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초본② – 여인들이 수놓은 민화

자수 초본②
여인들이 수놓은 민화

이번 시간에 살펴볼 두 장의 초본은 수저집에 자수를 놓을 때 사용했던 초본이다. 이 두 장의 초본을 통해 여인들이 삶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랐던 소망이 무엇이었는지, 이 소망들이 민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수저집 초본이다. 이 수저집은 우리가 평소 도시락과 함께 가져가는 수저를 담을 때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예전에 결혼할 때 혼수품으로 가져갔던 수저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수저집의 문양을 살펴보면 대개 장생도를 주제로 삼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수저를 받는 사람인 시부모님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 위해서였다.
이제 두 장의 수저집 초본을 살펴보자. 세로 사이즈가 20cm 가량 되는 두 장의 초본 안에 들어있는 소재는 장생물이다. 이제 두 장의 초본에 들어있는 장생물을 살펴보자. 첫 번째 초본에는 구름과 학, 소나무, 사슴, 불로초, 바위, 거북, 물, 그리고 모란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장생물이 아닌 모란이 그려져 있어 여성스러운 면이 드러난다. 두 번째 초본은 첫 번째 초본과 같은 장생물이 그려져 있는데, 첫 번째 초본과는 달리 테두리가 그려져 있어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두 초본 다 학과 사슴, 거북이 한 쌍씩 그려져 있어 혼수품으로서, 부부의 금슬을 기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민화 장생도와 자수 장생도초본

자수 장생도처럼 민화에도 한 폭짜리 장생도가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수저집 속 십장생도의 구성을 살펴보면 민화의 장생도 구성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장생물의 수량이다. 민화에서 한 폭짜리 장생도를 그릴 때는 화면이 병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장생물을 네다섯 가지 정도만 그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수초본을 비롯한 장생도 자수 수저집을 살펴보면 적어도 8가지 이상의 장생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장생물의 수가 장생을 기원하는 마음과 비례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장생도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십장생도 병풍인데, 십장생도라고 하지만 실제로 12가지 이상의 장생물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장생물이 많이 들어가면, 수를 놓아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수놓을 것이 많아지면 다양한 자수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이 복잡하고 화면을 가득 메울수록 수놓는 사람의 기술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런 까닭에 초본에 장생물을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초본에 장생물이 많은 것이다.
작은 수저집에 옹기종기 7~8가지의 장생물을 배치한 구도를 살펴보면 민화 못지않은 구도감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화의 특징인 상징성과 실용성, 복합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저집 초본을 통해 우리는 과거 여성들이 그린 그림의 일면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사임당 등 우리가 알고 있던 여성 채색화가들과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닌, 여성 민화작가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글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자료제공 가회민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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