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나 교수의 고사인물화 해설- 관폭도觀瀑圖

계곡의 서늘한 그늘이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바위에 홀로 앉아 힘차게 떨어지는 절벽에서 바라보는 것, 얼마나 멋진 피서법인가? 무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구경, 바로 폭포 구경이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관람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 ‘관폭도’는 전통 회화에서 인기 있는 그림 주제였다. 그런데 관폭도는 단순히 시원한 물구경이 아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상詩想이 담겨있는 시의도詩意圖이기도 하다. 민화에 담긴 ‘폭포 구경’을 구경해보자.

– 글 유미나(원광대학교 교수)


이백이 바라본 여산폭포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 701-762), 그는 고사인물도에 자주 등장한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백이 술에 취한 모습을 그린 ‘취옹도(醉翁圖),’ 이백이 채석강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모습을 그린 ‘태백착월도(太白捉月圖),’ 이백이 고래를 타고 승천하는 장면을 그린 ‘이백기경도(李白騎鯨圖)’가 있고, 이 외에도 이백의 시를 주제로 한 그림이 여럿 있다. 이백의 시 중에 그림으로 가장 많이 그려진 것이 ‘여산폭포를 바라보다’는 뜻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라는 시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바로 관폭도의 주제이다.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피어나고,
遙看瀑布挂前川 멀리 폭포는 긴 강을 매단 듯하네.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 쏟아 길이 삼천 자,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 듯하네.

수평으로 흘러가는 강물을 수직으로 매달아놓은 듯하다는 표현이 참으로 기발하고, 삼천 자 높이에서 곧장 떨어지는 물줄기가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하다는 구절 또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송나라 때의 문호 소식(蘇軾)은 여산폭포를 읊은 시 중에서 이백의 이 시를 능가할 작품은 없다고 했다.

여산을 유람한 수많은 시인묵객들

여산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에 위치한 산으로 예로부터 명승지로 손꼽히던 곳이다. 중국에서는 4대 피서지 중 하나로 꼽히는데, 특히 양자강 중하류 지역으로서는 드물게 서늘한 기후를 지녔고, 수목이 우거져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여산은 예로부터 무수한 시인묵객들이 방문하여 자취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기원전 126년 사마천이 여산을 오른 이래 여산에 대해 쓰여진 문학 작품은 4천 수 이상을 헤아린다. 동진 시대의 도연명은 여산 기슭에 살면서 이를 배경으로 창작을 하였는데, <음주 20수> 시에서 읊었던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 마음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구절은 바로 여산을 가리킨 것이었다. 당나라 시인 이백 또한 여산을 다섯 번이나 찾았으며 14수의 시가(詩歌)를 지었는데 위에서 소개한 <망여산폭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애송된 작품이었다. 송나라 시인 백거이는 이곳에 여산초당을 짓고 <여산초당기(廬山草堂記)>를 지었고, 소식 또한 여산을 열흘 동안 유람하며 시를 지었다. 소식의 <서림사 벽에 적다(題西林壁)> 중의 다음 구절이 특히 유명하다.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 단지 내 몸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

여산을 유람한 소식은 같은 산봉우리라도 보는 위치,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인다며, 이처럼 여산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자신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물의 객관적·전체적 모습을 파악하려면 한 발 떨어져서 보아야 할 것이다. 소식은 여산을 노래하며 그 속에 세상의 이치를 담았다.
그런데 ‘여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또 있다. 동진시대의 승려 혜원(慧遠, 334-416)이다. 혜원은 태원 9년(384년) 여산에 들어와 동림사東林寺를 세우고 평생 이 곳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인물로 그 유명한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중인공이다. 호계는 여산에 있는 계곡 중 하나인데 혜원이 손님을 배웅하며 이곳을 지나면 호랑이가 울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호계삼소’는 혜원이 보통 손님을 배웅할 때면 호계를 넘어가지 않았는데, 한 번은 도사 육수정(陸修靜, 407-477)과 시인 도연명(365-427)을 배웅하면서 셋이서 이야기에 열중한 나머지 호계를 지나쳐 버렸다고 한다. 세 사람이 이 때문에 크게 웃었다는 고사를 말한다. 호계삼소의 고사는 육수정의 생몰년을 따졌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 고사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점은 확실하다. 이를 주제로 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 듯한 장관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여산직면廬山直面>(도1)은 다섯 폭으로 이루어진 병풍 중의 한 폭이다. 화제畵題로 쓰인 ‘여산직면廬山直面 비천폭포飛天瀑布’는 여산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날을 듯 떨어지는 폭포를 뜻하지만, 이백의 <망여산폭포>에서 사용된 시어詩語가 조합된 구절이기도 하다. 그림 중에 폭포는 화면 상단부터 수직으로 떨어지고, 근경의 바위 위에 이를 감상하는 인물이 앉아 있다. 소나무의 잎을 담청색으로 처리하여 수채화와 같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두 번째로 감상할 작품 <관폭도>(도2)는 정방형에 가까운 화폭에 수묵담채로 그려졌는데 화면의 좌측 상단에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 듯하네(疑是銀河落九天)’라고 한 이백의 시구절을 적었다. 다소 거친 필치로 높은 산과 단애斷崖로 떨어지는 폭포를 그렸고, 우측 하단의 바위 위에 이를 감상하는 인물이 간략하게 묘사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여산완폭廬山玩瀑>(도3)은 ‘소석초부小石樵夫’라는 호를 사용하는 작가의 그림이다. 10폭 병풍 중의 하나인데, 제목을 여산의 폭포 구경이라 하였고, 이어서 ‘높은 곳을 힘써 기어 올라가니 삼천자 폭포 떨어지는 장관이 있구나(努力躋攀有三千尺飛流壯觀)’라는 제발을 적었다. 수묵과 청색의 담채를 사용하여 간략하게 묘사하였는데 ‘Y’ 자를 이룬 폭포의 형상은 도식화 경향을 보여준다. 근경의 바위 위에 한 사람은 앉아 있고 한 사람은 뒷짐 지고 서서 폭포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개인소장의 <여산완폭>(도4)은 원형으로 그려졌는데 같은 구성을 보인 작품이다. 제발에 ‘고찰에서 드문드문 들려오는 종소리, 밖에는 폭포 떨어지는 장관이 있네(古寺踈鐘外有飛流直下之壯觀)’라 쓰였다. 화면 중앙의 산등성이에 사찰의 전각과 탑이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관폭도>(도5)는 8폭 병풍 중의 하나인데, 화조도 네 폭과 고사인물도 네 폭으로 구성되었다. 고사인물도로는 강태공, 도연명, 임포의 고사를 그린 그림이 포함되었는데, 수묵의 산수 표현에 붉은색과 청색으로 진하게 채색을 가한 인물과 녹색을 사용한 수목이 표현되었다. 그림에서 폭포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은둔한 선비이니, 초야에 묻힌 현자를 초빙하고자 깊은 산 속으로 사신이 찾아온 모습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관폭도, 여름날 와유(臥遊)의 무대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며 흩어진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무지개빛으로 반짝이고, 떨어진 폭포에서 물보라가 일어 계곡을 채운다. 여산폭포의 장관에 감탄한 이백은 이를 신선의 경개에 비유하였고, 이 물이 세상의 먼지를 모두 씻어버릴 것이라 하였다. 올여름 마땅한 피서 계획이 없다면 관폭도를 걸어놓고 와유臥遊함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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