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민화협회 작가의 시선으로 민화 그 눈부신 부활을 꿈꾸다

(사)한국민화협회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우리 민화계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그 어떤 분야보다 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응집력 또한 크다는 점이다. 작가들의 활동은 화단은 물론, 연구 분야의 확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다. 현재 민화계에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민화협회는 가장 큰 규모와 조직을 갖추고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 꼽힌다. 한국민화협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 해본다.

‘민화의 부활’에 앞장선 작가 중심의 단체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회장 신동식)는 10여 년 전인 1995년 설립되었던 ‘한국민화작가회’가 그 전신이다. 당시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대구 등지에서 제1회 창립전을 개최하면서 발족을 알린 이 단체는, 지금은 우리 민화 화단의 굵직한 중진으로 꼽히는 금광복, 윤인수, 정복석, 이정동, 박수학 씨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였다.
단체를 법인화하고 이름을 지금의 한국민화협회로 바꿔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그러나 전신인 민화작가회는 여전히 민화협회의 뿌리로서 협회의 이념과 정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작가회를 결성할 당시의 설립취지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만큼 작가들의 염원과 미래의 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화작가회가 발족하기 얼마 전만 해도 ‘민화’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일 자체가 낯설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 대중의 인식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 예술 정책과 관련된 정부부처나 정책입안자들조차 민화의 문화재적 의미나 예술적 가치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한마디로 민화 작가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기가 어려운 풍토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먼저 맞서야 할 사람들이 바로 민화작가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신동식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민화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서민의 예술입니다. 나름대로 예술혼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그런데 일제 침략기와 격동의 현대사를 거쳐오는 동안 그러한 사실이 잊히고 가치가 퇴색되어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지요. ‘민화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들이 발 벗고 나서야겠다’ 이렇게 다짐한 것입니다.”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이름은 바뀌었을망정 뜻은 그대로다. 매년 치러지는 ‘올해의 회원전’이 올해로 ‘19회’를 맞는다고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회세(會勢) 만큼은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재정도 건실하고 조직이 그 어느 단체보다도 잘 되어 있으며, LA, 광저우, 호주 등 해외에까지 지부를 두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로서는 규모와 내실 면에서 국내 민화 단체를 대표하는 조직이라 할 만하다.

작가의 시선으로 민화 그 눈부신 부활을 꿈꾸다
작가의 시선으로 민화 그 눈부신 부활을 꿈꾸다
 
작가의 역량 강화, 자부심 고취에 역점 둔 사업

민화가 국내보다도 오히려 해외에서 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사실이다. 해외에서 특히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는 사실 민화를 따라올 만한 것이 없다. 민화만큼 한국적인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담고 있는 장르도 없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꽤 있을 법도 하건만 아쉽게도 민화계는 아직 정부 당국과는 그다지 진지한 교감의 접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지만, 민화의 정의와 정체성이 여전히 분명치 않다는 점도 큰 원인의 하나이다. ‘민화작가들이 즐겨 그리는 궁궐 그림이 과연 민화라는 용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냐’하는 문제에서부터 ‘민화가 회화의 영역이냐 공예의 영역이냐’ 하는 문제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특히 이 점에 대해서는 민화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직접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 간에 상당 부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화계 내부의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 당국으로 하여금 민화를 어떻게 대하고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입장을 모호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 이후 질적·양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민화계의 발전은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이 민화계 혼자 이루어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 ‘민화계’지 실상 민화계의 놀라운 발전을 이끈 핵심적인 주역은 바로 정열적인 화업(畵業)으로 민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땀 흘려온 민화작가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민화협회는 바로 그러한 ‘작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그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탄생해 사뭇 험난한 길을 헤쳐 오늘에 이른 대단한 단체인 것이다. 한국민화협회의 주요 사업도 이러한 취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모전, 재능 있는 작가 발굴의 무대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신동식 회장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신동식 회장

