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벽을 허무는 단청산수화 작가 박일선 – 우리 민족의 단청, 옵아트가 되다

디자인과 회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박일선 작가가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재해석하여 개발한 ‘단청산수화’를 2019 간송옛집 특별 초대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그는 자신만의 장르로 현대인들이 전통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대만계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인 제임스 진(James Jean)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상상력, 거침없는 드로잉, 오방색 등으로 최근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신만의 선과 색은 물론이고, 흉내낼 수 없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 그를 보면 자신만의 장르를 개발한 박일선 작가가 떠오른다. 그는 전통적인 단청 문양을 변용해 새로운 단청 문양을 고안해내고, 더 나아가 수묵화에 단청을 입혀 단청산수화를 만들어냈다.
박일선 작가는 올해 도봉문화재단이 기획한 간송옛집 특별 초대전시 <간송과 함께 가는 꿈속 금강산 여행(夢遊金剛山)>을 개최하며, 3년간 그려온 작품 중 19점을 디아섹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서울 도봉구 지역 작가의 예술작품을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이번 전시는 3차례 순회전시로 진행된다. 이미 간송옛집과 도봉구청에서의 전시를 마쳤고, 마지막 전시는 7월 2일부터 7월 16일까지 함석헌기념관 씨알갤러리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생전에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아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자취가 남은 터전에서 그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가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에서 영감을 받아 단청산수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 여행을 하며 수집한 문양 자료로 《예술로서의 단청》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단청발전소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단청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단청을 현대화하기 위해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는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재탄생시키고 싶었습니다.”

수묵화의 붓 터치가 디자인적인 옵아트로

박일선 작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그림에 뜻을 두었음에도 가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37년간이나 근무했다. 일을 하면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를 졸업했지만 작품 활동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2011년에 양선희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를 사사하고 2013년부터 공모전 출품과 연구를 거듭하며 비로소 단청과 회화를 융합한 단청산수화를 그릴 수 있었다. 이후 제12회 겸재진경미술대전 대상을 받고, 제1회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에서 열린 붓다아트 페스티벌 부스전에도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Special Interview 스페셜 인터뷰
먼 길을 돌고 돌아 끝내 그가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선과 색에 대한 뛰어난 감수성이었다. 단청에서 휘는 색띠의 형태로 상서로운 의미를 담아 한색과 난색을 번갈아 채색하여 장식미를 더하는 문양이다. 박일선 작가의 단청산수화는 밝은 초빛(1빛)에서 어두운 빛으로 그라데이션(Gradation)으로 색상의 변화를 주는 휘 채색법으로 색채의 장력을 극대화하여 서양의 추상미술인 옵아트(Optical art)의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색감과 문양적인 측면에서 단청과 민화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경제가 형성된 조선후기에는 부유한 평민도 그림을 주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청 장인들은 계절적으로 작업을 할 수 없을 때 민화를 그렸을 테죠. 민화와 단청은 책가도에 보이는 금문 등 문양적인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습니다.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이죠.”
전통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만 하는 것은 예술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박일선 작가. 그는 작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한 AB갤러리 전시의 반응이 좋아 전시를 연장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그곳 사람들도 그의 작품 속에서 늦게 꽃피운 환희의 빛을 온몸으로 느끼길 바란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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