, 삼신산三神山 같은 낙원의 이야기는 설화와 전설, 기담으로 기록되고 혹은 그림으로 형상화되어 장생에 대한 욕망을 대변해왔다.
이 중 곤륜산과 삼신산은 우리나라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다양한 종류의 장생그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소재이다. 설화에 따르면 서방 곤륜산에는 불사약을 지닌 여신 서왕모西王母가 있고, 불로초가 자라며 불사의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동방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주옥으로 된 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고 한다. 이들 곤륜산과 삼신산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요지연도’나 ‘십장생도’의 중요 배경이 되었다.
이밖에도 장생을 염원하는 그림으로는 ‘해반도도海蟠桃圖’ ‘도석인물도道釋人物圖’ ‘곽분양행락도廓汾陽行樂圖’ ‘백수백복도白壽百福圖’ ‘십장생도十長生圖’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등이 있고, 장수를 상징하는 아이콘 역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처럼 ‘무병장수’, ‘장생불사’에 대한 염원은 기복祈福과 길상吉祥을 큰 특징으로 하는 궁궐그림과 거기서 일반화된 민화의 으뜸가는 주제이다. 이런 점에서 장생그림은 민화의 속성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통로이자 단서가 된다. 중요한 장생 그림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요지연도瑤池宴圖


‘요지연 그림’은 한나라 무제(또는 주나라 목왕)가 곤륜산 서왕모와 더불어 요지라는 연못에서 연회를 베풀었다는 설화를 담은 그림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기로 알려진 『목천자전穆天子傳』에 따르면, 서왕모가 자신의 생일인 삼월 삼짓날 서방의 산악 지방에 있다는 곤륜산에 사는 신들과 신이 아닌 인간 한나라 무제(또는 주나라 목왕)를 초대해 요지에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요지연도는 이 잔치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서왕모와 한나라 무제가 잔치상 앞에 앉아 술잔을 건네고 궁녀와 시종이 시중을 들고 있다. 중앙에는 음악에 맞춰 봉황 두 마리와 함께 두 명의 무희가 춤을 추고 있다. 그림 한쪽에는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고 있는 신선들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봉황과 학을 탄 신선, 구름을 탄 사천왕상을 거느린 석가여래, 달의 신 항아姮娥가 내려오고 있으며, 주나라 목왕이 이끌고 왔다는 여덟 마리의 말과 수레가 구름 사이로 보인다.
곤륜산 꼭대기에는 네모난 광장이 있으며 사방에 아홉 개의 우물과 아홉 개의 문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들어가면, 천제天帝가 머무는 궁전이 나오는데 이곳은 다섯 개의 성곽에 둘러 싸여 있고 열두 개의 높은 누각이 있다. 누각 오른쪽에는 새의 깃털도 가라앉는다는 약수弱水가 있으며 바로 그 왼쪽에 ‘요지’가 있다. 누각의 동서남북에는 기화요초가 자라고 난조鸞鳥(전설 속의 새이름)가 노닐고 있다.
이렇듯 요지연도는 요지에서 열리는 잔치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림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소재가 불로장생을 뜻하는 아이콘이다. 즉 그림에 등장하는 봉황과 공작, 소나무와 오동나무, 대나무와 영지, 괴석과 모란, 사슴과 학, 약수와 예천 등이 모두 장생을 상징하는 소재이다. 특히 복숭아는 대표적인 불로장수不老長壽의 과실이다. 이상과 같이 요지연도는 생로병사에 얽매인 이승을 벗어나 영화로운 영생, 혹은 장수의 땅에 살고 싶어 하는 보편적이면서도 간절한 염원을 대변하는 그림이다.
이 요지연도는 대개 진채로 명료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려 궁중에서는 물론 일반 여염집에서도 탄생축하와 혼수용婚需用 및 축수용祝壽用 병풍으로 사용되었다. 조선 말기 한양의 광통교廣通橋 아래 병풍전에서도 ‘요지연도’는 인기리에 팔렸던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다.


