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이 피어있는 화조도 자수 초본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장미가 있는 화조도 자수 초본이다.
화조도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 살펴볼 화조도 자수 초본은 탐스럽게 핀 장미의 모습이 그려진 초본이다.(도1) 그림 상단 중앙에는 한글로 ‘장미꽃 5월’이라고 쓰여 있고, 왼쪽 상단에는 쌍구법(雙鉤法 :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색으로 칠하여 나타내는 화법)으로 ‘花惑常幸(화혹상행)’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초본의 그림은 얇은 갱지에 그려졌는데, 이것은 당시 갱지가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종이였기 때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은 색의 볼펜과 사인펜으로 그려진 도안선의 위치로 볼 때, 볼펜으로 먼저 도안을 그린 뒤 사인펜으로 덧그린 듯하다.

자수 초본은 누가 그렸을까?

교육기관에서 시행된 자수교육은 근대교육과 함께 시작됐다. 선교사들이 세운 여학교에서 가사 교과의 한 과정으로 자수를 가르쳤고, 일제강점기에는 자수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해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다.(도2) 이 시기의 자수교육은 한국 전통자수뿐만 아니라 일본 자수와 서양 자수도 함께 가르쳤다. 해방 이후 자수 과목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대학의 주요 학과로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7~80년대에는 중·고등학교의 가정·가사 수업으로 존재하는 등 비교적 최근까지도 자수는 주요 교과목 중 하나였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자수 교육은 주로 기술 습득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재로 쓰인 자수 초본은 도안집 등을 구입해서 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다른 사람이 그린 자수 도안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조선미술전람회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런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 후 일본 유학을 다녀온 자수미술가들의 추상작품 발표에 영향을 받은 자수미술가들은 점차 독창적인 자수 도안을 구상하여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불화를 그리는 불화장이 자수 초본을 그렸다는 기록을 토대로 한다면 회화와 자수 제작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형 자수 작품의 초본을 그려 판매한 사람들 중에 민화 작가가 상당수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수 초본을 누가 그렸든 간에 민화 화조도와 자수 화조도에는 공통적으로 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도 다양한 방법으로 복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받은 복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글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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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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