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동덕여대 민화학과 석사청구전 <한 숨, 쉬어가다>

꽃으로 써내려간 편지

너른 여백과 오밀조밀 피어난 꽃송이들이 가만히 이야기를 건넨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언제나 네 편이라고. 이지연 작가는 힘든 시기 민화를 그리며 얻었던 위로와 용기를 꽃으로 새롭게 피워냈다. 지난 4월, 그의 석사청구전이 열린 동덕아트갤러리를 방문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너른 마당 위로 수줍은 듯 고개 내민 꽃과 나무들. 색색의 꽃잎 사이로 행복과 추억도 새록새록 피어난다. 꽃과 나비를 즐겨 그려온 이지연 작가가 지난 4월 5일(수)부터 4월 10일(월)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학위 청구전 <한 숨, 쉬어가다>를 열고, 화접도와 화훼도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골목이나 산책길 등 일상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꽃 한 송이에 발길을 멈추곤 하죠. 꽃이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꽃에 얽힌 추억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저에겐 민화가 꼭 그랬어요. 힘들 때에도 늘 옆에서 꽃을 피우고, 새 잎을 돋우며 제가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쉴 수 있도록 해줬거든요. 소소하지만 소중한 그 시간을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자 했습니다.”
주요 작품 ‘한 숨 쉬어가다’ 시리즈는 작가의 집 앞 작은 마당이나 농장에 심겨진 꽃과 나무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일례로 수국, 등나무, 괴석 등에는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개척해가는 두 아들, 소담한 패랭이에는 소녀 같은 친정어머니, 탐스런 모란에는 꽃과 똑 닮은 시어머니, 소나무 둥치 밑 도라지에는 그 꽃을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 개나리, 상사화 등을 소품 형식으로 심플하게 그려낸 ‘일기장 시리즈’에서도 작가가 담담히 써내려간 그날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과감한 여백과 파스텔톤의 단아한 색감이 특징인데, 각종 꽃·나무·새·나비 등 다양한 길상문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명징한 오방색으로 장식적 효과를 극대화한 전통 화접도나 화조도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지연, <너를 위해 비워둔 자리>(한 숨 쉬어가다), 2023, 순지에 수간분채, 87×180㎝



“늘상 바쁘고 각박한 시대에 그림을 통해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마련해드리고 싶었어요.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여백을 두어 숨통을 틔우려 했지요. 비를 피해 우연히 전시장에 들르신 한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생각지도 못하게 전시장을 방문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도록을 다시 넘겨볼 때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쉬게 된다’는 메시지를 남겨주셨거든요. 그림으로 전하고픈 마음이 통했구나 싶어 기뻤어요. 저에게는 정말 최고의 찬사였죠.”
한편, 이지연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과정,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 전통색채연구과정을 수료했으며 (사)한국민화협회 홍보이사, 창연민화연우회 회원, 한국전통채색화협회 회원이다. 제15회 대한민국민화공모대전 특별상 및 우수상, (사)한국민화진흥협회 전국민화공모대전 특별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2021년 공간무무재에서 초대전을 개최했다. 민화의 천진한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는 이지연 작가는 언젠가 그 역시 동심의 경지에 다다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마음을 비워내는 것까진 간신히 한 것 같아요. 유명한 옛 민화처럼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는 단계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지요. 질리도록 꽃 그림을 그리면서 수 천 번은 연습해야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단 걸 깨달았거든요(웃음). 민화를 그리는 순간순간이 좋을 뿐이지, 큰 욕심은 없어요. 언젠가 일기 쓰듯 그린 그림과 메모를 모아 에세이집도 내고, 미술작업을 하는 두 아들과 함께 가족 전시도 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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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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