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명화, 사랑의 책거리

도1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그림은 저 멀리 프랑스 기메Guime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크기는 세로 63.5cm, 가로 34.5cm로 그리 크지 않은 그림이다. 오직 두 폭만이 남아 있어 애석하다. 색조도 은은하고 색의 대비가 아름답고 구성도 나무랄 데가 없이 완벽하다. 이것은 사대부의 그림도 아니요, 우리가 흔히 민화라고 부르는 양식도 아닌 전혀 새로운 개념의 그림이다. 이제부터 그림에 숨겨진 상징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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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 박물관 소장 책거리에 담긴 이야기

이 책거리 작품(도 1)을 실견하지는 못했으나, 처음 사진으로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색채는 차분하고 대비도 아름답고, 구도도 훌륭하였다. 두 곳에 책갑이 있으므로 책거리라고 부르나 다른 책거리와 매우 다른 점이 있다. 책거리는 대개 만병과 함께 어울리는데 여러분은 만병을 충분히 익혀 왔으므로 왜 함께 있는지 그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고전이므로 인간의 지혜가 압축된 진리의 세계요, 도道의 세계이니만큼 생명생성의 근원이다. 만병은 이제 다 알다시피 역시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함께 있어서 더욱 고차원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두 곳에 책갑 세 개가 중첩된 책거리와 평상 위에 여인의 옷이 함께 벗어놓은 채 있고, 바느질하다가 말았는지 자와 가위, 반짇고리가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여인의 신발과 편지를 쓰려고 먹을 갈다가 그대로 둔 벼루, 먹이 채 마르기도 전이어서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이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촛대는 바느질을 하든, 독서를 하든 필요한 것인데 촛불도 꺼져 있으니 바느질도 독서도 할 수 없다. 사랑방 같기도 하고 안방 같기도 한데 그것은 따져서 무엇하랴!
그림에서 보이는 평상을 침구로 삼고 베개와 갈색 요와 검은 색 이불이 중첩되어 있으며 그 위에 여인의 저고리와 치마가 축 늘어지지 않고 생기 있게 걸쳐 있다. 그런데 치마저고리는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끝자락은 바람에 날리는 듯한데, 이것은 불화의 여래나 보살의 그림에서 천의가 날리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과 같아서, 사람은 없지만 벗어놓아도 사람으로부터 발산하는 영기를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저고리에는 하얀 동정과 자주색 깃이 있는데 저고리에는 이른바 영기문이 가득하다. 꽃잎모양은 길고 날카로운데 중첩하여 피어나는 듯 영기꽃의 확산 개념을 강력하게 나타냈다. 원래 저고리에는 그런 무늬가 없다. 그러나 이 그림은 현실의 세계가 아닌 영화된 세계이므로 저고리에 역동적인 영기문을 그려 넣을 수 있다. 줄기에서는 면으로 된 제1영기싹이 돋아나고 끝에서 힘차게 발산하는 끝이 뾰족한 잎들이 촘촘히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영기꽃이다.(도 2) 줄기는 역시 영기문으로 제1영기싹 영기문을 면으로 표현했으므로 영기문이 틀림없다. 노리개가 길게 늘어져 있는데 역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노리개다.
평상의 다리를 보면 과장된 영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상에 남녀가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남녀, 즉 양과 음의 조화, 즉 사랑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특히 평상을 심하게 영화시켜 밑 부분과 다리를 과장하여 크게 굴곡진 영기문으로 되어 있고 다리 끝은 제1영기싹 모양으로 매듭짓고 있다.(도 3) 평상 뒤쪽에는 평상 위에 바늘, 실, 골무, 가위, 자, 헝겊 따위의 바느질 도구를 담는 그릇인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 반짇고리가 있는 것을 보면 안방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짇고리 안에 오색실로 감싼 가위가 있고 반짇고리에 걸쳐 검은색의 긴 자가 있다. 크게 붕긋한 두 개 모양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바늘꽂이일지도 모른다.(도 4) 그 너머로 평상 끝에는 따로 책갑이 또 있는데 촛대 옆의 책갑과 비교해 보면, 책갑이 네 개쯤 쌓여있는 듯하다. 책거리에는 항상 만병들이 예외 없이 함께 나타난다. 단지 기물이 아니다. 접시도 만병의 성격을 가진다. 접시 안에는 보주를 상징하는 은행 씨앗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니 만병임에 틀림없다.
은행은 혈관계 질환을 예방, 혈액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는 ‘장코플라톤’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여러 독소를 제거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전을 없애 혈액의 노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천식이나 기침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으며 각종 비타민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 노화방지,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비타민A, B1, B2, B6 등이 풍부하고 혈전 생성을 예방하는 플라보노이드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만병 안에 넘치도록 담아놓은 은행은 사랑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해주는 묘약이기도 하다.
