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관장의 한국문양사 ⑥ 당초문

이번 시간에는 우리나라 고대 미술에 나타난 식물 문양 가운데 당초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당초문은 맨 처음 이집트에서 탄생해 세계 전역을 거쳐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됐다.
한국의 경우 동양 상대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아 고대 고분 벽화에 당초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글 임영주 (한-명품미술관 관장)


이집트에서 발생한 당초문, ‘연면’ 상징

우리나라 고대 미술에 나타나는 식물무늬 가운데 대표적인 양식에는 연꽃무늬, 인동풀꽃무늬, 당초무늬 등이 있다. 이러한 문양은 중국 신석기시대 앙소仰韶 문화기 유물인 하남성 변지현 출토 채색도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도1).
동북아시아에서 꽃무늬와 덩굴무늬의 시원은 신석기시대 문화권인 중국 하남성 면지현에서 출토된 앙소문화기의 채도彩陶에 나타나는 꽃무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운강석굴, 용문석굴 등 육조시대의 불교미술은 우리 삼국시대 고분 벽화, 고분에서 출토된 갖가지 장신구와 말갖춤, 말안장 등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미술 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도1 남성 변지현 출토 앙소 문화기의 채색도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당초唐草’의 어원은 일본 평안문학平安文學의 <침초자枕草子> 등의 기록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나라 풍[唐代風]의 덩굴무늬’를 일컫는다. 당초문, 즉 덩굴무늬가 가장 일찍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부터다. 당초문은 이집트에서 발생하여 그리스에서 완성을 보았으며, 당초문을 사용한 지역은 북아프리카,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페르시아 등 로마어를 사용하는 제국諸國과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중국, 한국, 일본 등으로 광범위하다.
당초라는 용어는 원래 겨우살이 덩굴(인동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인동초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지의 산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우살이 덩굴식물이다. 이 덩굴은 겨울을 견딜 뿐 아니라 끊임없이 줄기를 뻗어나가는 속성 때문에 혈통, 역사 등이 이어진다는 의미의 ‘연면連綿’을 상징한다.

지역별 특색을 지닌 여러 종류의 당초문

당초문은 발생 지역에 따라서 그리스의 ‘안테미온계(Anthemion)’와 아라비아의 ‘아라베스크계(Arabesque)’로 구분할 수 있다. 안테미온계 당초문은 다시 로터스 당초, 팔메트 당초, 아칸서스로 분류되며 모두 고대 그리스 식물 문양에서 기원한다(도2-1, 도2-2).

(왼쪽) 도2-1 그리스 채색도기에 그려진 덩굴무늬
(오른쪽) 도2-2 그리스 채색도기에 그려진 덩굴무늬



로터스는 지중해 지역에서 분포하는 망우수(忘憂樹, 그 열매를 먹으면 황홀경에 들어가 속세의 시름을 잊는다고 함)라 하는데 이 문양을 서양건축에서는 연꽃문양이라 부른다. 망우화(연꽃)의 열매를 먹으면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열락悅樂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그리스 신화는 이집트에서부터 전해오는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며, 그 사상은 동양 불교 사상과도 연관된다(도3-1, 도3-2).
아칸서스 당초는 흔히 인동당초문이라 불리는 것으로 일찍이 중국 고대 청동기에서 나타나는 훼룡문계 당초문과 많이 연관되며 중국 전한대(기원전 1세기) 석관 초엽문양(도4)과 육조 시대의 구름무늬의 형식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S자형의 문양이 리드미컬하게 연속되는 모습이다.

