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제6회 개인전 – 과거의 욕망, 오늘에 오버랩되다

앞 장면이 사라지면서 다음 장면이 겹쳐 나오게 하는 영화 기법인 오버랩(overlap).
이지현 작가는 비단에 진채라는 전통 매체를 사용하여 과거와 오늘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킨 독창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그녀의 ‘몽타주’ 연작을 한데 모은 전시가 9월 17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새롭게 개관한
갤러리 오 스퀘어에서 열리고 있다.


이지현 작가가 여섯 번째 개인전 을 지난 9월 17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오 스퀘어(Gallery O Square)에서 개최했다. 전시에서는 아트토이(Art Toy)의 대명사 베어브릭(Be@rbrick, 곰과 브릭의 합성어)과 민화의 책거리를 소재로 제작한 연작 19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이어지며, 몇몇 단체전에서 공개했던 작품을 종합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른 문화가 등장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공통점이 알고 싶어 몽타주 작업을 시작했어요. 대학원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작품의 표현방식이 아닌, 인간 본연의 욕망이 공통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오버랩 기법을 모방하게 되었죠.”
전시제목으로 쓰인 몽타주(montage)는 프랑스어로 편집이라는 뜻이다. 건축, 영화, 사진, 미술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어 왔다. 작가에게 몽타주란 어떤 의미일까.
“몽타주 연작의 핵심 소재는 다양하게 디자인된 베어브릭이에요. 베어브릭은 각박한 현실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벼운 재미를 주고, 포근한 위로를 건넨 키덜트(Kidult) 문화의 대표 사물이죠. 새로운 안식처가 된 대중문화현상에서 현대인의 초상을 발견했고, 오랫동안 이어져온 감성적 경험을 해체·조립해 작품에 투영시켰습니다.”
이 작가가 몽타주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이중겹구조’라는 독특한 표현기법과도 맞닿아있다. 그녀는 이중겹구조 화면 속에서 민화와 현대미술의 이미지를 충돌시킴으로써 새로운 시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대표작인 을 비롯해 서책 위에 캠벨수프 통조림과 베어브릭을 올려놓은 , 배경에 패턴(Pattern)화 경향을 보인 ,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독창성을 확보하는 전통채색화 기법

이지현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민화의 책가도에서 영감을 받아 2000년도 초반부터 송창수 작가에게 전통민화를 배웠다.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전통진채를 전공하면서 디지털 프린팅을 접목한 이중겹구조로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갔고, 앤디 워홀 (Andy Warhol)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이 보여준 팝아트 디자인과 민화의 모티프를 차용해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나타냈다.
“깊이 있는 색감을 얻기 위해 비단의 앞뒷면을 오가며 채색을 반복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었죠. 비단과 디지털 프린팅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고, 포개어진 화면을 유지하는 액자를 제작할 때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전통채색화 기법인 배채법과 배접을 응용한 이중겹구조는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과 더불어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이중겹구조가 연출하는 유기적 연속성 안에서 전통과 현대가 하나의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예술이 된 장난감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전통민화와 현대미술의 상징체계를 조합한 이지현 작가. 그녀는 소재의 차용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미술을 이끄는 한국 작가의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줄 것이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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