촛대는 영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디마디마다 보주가 있어서 보주로부터 위로 옆으로 촛대의 부분 부분이 생겨나는 모양이다.(도 5) 그러다가 둥근 보주 위에 연꽃 모양이 있는데 불교미술 조형에서 가장 중요한 씨방을 감싼 연꽃잎 같은 것이 있다. 그 끝에서 제3영기싹이 활짝 펼쳐진다. 그리고 양쪽으로는 긴 제3영기싹이 탄력 있게 뻗어 올라가고 그 위에 역시 접시 모양의 만병이 화생한다. 등잔도 그릇이므로 만병이다. 만병 안에는 초를 고정하는 둥근 장치가 있는데 그 표면에도 제2, 제3영기싹 영기문이 전개하고 있다. 지금은 촛불이 꺼져 있지만 원래 연속적인 영기화생이 이루어지다가 빛이 화생하는 형국이다. 굵은 초가 꽂혀 있는데 촛불은 꺼져 있다. 이처럼 촛대도 갖가지 영기문으로 만들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면 그런 촛대를 볼 수 있다. 빛을 내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영기화생하는 광경이니 마땅히 영화시켜야 한다.
책갑을 가까이 보자.(도 6) 맨 위의 책갑에는 아무 영기문도 없다. 그러나 책갑의 측면에는 중앙에 제1영기싹을 붕긋붕긋하게 만든 조형이 네 개 모여서 순환하고 있다. 곡선으로 된 태극 같기도 하다. 주변에는 단편적인 영기문들이 있다. 구름이 아니다. 중앙의 영기문은 불화에서 보면 여래의 정수리에서 솟아 나오는 영기문이다. 그다음 맨 밑의 책갑 측면에는 육각수문이 연접하여 있다.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을 상징한다. 귀갑문龜甲文이라고 쓰면 올바르지 않으니 일본 사람들이 잘못 이름 지은 것을 따를 필요가 없다.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강력한 영기가 발산할까? 물론 동양의 고전들일 것이다. 책 이름을 써넣지 않은 것은 시선을 사랑의 장면에 집중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방바닥에는 가죽으로 만든 운혜雲鞋 신발이 고급스러워 상류사회의 방이 틀림없다.(도 7) 그런데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지 않고 황겁히 벗어놓은 상태. 바로 옆에는 벼루가 있는데 일월日月 벼루이고 먹에는 ‘十長春’이라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춘색春色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먹이름이다. 연적은 물론 복숭아 모양일 테지만 붕긋붕긋 부풀게 하여 놓으니 여느 복숭아 연적과 형태가 다르다. 즉 만병에 물 혹은 대생명력이 가득 차서 터질 듯하다. 연적을 영화시킨 것이다.(도 7)
이처럼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 책거리라고는 하나 너무 비중이 작아 책거리라고 할 수는 없으면서도 ‘책거리’의 범주에 드는 것은 틀림없다. 진리의 말을 적은 서책들이 두 곳에 책갑으로 쌓여 있으며, 그 글을 읽고 마음의 수행을 쌓고 연적에서 물을 따라 벼루에 먹을 갈아 글을 쓰고 편지도 쓰는 선비의 방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된 촛대는 글을 읽을 때도 필요하고 마나님이 바느질을 할 때도 필요한 공용의 촛대다. 선비의 방인가 하면 마님이 쓰는 안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묘한 결합이다.
봉투 역시 혼란스럽게 두 개가 엇갈려 있다.(도 8) 피봉皮封에는 솜씨 좋은 글씨가 있어서 이 그림을 풀어낼 수 있는 열쇠가 있을지 모른다. 이 집 주인은 승지를 지낸 박朴 씨임을 알 수 있다. 굳이 해독하자면, 다음과 같다. <발신 수신> 지명에 평平자가 들어가는 고을의 수령이 박 승지에게 올린 서간인 것이다. 승지는 조선시대에 승정원에 딸려 왕명의 출납을 맡아보던 정삼품의 당상관이므로 이 그림은 혹 박 승지의 청으로 그려진 그림인지도 모른다. 사랑방인지 안방인지 확인할 수 없도록 그린 묘한 그림이다.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화가가 그런 효과를 노렸다면 참으로 고차원의 세계이다. 그런데 남자의 옷은 왜 없을까. 생각할수록 혼란만 일어나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매우 중요한 점이다. 만일 남녀의 옷이 모두 있다면 너무 노골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거리라는 범주에 드는 그림에 남녀의 영화된 행위가 첨가되어 화면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진리의 말을 적은 서책이 만물생성의 근원이고, 물이 가득 든 연적 역시 만병의 성격을 띠어 만물의 근원이며, 여기에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만물이 생성된다는 형이상학적 조형들과 상징이 마치 현실처럼 조화롭게 표현되었다. 이 그림에는 분명히 인간이 등장하고 있으나 숨겨져 있다.
그리고 한 화면의 바탕은 하늘과 땅을 모두 표현하고 있다. 맨 밑 부분은 짙은 황색이고, 다음은 연이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태극무늬로, 그다음은 다시 짙은 황색, 맨 위는 다시 연이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태극무늬로 구성되어 있다. 연이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태극무늬는 만卍자 무늬가 아니다. 동서고금 문명이 생겨나서 얼마 안 되어 곳곳에서 성립된 보편적 영기문이다. 바로 ‘연이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태극무늬’에서 이 그림의 모든 주제가 화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연재에서 다룬 그림들이 모두 영화된 세계를 다룬 것이므로 이 남녀의 행위 역시 영화된 행위인 것이다. 그 행위를 은유적으로 격조 있게 표현했다. 이 그림은 민화가 아니다. 승지가 궁중화원에게 부탁하여 그려 받은 훌륭한 그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한국회화사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위대한 그림이기도 하다.

