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27번째 개인전 여는 민화 이론가,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김용권

전통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삶 속 진정한 행복 발견하길

겸재정선미술관 관장으로서, 민화 작가들을 지도하는 민화 이론가 및 교육자로서 민화 화단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 관장이 틈틈이 그려 온 신작을 그러모아 3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한다. 미술관 운영부터 논문 연구, 그림 작업까지, 바쁜 일정이 버거울 법도 하건만, 김 관장은 “마땅히 해야 할 일,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민화계에서 손꼽는 학자이자 교육자인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 관장이 오랜만에 ‘작가로서’ 반가운 전시회를 개최한다. 잘 알려져 있지만 김용권 관장은 제1호 민화 박사 출신으로 현재 (사)한국박물관협회 이사, 경희대학원 부설 아동미술연구소 고문,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 고문, 한국이지예술문화학회 이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고문, 한국민화학회 운영위원, (사)한국박물관협회 이사직 등을 도맡으며 학계는 물론 민화 화단까지 두루 아우르는 폭넓은 대외 활동을 해왔다. 그간 발표한 학술논문만도 총 42편. 이처럼 화려한 전적 탓에 상대적으로 작가로서의 면모는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그는 1992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연 이래 국내외에서 꾸준히 전시를 열어온 베테랑 작가이다. 오는 4월 5일(수)부터 4월 11일(화)까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27번째 개인전 <반가사유상에 반하다>을 개최한다.




반가사유상이 건네는 위로, 혹은 호통

첫 개인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김용권 관장의 전시 테마는 전통문화, 일명 ‘전통에서 오는 소리’로 일관된다.
선조들의 정서를 화폭에 재창조함으로써 만인의 행복을 기원해왔던 것. 전통 및 길상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민화가 지닌 맥락과도 상통한다. 이번 개인전의 테마 역시 ‘전통에서 오는 소리’인데, 주요 소재는 국보 제83호,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사유의 방에 자리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에 대한 감동과 소회를 담았다.
“반가사유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반가사유상이 사색한 이유를 알기 위해 몇 번이고 사유의 방을 찾았지요. 그 평온한 모습 안에 담긴 메시지는 자비, 평안, 소망, 희망이리라 생각했고, 이를 다시 회화繪畵로 구현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걸 잊고 ‘달리기만’하는 것 같아요. 삶의 진정한 행복을 놓친 채 말이죠.”
김용권 관장은 두 반가사유상이 품은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고요히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이 아닌,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춤을 추는 듯, 포옹하는 듯, 합장하는 듯 긴 사색 끝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반가사유상은 따스한 격려로, 때론 뜨끔한 호통으로 그릇된 욕망에 눈 먼 우리의 무지無知를 일깨운다. 반추상적인 그의 작품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색이 중첩되며 만들어낸 우연적 형상이 특징인데, 일명 ‘깎아내기 기법’으로 제작됐다. 캔버스 위에 반가사유상 등 중심 소재의 형체를 그려놓은 뒤 돌가루, 금분, 은분, 유화, 아크릴, 템페라 등을 혼합해서 두껍게 발라 말린 후 사포 등으로 표면을 거침없이 깎아내는 방식이다. 선과 색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 과정에 대해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의식적으로 형상을 그리려는 인위적 노력 대신 우연적 효과로 발생하는 미감을 통해 계산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화면을 도모한 것이다.
“우연성은 그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강렬한 표현을 가능케 합니다. 예상치 못한 선과 색의 조형언어가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생명력을 선보이죠. 이는 꿈을 성취해주는 열쇠이자 우리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해답이기도 합니다. 어떻든 제 작품은 행복과 희망을 인도하는 그림이에요. 작품을 감상하시다보면 어느 순간 슬픔과 분노, 근심과 걱정 등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김용권, <전통에서 오는 소리(염원)>, 2022, 캔버스에 혼합재료, 81×81㎝


민화야말로 가장 독창적인 K-ART

김용권 관장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사 과정을 졸업한 문학박사로서 석사 학위 논문으로 <한국 초기 서양화에 나타난 전통미에 관한 연구>(1990), 박사 학위 논문으로 <조선시대 세화 연구 - 세화의 시원과 조형특징을 중심으로>(2006)를 발표했다. 대학원생일 때부터 한국 전통미에 대해 깊이 천착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박물관에서 근무하면서 유적지를 탐사하던 경험이 내 생애 잊지 못할 분기점이 되었어요. 500여년 동안 암흑 속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을 유물에 처음으로 손을 대는 그 순간, 너무도 감격스러웠지요. 이후 몸으로 직접 체험한 우리 역사와 문화를 글로, 그림으로 널리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서화류를 담당하면서 민화, 무속화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다. 선사시대 샤머니즘, 토템 등에서부터 비롯된 한국 자생성을 알아보았기 때문.
“민화야말로 가장 독창적인 우리 그림이에요. 선사시대 토착 종교에서 비롯된 뿌리 깊은 문화유산이 조선시대 채색화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겁니다. 사실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 몽골 등을 잘 살펴보면 무속적인 면이라든지 공통된 도상이라든지 비슷한 면이 많아요.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상호 문화를 활발히 교류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산수화, 문인화 등에서 중국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그에 비해 민화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에 바탕을 둔, 가장 한국적인 그림입니다.”
전통문화, 민화에 깊이 빠진 그는 학교에서 28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교육자로서, 작가로서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데 힘써왔다. 학부에서는 미술실기, 교육대학원에서는 미술사 과목을 강의했으며 교육대학원 내 관화·민화 실기교육, 창작민화교육, 아동미술교육, 유아 수채화교육 총 4개 과정을 설립함으로써 문화예술인의 산실을 탄탄히 구축했다. 특히 관화·민화 실기교육, 창작민화교육 과정은 남다른 역량의 작가들을 대거 배출한 요람으로 지금까지도 그 맥을 잘 이어오고 있다.

선조의 정서 매개하는 일이 내 소명

김용권 관장은 은사인 故이석우 관장이 작고한 이후 그 뒤를 이어 2017년부터 겸재정선미술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서울 강서 지역에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정선의 작품 및 이에 대한 학술연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기획전, 교육 프로그램, 공모전, 학술대회 등을 운영하며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서울시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되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돌입했는데, 현재 미술관 2층 겸재정선기념실과 진경문화체험실 리모델링 공사가 시행 중이다. 특히 이번 공사는 겸재정선미술관이 2009년 기념관 형식으로 첫발을 뗀 이래 꾸준히 모아온 겸재정선 원화 27점을 토대로 설립 14년 만에 명실공히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확립하는 프로젝트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창 바쁜 시기, 연일 이어지는 회의와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도 틈틈이 연구하고, 붓을 들며 민화계와 활발히 교류하는 김용권 관장. 때론 벅차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그는 일련의 모든 일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빙긋 미소지었다.
“당연히 할 일이지요. 작가이자 연구자로서 선조와 현대인들을 매개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봐요. 오천 년의 긴 역사를 좇다보면 현재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죠. 선조들의 지혜와 사랑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후손들이 발전하길 바라요.”

김용권 |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현재 (사)한국박물관협회 이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부설 아동미술연구소 고문,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 고문, 한국이지예술문화학회 이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고문, 한국민화학회 운영위원이다.
총 42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문학박사이다.


4월 5일(수)~4월 11일(화)
오프닝 4월 5일(수) 오후 6시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그랜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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