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 평생도 초본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평생도 초본이다. 평생도는 현대의 생활상과 동떨어져 있어 잘 그려지지 않는 주제이지만, 이 초본을 살펴보는 시간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모습을 민화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평생도는 어떤 그림인가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평생도平生圖 초본이다. ‘평생도’라는 명칭은 근대 이후에 붙여진 명칭이며, 18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풍속화의 일종이다. 이 그림은 사대부가 겪게 되는 경사慶事와 부귀영화를 시간 순으로 그린 그림으로, 평생의례平生儀禮와 관직 생활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때 혼례와 장원급제 등 경사만을 그려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이유는 평생도 대부분이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사대부들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본의 구성

평생도 초본은 도1에 보이는 장원급제창방壯元及第唱榜, 정경출입광경正卿出入灮景을 포함해 현재 총 5폭이 남아있다. 이 초본은 화선지에 그려져 있는데, 종이 섬유를 발로 떠서 한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簾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초본의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화면에 얼룩이 있지만, 화면은 훼손되어 있지 않다. 또한 각 그림 위에는 그림의 순서와 주제가 연필로 기록되어 있다.
도2의 연못 속 연잎 부분을 살펴보면 연한 선 위에 진한 선이 덧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초본은 연필로 그린 선을 따라서 먹선을 그린 초본이다. 화선지 위에 그린 연필 선은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선 위로 채색을 해도 연필 선이 나타나기 때문에 연필은 완성작을 만들 때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초본은 작품을 그리기 전에 완성된 초본, 즉 정초본正草本을 제작하기 위해 그려진 초본으로 볼 수 있다.

사라져 가는 평생도

평생도는 한국 사람들이 당시 원하는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는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도는 현대 민화 작가들이 잘 그리지 않는 주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평생도 속의 삶이 현재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귀영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민화는 인간의 욕망을 그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로 표현해왔다. 이제 현대 민화 작가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지금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평생도를 그려야 한다. 그리고 민화가 ‘민중들의 소망’에서 자생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