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

<책가1901>, 순지에 분채


너무나 많은 가치가 난무하는 시대, 내가 나일 수 있는 순간은 몇이나 될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못한 채 저마다 사회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곤 한다. 우리에겐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이곳에서 만큼은 마음껏 취향의 색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 이것저것 좋아하는 소품들로 방을 꾸미고, 좋아하는 색상으로 벽을 물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김혜경 작가는 단색 톤의 책가 위에 그와 대비되는 파초와 연화를 그려 넣었다. 마치 지난하고 고달픈 학문의 과정 끝에 밝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힘든 일상이 반복되는 가운데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파초와 연화가 주는 싱그러운 환기가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주리라.

<몬드리안책가도>, 순지에 분채


자기만의 방이 꼭 일탈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을 잘 유지하는 공간으로써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학업은 물론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 작업을 하는 공간, 저마다의 업무를 보는 공간까지 모든 것은 자기만의 방이 될 수 있다. 단, 인테리어의 아주 작은 요소에라도 자신의 취향을 담아볼 것!
책에 대한 애정이 유독 깊었던 정조는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 대신 늘 책가도를 두었다고 한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듯하다. 동·서양의 문양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미감을 뽐내는 <몬드리안책가도>는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벽지의 색감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액자의 색상을 바꾸어보는 것도 재밌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Artist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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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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