해반도도海蟠桃圖

‘해반도도’ 역시 불로영생不老永生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복숭아나무로부터 뻗어 나온 풍성한 천도복숭아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도상의 구성을 보면 바다와 복숭아나무를 중심으로 해, 구름, 바위, 학, 불로초 등의 장생물이 함께 어우러진다. 넘실대는 파도 위의 붉은 해, 오색구름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여러 마리의 학이 노닐고 있는 장면이 하나의 전형이다.
이 그림의 핵심 소재인 ‘반도蟠桃’는 다른 말로 천도天桃라 불리는데, 앞서 언급했던, 곤륜산 서왕모의 거처 주변 요지에 열리는 과일로 인식되었다. 삼천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삼천년 만에 열매가 맺힌다는 곤륜산의 복숭아이다.
이 그림은 왕이 머무는 성스러운 공간이나 행사가 벌어지는 장소에 장식되었지만, 조선 말기가 되면, 일반 여염집에서도 많이 걸려있게 되었다.


도석인물도道釋人物圖

‘도석인물 그림’은 도교나 불교의 인물을 그린 그림으로, 대개 신선과 고승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로 신선을 등장시켜 불로장생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선도’는 김명국, 윤두서, 윤덕희, 심사정, 김홍도 등 뛰어난 전문 화가들도 많이 그렸으며 특히 김홍도는 신선도의 명수로 알려져 있다.
‘신선도’에는 다양한 신선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수성노인壽星老人을 그린 ‘수성노인도’,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중국의 선인仙人 8명을 모아 그린 ‘팔선도八仙圖’ 복福·록祿·수壽를 상징하는 ‘삼성도三星圖’, ‘산신도’ 등이 대표적인 ‘신선도’이다.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곽분양행락도’는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685∼762) 때 살았던 실제인물 곽자의郭子義(687∼781)가 그의 대저택에서 펼친 호화로운 잔치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곽자의를 곽분양이라고 하는 것은 곽자의가 큰 공을 세워 그 대가로 분양군汾陽郡의 왕에 봉해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곽자의는 ‘곽분양’으로 더 유명해졌으며 그래서 곽분양행락도로 불리게 된 것이다.
곽자의는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왕의 총애를 받아 높은 벼슬을 두루 지내면서 85세까지 장수하면서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생애를 보냈다. 황제로부터 상부尙父라는 칭호를 받았고, 왕이 되었으며 아들 여덟에 딸 일곱을 두었는데 일곱 사위도 모두 출세를 했고, 이 8자7서八子七壻로부터 백명이나 되는 손자들을 얻어 자식 복까지 누렸다. 한마디로 부귀영화에다 장수에 다산까지 사람으로서 이 생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복락을 다 누린,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곽분양행락도는 곽분양이 누렸던 무병장수無病長壽, 부귀공명富貴功名, 다산多産 등의 복락을 자신도 누리기를 염원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곽분양의 그림은 중국에서도 그려졌으나 중국의 그림이 위인으로서 그에 대한 흠모를 담은 초상화류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곽분양 그림은 그의 복락을 상징하는 잔치 그림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그림이 언제부터 조선에서 그려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열성어제列聖御制』에 숙종이 곽분양행락도에 쓴 제발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700년대 초에는 이미 ‘곽분양행락도’가 왕실 그림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19세기 초에는 왕실가례에도 사용되었고, 궁궐 그림을 넘어 민간으로 퍼져 사대부가의 혼인잔치에도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곽분양행락도는 단폭으로도 그려졌지만, 주로 연폭의 병풍으로 많이 그려졌다. 그림은 주인공 곽자의가 호화로운 저택의 뜰에서 아들, 사위 등의 가족과 신하, 궁녀,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춤추는 무녀를 내려다보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이다. 곽자의 부인은 누각의 2층에서 차를 마시며 뜰에서 벌어지는 행락 장면을 보고 있고 또 다른 누각에서는 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고 또 다른 여인은 자수를 놓고 있으며, 마당에는 손자로 보이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다. 뒤뜰에서는 여인들이 잔치 음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 밖에도 정원 왼쪽에는 연못이 있고 연못 위의 정자에서는 신선 같은 사람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또한 정원 담 너머에는 청록의 산수가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폭포수, 소나무, 학, 사슴, 괴석, 구름 등의 장생물이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곽분양행락도는 호화스럽고 화려한 곽분양의 잔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며 다산을 상징하는 아이들, 장수를 상징하는 신선과 학, 소나무, 괴석, 구름, 부귀를 상징하는 소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 확실하게 장생을 기원하는 그림인 것이다.
곽분양행락도는 궁궐그림에서 출발한 만큼 정교한 필력과 진채로 화려하게 표현한 것이 큰 특징이다. 도상의 구성은 중국 명·청 때 유입된 소설의 삽화나 화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의 궁중화원들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고 채색되어 조선의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


