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본뜨고,
희망을
바림하다

민화에 폭 파묻힌 동안 지내온 꿈결 같은 순간들….
정승희 작가는 작가로서 숱한 밤을 새워가며 붓을 잡았고
故 김만희 민화장民畵匠의 전수조교로서 민화의 역사를 좇아
두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료를 수집했다.
척박했던 환경에서 고될 법도 하건만 포기하기는커녕,
나날이 불타오르는 열정을 동력 삼아 민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그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기 때문이지요.”
정승희 작가는 1991년 일본 지자체 등 스무곳 가까이 후원한 행사에서
초대전을 진행해 이틀만에 작품을 완판한 이후 베트남, 일본, 벨기에,
헝가리, 미국, 호주 등 해외 곳곳에서도 활발히 우리 민화를 선보였으며
1992년 민연회民緣會를 설립해 소중한 인연과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가꿔왔다.
전통에 심혈을 기울여온 그이기에 시대적 변화도 기꺼이 받아들여
2001년에는 원로급 작가들과 일찍이 한국민화창작회를 설립,
제2대 회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맡고 있던 수업들을 하나둘 후학들에게 넘기며
몸과 마음이 한층 홀가분해진 그다.
비워낸 그 자리에 또 새로운 인연이, 설렘이 깃들리라.
내후년에는 민연회 30주년 기념 회원전이 예정돼 있다며
활짝 미소 짓는 정승희 작가,
민화는 그의 천생인연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