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민화붐 일으키는 작가 – 이혜현

안동 출신의 이혜현 작가는 일본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간사이 지역에서 일본인들에게 민화를 지도하며 한류 회화 부문을 개척 중이다. 작가로서 모국에서 자리 잡기도 어렵건만 일본에서라면 더욱 어려울 터, 오히려 그는 숱한 인내의 시간을 발판 삼아 교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인사동에 잠시 들른 그를 만났다.


회원수만 무려 100여명, 그것도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이혜현 작가가 지도하는 민화반 규모다. ‘무지개노가이(ムジゲの会, 무지개회)’로 통칭하는 이 단체의 회원들은 대부분 일본인으로 이혜현 작가가 수업을 진행하는 간사이 지역(오사카, 고베, 나라, 효고, 나고야)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들이다.
“무지개처럼 고운 색을 내는 모임이란 뜻이에요. 받침 없는 이름이라 일본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쉽고요. 회원 대다수는 50~70대 주부들로 한류팬이예요. TV에서 보던 민화 작품을 그렸다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흐뭇해지죠. 민화는 쉽고 편하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방색의 민화를 보며 ‘어떻게 이렇게 멋진 배합이 가능하냐’며 감탄하세요.”
설립 5년차의 무지개노가이는 오는 10월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첫 회원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11월 오사카 지역 회원들과 소규모 회원전을 열긴 했으나 무지개노가이 전원이 참여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저부터가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생각했고, 회원들에게도 동기부여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일본에서 민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겠지요.”

민화로 받은 위안과 행복, 일본에서 나누다

안동 출신의 이혜현 작가가 일본에서 거주한 지 올해로 20년째, 일본을 온 이유는 오로지 하나 ‘미술을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선 부친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 어릴 때부터 각종 미술대회에서 수상하며 촉망받던 그는 미대 입학을 꿈꿨으나, 보수적인 아버지는 결사반대했다. 그의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 3년 내내 부친을 설득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혜현 작가는 하는 수 없이 일반 대학에 입학했지만, 차마 꿈을 접지 못해 결국 외가친척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부푼 마음도 잠시, 부친의 급작스런 별세로 당장 취직할 수밖에 없었고 미대 입학은 미뤄야만 했다. 힘든 시간 속에서 위안이 되어준 것이 바로 민화였다. 10여년 전 고향에 들렀을 때 모친이 넌지시 민화를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돼 취미 삼아 그렸던 것. 인고의 터널을 지나 이혜현 작가는 2015년 교토조형예술대학 일본화 전공 2학년으로 편입, 지난해 졸업했다.
“일본화를 전공한 이유는 석채나 비단 등을 활용한 고전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예요. 한국에서 미대를 갔다면 한국화를 택했겠죠. 제 작품을 그리며 민화수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저 역시 일본에서 민화를 그려왔고, 한국인으로서 민화수업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류붐이 일며 드라마, 가요, 음식 등 문화를 부담 없이 즐기는 시대가 되었지만 회화 부문은 아직 불모지에 가까워요.”
이혜현 작가는 졸업하기 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 곳곳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한두 명으로 시작했던 민화반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8군데에 달한다. 그가 거주 중인 교토에서부터 수업 장소까지 이동 거리도 만만찮은데다 타국이다 보니 맞닥뜨리게 되는 정서적 이질감으로 고되긴 하지만, 붓을 쥔 일상은 그저 소중하다.
꾸준히 개인전도 열고 있다. 2년 전 교토 박물관에서 개인전 <복을 부르는 한국민화>, 지난해 4월 갤러리한옥에서 일본화 전시 <悲속의 美>를 열어 작품 20점을 완판한데 이어 오는 6월 교토에 위치한 다이몬 갤러리에서 개인전 <令和新飛>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해 새롭게 민화세계를 열어가겠단 포부를 담았다고.
이처럼 민화와 일본화를 넘나드는 그의 시간들은 겹겹이 쌓여 한국과 일본 문화를 잇는 무지개다리가 될 것이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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