사랑과 진리와 만병이 어우러진 영화의 세계

이 책거리와 비슷한 작품을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도 9) 이 작품은 그림 한 폭에 병풍을 그려 넣었는데 병풍 그림이 표범 가죽이다. 흔히 호피虎皮라고 하는데 표피豹皮라고 해야 한다. 민화 책을 보면 호랑이와 표범을 구별하지 않고 있는데 엄연히 구별해야 한다. 그 병풍 앞에 용으로 머리를 장식한 횟대가 있고 그 위에 여인의 옷가지가 여러 벌 걸쳐 있다. 모두 옷 끝에 털이 달려있고 특히 검은 남바위가 걸쳐 있는 것을 보니 밖은 매우 추운 겨울 날씨인가 보다. 바닥에는 책갑들이 있는데 ‘古文眞寶’라고 쓰여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반드시 여러 가지 만병이 있다. 화로도 있고 영기꽃(모란이 아니다)을 꽂아둔 만병도 있으며 요강도 있다. 요강도 만병이다! 책갑 위에는 복숭아 모양 연적도 있다. 거문고도 세워져 있다. 추운 겨울, 아마도 병풍 뒤에서 사랑의 행위가 이루어지고, 진리의 책갑, 만병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영화된 세계를 펼쳐 보인다.