십장생도十長生圖

‘십장생도’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장생물을 한 화면에 그린 그림으로 장생그림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다. 보통 십장생은 해(日), 구름(雲), 바위(石), 물(水), 소나무(松), 대나무(竹), 학(鶴), 사슴(鹿), 거북(龜), 불로초(不老草) 등을 말하지만, 실제 십장생도에는 이 열 가지가 반드시 다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몇 종류가 제외되거나 혹은 다른 몇 가지가 더 추가되기도 한다. 예컨대 고려 말 이색이 쓴 『목은집』에 나오는 십장생 목록에는 산이 빠져 있는 대신 대나무가 등장한다. 또한 창덕궁 소장 십장생도에는 열 가지 장생물과 함께 대나무와 복숭아가 추가돼 있다. 경복궁 자경전 굴뚝의 십장생도에도 대나무·국화·연꽃·포도 등이 더 추가되어 있다. 그 밖에도 전해 내려오는 「십장생 그림」중에는, 달(月), 물고기(魚) 등의 장생물이 포함되어 그려진 것도 있다.
십장생도는 도교의 신선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십장생도가 언제 전형적인 도상을 갖춰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전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십장생도는 중국의 것과 우리나라의 것이 많이 다른데, 중국의 십장생도에는 반드시 산이 포함되고 대나무가 제외된 반면 우리나라의 그림에는 대나무와 산을 그때그때 선별해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중국에서는 ‘장생’이라는 용어는 확인되지만 ‘십장생’이란 용어는 찾을 수 없다. 한마디로 십장생도는 중국의 신선사상과 함께 우리 고유의 천신天神, 일월신日月神, 산악신山岳神 등의 민간신앙이 융합된 독특한 관념체계와 독창적인 도상을 갖춘 그림이라고 하겠다.
어떻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부터 십장생도가 많이 그려졌다. 특히 정초에 선물로 주고받았던 세화로 인기가 높았으며 궁중에서는 의례나 공간을 장식하는데 사용되었으며 민간에서는 회갑연이나 은혼식 등에서 축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장생 그림에는 십장생도처럼 장수를 상징하는 소재들이 한꺼번에 그려진 것이 있는가 하면 각각의 소재들이 독립적인 화목으로 그려진 것들도 있다. 이처럼 십장생 가운데 따로 몇 가지의 소재만을 그릴 때는 ‘장생도’로 분류한다. 그리고 해당 소재에 따라 ‘영지도靈芝圖’, ‘선도도仙桃圖’, ‘송학도松鶴圖’, ‘송록도松鹿圖’, ‘백학도百鶴圖’, ‘쌍려도雙鹿圖’, ‘해구도海龜圖’ 등으로 명칭을 붙여 사용한다. 또한 열 가지 장생물 중 한 가지만을 강조하여 그리는 경우, 이를테면 학을 강조한 장생도라면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 사슴을 강조한 그림이라면 ‘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 등의 명칭을 붙인다.
한편 민간의 십장생도에서는 십장생에 속하지 않은 화초, 산수, 인물 등 다른 소재와 함께 그려진 것들도 확인된다. 화초그림의 경우, 십장생에 속하는 소나무·사슴·학·불로초·괴석 등이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민간의 여염집에서 볼 수 있는 십장생도에서는 몇 가지 소재를 따로 선택하여 그리거나 십장생에 속하지 않은 다른 소재를 추가해 그리기도 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백수백복도白壽百福圖