(왼쪽) 도3-1 연꽃 꽃봉오리와 연꽃잎 문양(고대 이집트)
(오른쪽) 도3-2 연꽃을 형상화한 주두와 연꽃 측면 모습을 형상화한 문양(고대 이집트)



(왼쪽) 도4 중국 전한대(B.C.1세기) 석관 초엽문양
(오른쪽) 도5 폼페이 벽화에 보이는 팔메트 문양



한편, 팔메트(palmetto) 당초문 계통(도5)은 서역을 거쳐 당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유입됐다. 가장 먼저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타나는 장식 무늬이며 소위 인동당초문忍冬唐草紋이라 부르는 것의 모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문화의 당초문은 B.C. 4세기에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동정東征과 더불어 동방에 전래되어 페르시아의 사산(Sassan)왕조에 와서 보상당초문으로 성립하게 되었고, 다시 중국에 전래되어 불교문화의 융성과 더불어 불교 미술 양식으로 다채롭게 나타나게 된다(도6).
아라베스크계 당초문의 경우 사라센식 당초문과 비잔틴식 당초문 형식이 서역에 전래된 후 성당盛唐 문화의 영향으로 통일 신라 무렵 기와와 벽돌(와전류)를 비롯한 건축물과 금속 공예에서 나타나게 되었다(도7). 금속 공예품에서는 불구佛具, 불기佛器 등에 주로 사용됐으며 화려한 천상의 꽃[天花]을 나타낸 보상화문寶相華紋으로 화려히 꽃피게 된다.

(왼쪽) 도6 운강5굴 협시불 두광, 북위시대 (6세기)
(오른쪽) 도8 각저총 주실 벽화의 창방에 그려진 해, 삼족오, 당초문

한국의 당초무늬

한국 고대 미술에 나타나는 당초무늬의 여러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고분 벽화에 장식된 문양에서 알 수 있듯 동양 고대의 건축 양식과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고대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① 초기 고분 벽화 속 당초문
우리나라 최초의 당초문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당초문이다. 당시 고분에 그려진 당초문 형식은 구름이나 하늘의 정기精氣를 나타내는 것으로, S자형 파상 곡선을 주맥主脈으로 하여 연속무늬를 이루고 있다. 고구려는 지역적으로 중국과 접촉하기 쉬웠으므로 삼국 중 가장 대륙적인 문화, 특히 중국 문화의 형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여기에 그려진 고분 벽화에는 인물 풍속도와 사신도를 주제로 주위에 구름 형식 혹은 성신을 나타내는 당초문 형식이 장식되어 있다. 초기의 고분에서는 그 주제가 되는 내용과 인물들을 중국식으로 배치했고, 한대 말기의 미술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화문과 초화문이 장식됐다.
당초문에서 특이한 것은 한대의 화상석에 나타나는 것처럼, 소위 조두형의 엽상葉狀이 줄줄이 붙어 있는 괴운 당초가 S자형 곡선이 물결모양으로 교차되는 로터스(lotus) 형식, 덩굴손이 꼬여서 낙승문絡繩紋 형식과 결합돼 전기 고분 벽화의 특징을 이룬다는 점이다.

도9 그라쯔메네 도관의 당초문

당초문이 그려진 초기 고분 벽화에서는 각저총(6세기 초) 주실 벽화의 창방(도8)에서도 화염 모양이 나타나고 있으며, 또 여기에서 볼 수 있는 S자형 와형 당초문은 그리스의 그라쯔메네 도관陶棺의 당초문(도9)을 발전시킨 것이다. 중기에 해당하는 고분에서는 벽화의 내용이 인물 풍속도에서 차츰 사신도로 변함에 따라 당초문도 많이 다양해지게 된다. 특히, 화염형의 초화 장식에 있는 고사리형 또는 C자형 곡선의 당초문이 주목되는데, 이것은 중국 고대의 청동기에 나타나는 훼룡문의 형식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환문총(環紋塚, 5세기말~6세기초)에서는 창방을 당초문대로, 현실의 주형도(柱形圖, 기둥 그림)(도10)는 당시 건축 양식(建築樣式)을 표현한 것이어서 주목되는 바이다. 또 여기의 내부에 표현된 이중 심엽형(二重 心葉形)의 당초문은 서역 돈황석굴의 천정 벽화(5세기경)에 그려진 당초문 형식(도11)과 많은 연관이 지어지는 것으로, 삼국 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금속 공예 중 마구장식馬具裝飾과 장신구류에서도 이러한 장식 요소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중기에 많이 사용되었던 S자형 곡선의 규칙을 벗어나 덩굴 줄기와 고사리 같이 잎이 붙어 있는 소위 훼룡문계 당초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위) 도10 고구려벽화가 그려진 환문총의 주형도
(아래) 도11 돈황 제285굴, 서위시대 (5세기)



