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동화 작가 박수지 ‘십장생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다’

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문제는 항상 뜨거운 관심사다. 민화계 또한 그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화의 본질과 범위에 대한 언급은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민화가 응용되어 많은 사람이 친근하게 접할 기회를 반대할 민화인은 없다. 십장생을 모티브로 한 원화 작업을 통해 의류브랜드 캐릭터를 만들어낸 박수지 작가를 만나본다.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박수지 작가는 출판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가 스스로 밝힌 자신의 직업은 일러스트 동화작가. 어린이용 책에 들어가는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삽화에 맞는 줄거리를 직접 구성하는 스토리텔러의 역할까지 막힘없이 해냈다. <치치와 철학자 아빠>, <배추흰나비의 기쁨> 등의 일러스트를 그린 그는, 1995년 출판미술대전에서 신인 부분 대상을 받아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2003년에는 제4회 한국 출판미술상 본상 김영주상을 수상해 출판미술계에서의 견고한 입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의 일러스트는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2007년에 개봉된 최종현 감독의 영화 <어린 왕자>의 에필로그 부분이 박수지 작가의 일러스트로 진행되었다. 4개월간 작업한 그의 작품은 판화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로 생 텍쥐베리의 드로잉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의류 브랜드로 재탄생한 열 가지 신비한 영물

꼬마크
 
올해 박수지 작가는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십장생을 응용한 의류 캐릭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패션 한복 업체 돌실나이에서 내놓은 젊은 세대를 위한 브랜드 ‘꼬마크’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담긴 패션’을 슬로건으로 민화의 단골 소재인 ‘십장생’을 귀엽고 친근하게 재탄생시켰다. 박수지 작가와 돌실나이 김남희 대표와는 국민대학교 동문으로 사석에서 의류 디자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박수지 작가는 전통문양이 들어간 티셔츠를 보면서 그대로 쓰기보다 캐릭터화하여 사용한다면 더욱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남희 대표는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십장생을 활용한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거북산과 불로초 아이스크림이 탄생하기까지

꼬마크십장생을 응용해 의류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면서 지녀야했던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기존의 의미를 탈피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오래 사는 열 가지’라는 십장생의 기존 의미만으로는 흥미를 끄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특히 10대와 20대를 메인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다보니 장수라는 상징만 가지고는 충분히 어필할 수가 없었어요. 친근감 있게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죠.”
거북이 등이 무지개가 되고, 다시 무지개가 산이 되어 그 산에 사슴이 놀러오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더니 거북산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생겼다. 불로초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민화의 십장생도에는 불로초가 영지버섯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 원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박수지 작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했다. 그렇게 불로초로 만든 아이스크림 캐릭터가 탄생했다.

민화 소재 변용한 생활소품을 기대하며

꼬마크박수지 작가의 원화 작업과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이상환 소장의 패턴화 작업을 거쳐 탄생한 꼬마크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지만 중장년 층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었지만, 디자인 자체가 유치하지 않고 고급스러워서 오히려 젊은 층이 소화하기 어렵겠다는 우려가 나왔을 정도다. 아직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의류업계에서는 한복의 현대화 작업에 대한 새로운 해답으로 이번 십장생 프로젝트를 주목한다.
박수지 작가 개인에게도 이번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힘든 만큼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민화의 단골 소재들을 우리 생활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식탁보와 같은 다양한 생활 소품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색다른 캐릭터로 재탄생시킨다면 대중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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