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회화에서 중요한 모사模寫는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인사동 전통미술 아카데미에 개설된 문화재수리기능 모사공반은 문화재 보존을 위한 모사작업을 통해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동덕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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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전통미술 아카데미는 동덕여자대학교 미술관이 주최하고 동덕아트갤러리와 (주)아트게이트가 주관하는 전문 교육프로그램으로, 전통미술의 바탕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해당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서울 인사동 동덕빌딩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운영되었으며, 현재 민화실기, 문화재수리, 표구표장 등 7개 강좌가 있다.
2020년도 인사동 전통미술 아카데미의 문화재수리기능 모사공반(이하 모사공반)은 송지은 강사가 다년간에 걸친 모사 경력을 바탕으로 모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전공자 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8개월(주 1회 3시간) 동안 정규반 수업이 진행되며, 정규반 이수자에 한해 실전모의고사반 수업이 10주간 진행된다. 이번 학기부터는 김민 국민대 문화재보존수복학과 겸임교수가 재료학 이론 수업을 맡으며, 모집 상황에 따라 개강할 예정이다.

전통 그림의 재료기법을 체계적으로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문화재 수리 공사현장에서 기능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모사공을 포함해 24개 종목이 있으며, 문화재청이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연 1회 시행하는 자격시험(실기와 면접 병행)에 합격해야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다. 시험 응시자격에는 제한이 없지만, 매년 20명 미만으로 선발되는 편이다.
송지은 강사가 지도하는 모사공반은 2018년에 3명, 2019년에 4명, 2020년에 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모사공반 출신 합격자가 전체 합격자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합격률이 높다. 덕분에 모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동덕여대 회화과 수업 내 자체 운영하며 시작된 모사공시험대비반을 인사동 정기강좌로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그러나 송지은 강사는 모사공반의 수업 목적이 단순히 자격증 취득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규반 수업은 모사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능력, 즉 고전회화의 재료에 대한 지식과 기법을 올바르게 습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사공 자격증이 도입된 계기도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고 문화재 수리현장의 부실시공 방지와 복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였죠. 문화재를 다루는 모사 전문가라면, 겉모습의 재현보다 중첩된 안료층의 내부 구조처럼 작품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분석해 제작 당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원작의 가치를 계승해야 합니다.”
모사공반 교육과정은 슬라이드 강의와 모사시제를 통한 실험실습,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강생들은 6주 단위로 심화 과정을 거쳐 한지, 비단 등 바탕재와 아교포수를 이해하고, 안료의 용법과 기법적인 연구를 통해 민화, 초상화, 불화, 수묵화 등 다양한 장르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근대에 개발된 합성안료인 일본산 수간분채가 아닌, 모사에 적합한 유기안료 및 무기안료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 관건이다. 과정이 마무리될 때쯤 실제 시험과 같은 조건에서 훼손되거나 변색된 부분까지 모사한 작품으로 결과보고전을 연다.
모사공반 실기를 맡은 송지은 강사는 동경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회화 보존수복) 전공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2011년부터 남이웅초상, 고구려고분벽화안악3호분, 아미타내영도 등 국내 문화재 보존수복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직접 모사한 보존수복 사례를 기반으로 수업 자료를 준비해 수강생들의 강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그녀는 지난 학기 수강생 중 재료기법을 공부해 작품 제작에 응용하려는 민화 작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도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되는 동양화재료기법을 배우려고 유학하다가 모사공의 길에 들어섰어요. 물론 작가들의 창작을 위한 모사와 문화재 원형보존을 위한 모사는 방법이 다릅니다. 하지만 재료기법은 두 분야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상통합니다. 모사공 수업을 통해 아교포수를 하는 이유, 안료층에 따른 발색의 차이 등 평소 궁금했던 내용들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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