‘백수백복도’는 다른 어떤 제재보다도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직접적으로 담겨진 그림이다. 즉 수壽와 복福의 의미와 관계가 있는 고사 등의 내용을 여러 모양으로 구성하여 한 화면에 반복적으로 그려 넣은 그림이다. 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때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1610년, 남평현감 조유한趙維韓(1588~1613)이 중국 명나라 천조장관天朝將官으로부터 받은 백수도百壽圖 1폭을 광해군에게 바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후 백수도는 어느 시점에 복福자와 쌍을 이루어 18세기 사대부가에서 유행했으며 19세기에는 서민들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백수백복도는 제목 상으로는 백 개의 ‘壽’와 백 개의 ‘福’으로 구성되었다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1백 개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이는 ‘백百’이 정확히 1백 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다’, ‘많아서 족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완전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백수백복도의 ‘백百’은 많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만복萬福’으로 풀이된다. 긴 수명과 온갖 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백수백복도에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가지, 개구리, 도자기, 새, 파초 등의 여러 사물을 도안화해서 수壽와 복福 사이사이에 삽입시켜 놓았다. 물론 이와 같은 의도는 상서로운 의미를 가진 수·복壽·福자와 도안화한 사물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어떤 백수백복도는 수·복壽·福자를 강조한 그림이지만, 단순성을 피하기 위하여 글자마다 모양을 다채롭게 바꾸어 놓다보니까 오히려 뜻보다는 회화성이 더 돋보일 때가 많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일월오봉도’는 왕이 천명天命을 받아 삼라만상을 조화롭게 통치하는 존재로 장수와 함께 왕권이 무궁하게 번영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담긴 그림이다. 일월오봉도의 오봉산은 우리 국토의 다섯 산인 동악 금강산, 남악 지리산, 서악 묘향산, 북악 백두산, 중앙 삼각산을 뜻한다. 간혹 일월오봉도를 일월곤륜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동악 태산太山, 남악 형산衡山, 서악 화산華山, 북악 항산恒山, 중악 숭산嵩山으로 삼은 중국의 ‘5악사상’을 우리가 수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한국인의 토속 신앙인 천신사상과 더욱 깊게 연결된다고 본다.
어떻든 이 일월오봉도에는 장생을 기원하는 도가적 신선세계와 음양오행의 세계관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일월오봉도에서 음양은 일日과 월月 그리고 오행은 오봉五峯을 상징하는 동시에, 송松과 수水가 함께 그려져 천계, 지계, 생물계의 영구한 생명력을 뜻하며 이러한 상징체계가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모두 알다시피 이 일월오봉도는 궁궐 특유의 어좌御座 장엄용 그림으로, 왕권의 위엄을 과시하는 데 사용된 대표적인 궁궐그림이다. 현재까지 전하지는 일월오봉도는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창덕궁의 인정전 등 각 궁 정전의 어좌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일월오봉도는 좌우 대칭의 간결하고 도식적인 구도와 화려한 진채眞彩가 돋보이는 것이 큰 특징이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그림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양식적인 측면과 쓰임에 있어서는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난다.


이 글은 2017년 3월 21일 부터 허준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장생, 장수를 향한 염원’을 기념하여 쓴 김용권 교수의 글을 본지의 지면 사정에 맞게 편집부에서 요약 정리한 것으로 필자의 원문과는 분량과 표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김용권(문학박사/겸재정선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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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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