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의 영정 초본展, 위인들의 표준영정과 밑그림을 만나다

월전의 영정 초본展

민화 열풍이 비교적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밑그림인 초본의 힘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민화가 아닌 분야에서도 초본의 사료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월전의 영정초본전>을 통해 장우성 화백이 직접 그린 초본과 영인본 31점을 공개했다. 도자기 축제가 한창이던 9월, 경기도 이천 설봉공원에 위치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을 찾았다.

창작 과정 고스란히 알 수 있는 영정 초본과 영인본 등 31점 전시

월전미술관은 한국화단의 거목 월전 장우성 화백을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그가 생전 직접 그린 작품들과 소장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상설전시와 특색 있는 기획전시를 꾸준히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7월 2일부터 9월 21일까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층에서 전시된 <월전의 영정 초본전>에서는 장우성 화백이 직접 그린 초본과 영인본 31점을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영정 초본은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그 밑그림이 되는 일종의 스케치로 원본보다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도 초본의 창작연도는 따로 표기하지 않을 만큼 초본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본의 사료적 가치는 결코 완성본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작품의 제작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성본과 초본의 비교를 통해서 어떤 부분을 추가하거나 삭제했고, 다시 그렸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월전의 초상화 초본이 두 장의 종이를 덧대어 만들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잘못 그릴 여지가 적은 몸 부분은 한 장을 그리지만, 얼굴 부분은 그리기 어렵고 실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따로 여러 장을 그린 후 최종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월전의 영정 초본展
월전의 영정 초본展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 영정, 충무공 후손과 함께 생활하기도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초본은 충무공 영정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위인이지만, 최근에는 특히 영화 <명량>의 인기에 힘입어 그의 업적과 생애 전반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증폭되고 있다. 충무공 영정은 월전 장우성의 여러 영정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1953년에 제작하고 1974년 대한민국 최초로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표준영정은 선현들의 영정 난립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일컫는다. 2014년 현재까지 93개의 표준영정이 지정되었고 그 중 여섯 점을 장우성 화백이 그렸다.
충무공의 경우 예로부터 전해지는 초상이 한 점도 없다. 장우성 화백은 충무공 전서나 이순신과 절친했던 유승룡의 기록 등을 정독했다. 뿐만 아니라 충무공의 후손과 사흘 동안 같이 생활하며 충무공의 모습을 유추해냈다. 아주 작은 증거도 놓치지 않기 위해 복식이나 기물을 직접 고증하거나 역사학자와 미술사학자와 상의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충무공 영정 제작 과정에서 습작으로 그린 거북선이나 각대 스케치 등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포은 정몽주 영정 초본과 영인본 원본 초상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기법 가미

일반적으로 위인 영정은 전해지는 초상이 없기에 문헌상의 기록 등을 연구하여 유추해서 그린다. 하지만 근현대 인물은 사진이 남아있기도 하고, 조선시대 인물 중에도 살아있을 때 그린 초상화가 전해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 초본전에 전시된 작품 중 사진이나 초상화가 남아있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그린 작품은 단 두 점뿐이다. 윤봉길 의사 영정은 실제 사진이 남아있을 뿐더러 작업 당시에 동생인 윤남의 씨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포은 정몽주 선생의 경우 조선시대의 초상화가 남아있었기에 실제 모습에 매우 근접하게 그려진 경우에 해당한다. 정몽주 영정의 경우 19세기 이한철 화원이 그린 초상화에 명암법과 같은 현대적 기법을 가미하여 재탄생했다. 특이한 사항은 조선시대에 그려졌던 정몽주 초상화에는 턱 아래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월전이 그린 초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완성본에서는 그 점을 그리지 않았다. 채색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추측되며, 사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보다 보기 좋게 완성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한글 창제의 산실, 집현전을 그리다 집현전 학사도 영인본, 초본, 스케치

집현전 학사도는 여주에 위치한 세종대왕 기념관에서 제작을 의뢰하여 그려진 작품이다. 훈민정음을 연구하고 만들었던 집현전에서 학자들이 연구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원본은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 소장되어 있다. 월전뿐 아니라 당시 활약하던 동양화가 10명 정도가 세종대왕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리즈로 그렸는데, 집현전 학사도도 그 중 한 작품이다. 집현전 학사도는 실제 사이즈의 초본과 함께 구도를 구상하기 위한 작은 크기의 스케치도 함께 전시되었다. 관람객들은 스케치와 초본, 그리고 영인본의 차이점을 찾아보며 꼼꼼히 관람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천시립월전미술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고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과 설, 추석에만 휴관한다. 관람료는 25세 이상 64세 이하는 2천 원이고, 13세 이상 24세 이하는 1천 원이며 이천시민은 50% 감면된다.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단체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문의: 031-637-0033 / www.iwoljeon.org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강준구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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