도12 고구려벽화가 그려진 쌍영총 전실 천정, 5세기 후반



② 중기 고분 벽화 속 당초문
중기 고분 벽화의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인 쌍영총(5세기 말엽)은 섬세한 선과 능숙한 필치로 그려진 연화 당초문과 각종 대상문帶狀紋을 보여주고 있다(도12). 우주를 상징하는 성신도 등 추상적인 연속무늬와 물결모양의 당초문인 파상당초문 등 다채로운 구성의 문양에서 불교적인 요소를 다분히 느낄 수 있다. 개마총(鎧馬塚, 6세기 초)에 그려진 벽화에는 중국 고분이나 낙랑樂浪 옛터에서 출토된 옻칠 그릇 종류에서 볼 수 있는 괴운 형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당초 양식은 이미 환문총의 주형柱形에 장식 무늬로 쓰여진 당초문의 고졸古拙한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 S자형 파상 곡선의 주맥에 마치 잔털과 같이 갈색의 잎으로 공간을 처리한 것은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전개시킨 형식이다. 성총(星塚, 6세기초)의 현실 천정 받침은 S자형의 단순하고 기본적인 당초문을 배치하고 있다. 이것은 구름을 형식적으로 표현한 독특한 예이다.
삼실총(三室塚, 6세기초)에는 대체로 기법 면에서나 형식면에서 훨씬 발전된 양상을 보이는 당초문이 그려졌는데, 덩굴손이 고사리 손과 같은 잎맥이 표현되어 있는 유운문(流雲紋, 물 흐르는 듯한 구름무늬)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산연화총散蓮花塚, 귀갑총龜甲塚에서의 연화 당초문이 있어 고신라 시대의 고분인 금관총金冠塚에서 출토된 옻칠그릇 편片에서 나타나는 파상 당초문과도 연결된다(도13). 이러한 6-7세기경 고분벽화에서는 화려한 채색으로 장식된 인동 당초문 등 거의 완벽한 당초 형식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왼쪽) 도13 금관총에서 출토된 옻칠그릇 조각
(오른쪽) 도14 진파리1호분 묘실 남쪽 천정에 그려진 구름당초문, 6세기후반



이밖에도 일본 법륭사 약초가람지法隆寺若草伽藍址(5~6세기 중기)에서 출토된 막새기와에서도 이러한 인동 당초문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채꼴[扇形]의 화문과 파상된 S자형 곡선을 이루는 팔메트 꽃의 변화된 형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에 와서 동경銅鏡을 비롯하여 각종 불교 용구와 도자기에서 활발히 사용되었다.
진파리 고분 벽화(도14)는 일본 중궁사中宮寺 천수국수장잔궐 天壽國繡帳殘闕에 장식된 연화문 및 당초문에서도 같은 양식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7세기경 일본의 유물과도 비슷한 문양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법륭사의 석가여래상釋迦如來像과 천개천인상天盖天人像의 광배, 법륭사 몽전 구세관음夢殿救世觀音 광배 문양을 들 수 있으며, 이것은 백제 미술의 영향을 실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15 강서 우현리 중묘, 대묘에 그려진 꽃당초문화와



