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영실의 羅羅Land, 책가도_이야기를 담다

– 글 유정서 기자

연말 민화화단에 불어올 ‘새로운 책거리’의 훈풍

지난 해 9월,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세 번째 개인전에서 새로운 감각의 옻칠 민화로 큰 화제와 관심을 모았던 이영실 작가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올해 연말의 민화화단에 또 한 번의 훈풍을 불어넣을 준비를 마쳤다. 12월 23일부터 12월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4번째 개인전이 바로 그 훈풍의 진원지이다.
지난해 3번째 개인전 <라라랜드>가 옻칠민화의 압도적인 파워와 함께 이른바 ‘실경산수實景山水’의 민화적 해석과 변용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전시회였다면 이번 전시는 옻칠민화의 또 다른 기법과 민화의 대표적인 화목인 ‘책거리’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보여주는 야심 찬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약 40여점의 작품 중 책거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시의 중심은 옻칠민화로 구현해 낸 ‘책거리 변주變奏’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다양한 민화의 영역 중에서도 책거리는 특히 조형성이 뛰어난 화목畵目이다.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여전히 많은 반면, 다른 이와 구분되는 자기만의 확실한 변별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선보이는 이영실 작가의 책거리는 매우 분명한 변별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옻칠기법의 새로운 특징과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영실 작가의 이전 작품을 포함, 이제까지 선보인 많은 옻칠 작품들은 옻인 지닌 안료顔料로서의 가능성을 과시라도 하듯 최대한 다양하고 화려한 채색을 구사한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이번에 선보이는 책거리 작품들은 채색을 극도로 절제하고 주로 먹과 백으로 구현된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이영실, <책가도_芬>



그 다음으로는 책거리의 조형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과 변용을 들 수 있다. 그는 우선 서가의 형태를 상식적인 면분할로 단순화시키고 기물들 역시 책과 도자기류로 단순화한 대신 다른 작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양, 낯선 기물들을 더해 독특한 감각의 새로운 책거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책거리에서 보이는 독특한 문양들은 전통의 답습이나 새로운 창안의 결과가 아니라, 그의 생활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띄는 정겨운 사물들이다. 이를테면 그의 화실이 있는 통도사 주변에 지천으로 보이는 금낭화 같은 들꽃 등을 가져온 것이다. 또한 우리 전통 도자기 그릇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낯선 기물들 중에는 시중에서 흔히 보는 드링크 제품의 병 같은 것도 있다.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이 ‘뜬금없는’ 기물은 민화작가보다 먼저 ‘약사’로서 살아온 자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심벌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정종효 학예실장은 이 작품들에 대해 “과거의 자신과 민화 그리고 현재의 자신과 민화를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자기만의 독창적인 민화를 끌어내는 시도”라고 평한다. 결국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그의 책거리는 민화 책거리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해 창조해 낸 ‘이영실식 책거리’인 셈이다.
이영실 작가는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지역과 중앙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광폭 행보로 민화계에 널리 알려진 유명 민화인이다. 특히 현역 약사이면서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이 민화를 그려온 작가이며 경주대에서 조자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론가로 그야말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팔방미인이다. 최근에는 민화계의 핵심적 단체 중의 하나인 (사)한국민화센터의 제5대 이사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작가 이영실의 羅羅Land 책가도_이야기를 담다>
12월 23일(수) ~ 12월 28일(월)
인사아트센터 4층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