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제2회 개인전 <벽화, 신과 함께>

신神은 언제나 당신 곁에

흙을 반죽해 말리고, 균열이 생기면 다시 흙으로 메우고…벽화 기법은 여간 수고로운 작업이 아니지만, 이정희 작가는 이를 끝까지 고수했다. 건조된 흙판 속 균열에서, 또 이를 매끈히 메워가는 과정에서 삶 속 균열을 채우고자 분투하는 인생의 단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스페인 세르비아 광장을 둘러보는 여신선과 동자, 오리배 사이를 유영하는 신선들, 스타벅스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서왕모…일견 ‘신神’은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 같아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늘상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신을 발견한다면 하루하루가 경이로운 축복의 연속일 터. 그래서일까, 건식 벽화 기법으로 완성된 이 작품들은 초월적 존재를 보여주듯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는다.
“벽화 속 균열을 바라보며 우리와 함께 하는 신의 존재를 떠올렸어요.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균열을 다양한 방식으로 메우려고 노력하잖아요. 균열을 메우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수많은 균열만큼이나 신들도 다양하지 않을까요. 작업을 위해 흙판을 건조하며 균열을 만들고, 이를 메우거나 조각하는 과정이 신과 만나는 시간이자 기도라 생각했습니다.”
지난 12월 21일(수)부터 12월 26일(월)까지 동덕아트갤러리 A, B홀에서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청구전 겸 두 번째 개인전 <벽화, 신과 함께>를 개최한 이정희 작가는 벽화 기법에서 우리네 삶을 발견했다고 회상했다. 여기서 그가 차용한 ‘건식 벽화 기법’이란 바탕재가 마르고 나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뜻한다. 작업판에 흙을 올려 건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균열이 생기는데, 이를 다시 흙으로 메우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표면이 매끈히 건조되면 비로소 채색 작업에 들어간다. 바탕 작업만 열흘 가까이 소요될 만큼 만만찮은 작업이지만, 흙이 지닌 물성과 과감한 컬러가 어우러져 유니크한 분위기를 선보인다.


이정희, <잎은 얘기한다> 부분, 건식벽화 기법, 각 80×40㎝



주요 작품 <신과 함께Ⅰ>은 스페인 세르비아 광장을 여행하는 모자母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와 아이의 깊은 연대감과 더불어 ‘여행 속에서 우연히 스치는 사람들 모두 신과 같은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다른 주요작 <잎은 얘기한다>에서는 나뭇잎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꽃과 나무에 가려 덜 주목받긴 하지만, 잎은 언제나 우리의 그늘을 자처하며 고단한 이들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무심히 지나치곤 하지만 잎들은 나지막이 속삭인다. ‘신과 같이 우리도 늘 당신 곁에 있다’고.
이정희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신이 언제나 곁에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작업을 하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면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들이 저에겐 신이었으며 고마운 안내자였습니다. 작업은 고단했지만, 마음가짐을 다잡고 새로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한편, 이정희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 과정, 가회민화아카데미 16기 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서울 단디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바라봄>을 개최한 바 있으며 현재 (사)한국민화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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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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