③ 말기 고분 벽화 속 당초문
말기 벽화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현리 대묘와 중묘, 통구 사신총, 통구 17호분 등의 꽃당초문을 예로 들 수 있다(도15). 여기에서는 당초문이 매우 도안화되어 완숙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통구 사신총(6세기 말)에는 팔메트 형식의 인동 당초문이 화려한 채색으로 장식되었는데, 쌍엽 팔메트 잎의 한쪽은 주색, 한쪽은 황색·갈색·남색·녹색으로 채색되었다. 그리고 중심부에는 백색으로 화예(花蘂, 꽃술)를 표현한 3엽 꽃문양이 서로 대칭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팔메트 잎의 양쪽 끝이 S자형 형식의 파상 조각곡선을 이루어 줄기를 싸서 감은 모양은 서방계 양식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반원半圓의 도안식 파상의 리드미컬한 연속무늬이다. 이러한 형식은 간다라 지방의 팔메트 잎에서도 보이고 있으며 사라센식 아라베스크, 봄베이 벽화의 장식 문양, 비잔틴식 아라베스크 형식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러한 아라베스크는 앞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리스 양식의 아칸서스, 즉 인동당초의 반半 팔메트형을 와상곡선渦狀曲線의 연속무늬로 구성한 것이며, AD 6세기경에 아라비아인에 의하여 오리엔트 장식 문양으로 완성됐다.
우현리 대묘에서는 사실적인 연화 인동 당초문을 볼 수 있는데(도16) 현실 천정 받침에 그려진 3엽 연화문과 구름 당초문은 육조 시대 말기의 맥적산석굴麥積山石窟 벽꽃당초문화와 같은 계통과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이것은 백제25대 임금 무령왕릉武零王陵에서 출토된 왕비두침王妃頭枕(도17)에 그려진 인동 당초문과 우현리 대묘의 꼬리가 길게 뻗친 3엽 꽃의 양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현리 대묘에서는 복판연화문複瓣蓮花紋을 중심으로 당초문이 좌우에 연결되어 있다. 우현리 중묘의 현실 벽화에도 몇 종류의 당초문대가 있는데, 천정 받침대의 상하단에 있는 인동 당초문은 수사(Susa)에서 발견된 채유전(彩釉塼 채색유약을 만든 벽돌, 4~5세기경)의 화문花紋과 그리스 색묘도호色描陶壺의 당초문과 흡사하다.

도16 강서 우현리 대묘에 그려진 꽃당초문



도17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목제채화두침의 문양



사신총의 당초 형식과 가까운 예로는 북위의 감숙성 돈황 천불동 제111동 후벽의 장식그림과 북제北齊 때의 무안현 석굴의 불좌상 광배에 보이는 양식, 그리고 용문 빈양동 본존불 광배 등에서 같은 형식의 당초문을 들 수 있어 팔메트계 당초문이 한국 미술에 영향을 주기까지의 계보系譜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양식 이전의 예로는 스토코의 부조 장식판(浮彫裝飾板, 쿠텐시웬 출토)으로 추정한다. 또 같은 계통의 당초문인 강서 삼묘리벽화(江西三墓里壁畵, 평남 강서군, 6~7세기경)는 같은 후기의 분묘로서 여기에 보이는 당초문은 사신총(四神冢)의 것에 연화문의 형식이 가미돼 더욱 불교적이다. 줄기의 곡선은 더 유려해지고 전기 고분 벽화에서 일반적인 특징으로 나타나는 고사리 손 모양의 잎이 생략돼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하단의 것은 간다라 미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팔메트 당초문과 같은데, 삼국 시대 이후 한국 미술에서의 당초문의 기본 형식이라 할 만큼 즐겨 사용되었다. 환문총 현실 서북쪽에 그려진 건축도建築圖에서도 기둥과 초각대공을 이와 같은 당초문으로 채운 단청 양식을 볼 수 있다. 이 당초문은 하트형(心葉形)의 그리스식 당초로서, 이러한 형식은 경주 금관총과 공주 송산리 1호분에서 출토된 과대(銙帶, 허리띠 장식)의 투조 양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임영주 | 한-명품미술관장

홍익대학교에서 목칠학과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 전문위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한국무형문화예술교류협회 회장이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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