현재 한국민화협회가 벌이고 있는 사업의 중요한 방향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회원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화의 저변확대, 더 나아가 민화의 글로벌화다.
이를 대표하는 구체적인 사업이 민화공모전과 부설 교육기관인 평생교육원의 운영,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행사이다.
우선 협회 공모전은 기성 민화작가의 기량 향상과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신인 작가의 발굴 및 육성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민화가 올바로 계승·발전되기 위해서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꾸준히 발굴되어 대중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모전은 한국민화협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공모전의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상당한 공신력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하고 있다. 대상 혹은 최우수상 수상자는 일정 기간의 검증을 거쳐 ‘도화원’의 자격을 수여한다.
공모전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민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출품할 수 있으며, 출품을 원하는 이는 민화협회의 국내·외 각 지역 지부에 소정의 출품료와 함께 작품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7회째를 맞는 올해 공모전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벌써 준비에 분주하다.

충실한 교육과정 인정받은 평생교육원

작가의 생명은 무엇보다 우수한 기량이다. 공모전을 통해 작가의 기량을 확인하고 우수한 신인을 발굴하는 일 못지않게 협회는 우수한 작가를 키워내는 교육에도 열심이다. 한국민화협회의 교육은 협회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주로 이루어진다.
민화에 대한 크나큰 오해 중의 하나가 초본(抄本), 즉 밑그림을 두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모사가 전부라는 편견이다. 사실 모사는 동양의 회화에서 절대적 흠결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어떤 높은 수준의 예술성에 이르기 위해 충실한 임모(臨摹)를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 민화는 임모의 과정을 통해 그림에 필요한 재료의 운용법과 기능을 철저하게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완벽하게 체득하지 않고는 민화를 그릴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완벽한 임모나 모사는 민화 그리기의 필수적인 과정 내지 기능일 뿐 전부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곳의 커리큘럼은 배우는 이가 초본을 통한 학습으로 어느 정도 실력이 완성되면 그다음부터는 단계적으로 자신이 화면을 구성하며, 결국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새로운 민화를 그릴 수 있도록 짜여 있다고 한다.
회원의 기량을 중시하는 까닭에 민화협회의 입회자격은 녹록치 않다. 기존 작가가 아닌 경우 기초 과정의 6학기를 이수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지도자 과정은 2012년에 개설된 회원 중심의 과정으로 2014년 상반기에 3기째를 맞이했다.
민화협회의 이러한 교육과정은 교육부의 평생교육원 인가를 받은 전문과정으로 특히 서울시 초·중등교사의 직무적성교육 연수과목으로 선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 교육과정은 서울시 교육청 A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교육과정의 충실도라든가 교육기관 운영의 투명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신동식 회장은 이와 같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전통 기법을 익히고 이를 창작의 기반으로 삼도록 하는 것이 민화교육과정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민화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알고, 그렇게 그려진 민화가 ‘무엇’인지를 느끼는 예술가, 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을 창조할 수 있는 예술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시적 과제, 민화의 글로벌화를 위하여

사단법인 한국민화협회

현대 민화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민화의 글로벌화다. 한마디로 전문적인 민화작가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한국적 정서로 충만한 민화의 세계가 외국인에게도 더 이상 낯선 세계가 아닐 수 있도록 민화의 저변을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학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 글로벌 문화관광센터(종로구 내운동 소재)와 손잡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올해로 6년째나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벌써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 밖의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 2015년에는 민화 관련 민간 자격증 제도를 신청할 예정이다. 민화 양식론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이수한 작가 회원들이 연차순으로 국가 차원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앞으로 회원 수가 늘어나고 민화 인구가 더욱 증가하는 시대에 상당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국가가 민화 자체를 공식적인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지원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에 급격히 외연이 확대된 민화계의 상황에서 민화인들의 모임인 ‘단체’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화계의 주역인 작가들의 열정과 시선으로 민화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한국민화협회가 떠맡을 역할은 더욱 크고도 많아질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글 : 한명륜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한국민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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