불가사의하고도 고귀한 사랑의 힘

그런데 이 책거리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책거리와 만병과 사랑이 만물생성의 근원으로 함께 잘 어울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사랑이 주제여서 그런 모티브가 크게 부각되어 있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머니의 자식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 아버지의 무뚝뚝한 사랑, 하느님이나 부처님의 중생에 대한 자비심,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 그러나 부부의 사랑만큼 소중하고 위대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부의 사랑을 고된 세속에서 오히려 승화시킨다면 더 위대한 사랑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서로 처음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일생 중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의 하나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이 우주의 어느 힘도 방해할 수 없는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랑에도 수많은 차원의 사랑 행위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주를 들고 있는 관음보살의 중생에 대한 사랑을 가장 고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남녀의 사랑 특히 부부간의 사랑이야말로 성격이 다른 고귀한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단지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이 함께할 때 숭고한 행위가 될 것이다. 사랑도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불가사의한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의 기적’이라 말한다. 부부의 사랑이 원만할 때 그 밖의 모든 사랑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묘약妙藥’이란 어느 경우나 해당될 것이다. 사랑은 그 어느 고통이나 죽음까지도 영화靈化시킬 수 있는 영약靈藥이다. 약사여래의 약 항아리가 ‘보주’로 변하는 까닭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평생 걸려 보주라는 것을 처음으로 그 성립과정을 밝히고 그 진실을 파악하고 나니 세계 조형의 비밀들이 모두 풀리는 것 같다. 강의할 때 항상 보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아직도 사람들이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이지만, 보주를 진실로 파악했다면 행동이 달라져야 하고 얼굴색이 달라져야 한다. 보주란 바로 사랑의 묘약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고 사랑으로 풀어내지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랑, 화생은 불가분의 관계

사랑은 만물생성의 근원임을 이 작품을 보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즉 대모지신大母地神의 마음 작용이다. 위대한 어머니[大母]와 대지의 신[地神]은 하나다. 땅은 사랑의 표상이요, 만물의 어머니요, 만물생성의 근원이다. 사랑을 통하여 자녀들이 탄생한다. 여성이 아기를 잉태하여 탄생케 하는 체험이 있어야 다른 차원의 존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른바 모성애가 생기고 부부의 사랑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음과 양이 만나 일어나는 화기和氣라는 것은 동양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음陰과 양陽이 조화롭게 만나 만물을 생성케 하는, 노자老子 이래 동양의 우주 생성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런 배경으로 일어난 인간의 탄생이 거룩한 것이면, 화생化生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예수나 석가모니나 성령에 의하여 탄생한 인간은 화생한 존재들이다.
사랑하여 생긴 씨알들은 이어서 자손을 퍼뜨려 번창한다. 씨앗이 보주로 승화하듯이 씨알도 보주로 승화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 된다. 서경書經 태서泰誓에, 惟天地 萬物父母 惟人 萬物之靈, 즉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 가운데 인간이 가장 영적靈的으로 뛰어나다는 말이다. 사람은 영(spirit), 혼(soul), 육(flesh)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영적 부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으로 정신적 부분인 지智, 정情, 의意와 육신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유일하게도 인간은 영적靈的 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의 부분을 가지고 있는 유일하고도 귀한, 또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고귀한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다. 영적靈的인 것은 눈에 안 보이지만 영적 부분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인간은 물질이나, 동물과도 다른 본질을 가졌다는 의미가 있다. 즉 영적 부분이란 독특한 부분이다. 즉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창조된 피조물로서 창조주와 이 영적 부분으로 함께하는, 즉 소통하는 부분을 가진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어떤 것보다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영적인 부분은 너무 소중하고 귀한, 무한한 잠재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임을 확신한다. 또한, 만물의 영장이란 것은 세상에 주어진 모든 것, 영혼이 없는 물질, 동식물을 생육하며 번성하며 정복하며 다스리는 권세도 가졌다는 의미를 띤다. 이처럼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각한다면 남녀의 사랑은 참으로 고귀한 것이다. 언제 인간이 우주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으나 인간은 자손을 번창시켜 지구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만물의 영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인간은 고귀한 역사를 만들어왔으며, 수많은 고귀한 조형예술품을 지구에 남겼다.
온양박물관 소장품은 민화라 부를 수 있지만 이 글에서 다룬 민화는 실은 민화라고 부를 수 없다. 화원이나 화원이면서 문인화를 그린 수준 높은 화가가 그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격조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필자는 연재하기 처음부터 <民畵樣式>이라는 말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제 민화양식이란 말을 무슨 용어로 써야 할지 고민 중이다.

 

글 : 강우방(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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