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해 기념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회화와 문양에 장하는 원숭이 해음諧音으로 상징 읽기

원숭이, 가회민화박물관, 25×30㎝

▲ 원숭이, 가회민화박물관, 25×30㎝

원숭이해 기념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 포스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 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 원숭이해를 맞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을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오는 2월 22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에는 장승업의 <송하고승도松下高僧圖>를 비롯하여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 <청자원숭이모양 인장>, <원숭이 잡상雜像>, <봉산탈춤 원숭이탈> 등 원숭이와 관련된 자료 70여 점이 소개된다. 이 글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에 전시된 유물 중 회화 자료와 벼루에 원숭이의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전시의 질적 관람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고, 색깔을 강조할 경우 적후년赤猴年 또는 적원년赤猿年이라 표현한다. 병신년은 천간과 지지를 결합한 간지로 나타낸 이름이고, 적후년과 적원년은 천간을 오행에 배속시켜 표현한 말이다. 이른바 ‘붉은 원숭이 해’라는 것인데, 김응조金應祖(1587~1667)의 시에서 시어로 쓰일 만큼 그 쓰임이 오래되었다. 성호 이익은 남사문南斯文의 묘지명에 “검은 개의 해 2월에 공은 태어나고, 붉은 원숭이의 해 5월에 졸했으니 향년 35세였네(玄狗仲春 赤猿建午 厥生而死 距三十五)”라고 적고 있다. 묘지명에서 말한 ‘赤猿적원’이 곧 병신년인 1716년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표현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우리는 2016년을 붉은 원숭이 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붉은 원숭이의 해가 되었다지만, 중요한 것은 붉은 원숭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작 잘 모른다는 점이다. 다만 방위와 색깔 상징으로 볼 때, 병신년의 ‘병丙’은 열정, 생명, 진취, 혁신을 상징하는 남방의 ‘붉은 색’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정열적이고 활동적인 원숭이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담고 그렇게 선언할 수 있는 해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이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것은 수열數列의 논리를 따라 60년 만에 찾아온 하나의 순서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원숭이가 지닌 의미와 상징의 끈을 놓치지 않고, 그림과 문양의 정형화된 문화상징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회화에 노니는 원숭이들

회화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눈여겨보면 의외로 많다. 특히 사대부의 서실이나 사랑에 걸었음직한 그림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원숭이는 선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정의 상징이다. 원숭이의 상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중국어 발음에서 비롯된 ‘해음諧音’을 주목해야 한다. 원숭이 ‘猴’의 음가音價는 ‘후[hóu]’인데, 이는 제후, 고관대작을 가리키는 ‘侯후[hóu]’와 상통함으로써 곧 벼슬을 뜻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계를 해음이라 한다. 부언하자면 해음이란, 서로 다른 글자 A와 B가 발음상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A를 이야기함으로써 B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관계다. 연상은 인과관계보다는 어떤 관념에서 다른 관념이 생기는 심리적 현상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표記表 signifiant와 기의記意 signifié 사이에 논리적 관계가 부재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일정한 심리적, 이미지적 관련성이 개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원숭이猴는 포유류 영장목靈長目의 동물이 아니라 벼슬侯을 지시하는 기표가 된다. 이처럼 회화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기본적으로 ‘猴후’와 ‘侯후’의 고맥락high contextual적인 차원에서 존재한다.
새해마다 붙이는 중국의 연화年畵를 예로 들어보자. 연화 중에 원숭이가 말을 타고 있고 그 뒤를 벌 한 마리가 쫓아가는 그림이 있다. 시각 자료를 읽어보자면 해음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원숭이와 벌이 만났으니, 한자어로 ‘蜂猴봉후’이고, 해음으로 볼 때 ‘제후에 봉하다’라는 뜻의 ‘封侯봉후’가 된다. 그런데 원숭이가 말을 탔으니, ‘猴騎馬上후기마상’이고, 벌과 원숭이가 말의 등 위에서 만났으니 ‘馬上蜂猴마상봉후’가 된다. 이때의 ‘마상馬上’은 ‘말의 등 위’라는 축자적인 뜻을 벗어나 ‘곧, 즉시, 바로’를 뜻하는 부사어로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연화가 전하려는 전체적인 기의는 ‘馬上封侯마상봉후’로써 “곧, 오래지 않아 제후에 봉하다”는 뜻이 된다. 문자로 표현할 것을 원숭이, 벌, 말이라는 동물을 통해 시각화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원숭이의 상징이고, 원숭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감상할 때 이와 같은 문자 상징성을 읽어내야 하는 근거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의 상징도 역시 해음으로 볼 때 뜻이 분명해진다. 소나무 밑 바위에 앉은 원숭이가 솔가지를 꺾어 갈대를 물고 있는 ‘게蟹’ 두 마리를 꾀는 그림이다. 게는 김홍도의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에 등장하는 게처럼 두 마리인데, 이는 과거 시험의 절차인 소과小科, 대과大科를 급제한다는 기의를 맥락화한 기표다. 갈대꽃은 한자어로 ‘蘆로’인데, 이는 임금이 급제자에게 내리는 고기 ‘려臚[lú]’와 해음 관계이다. 그러므로 갈대꽃을 붙들었다는 것은 과거에 급제했다는 선언이다. 갈대꽃을 물고 있는 게를 그려도 이런 뜻이 가능한데, 원숭이가 이를 꾀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급제하여 제후에 봉해진다”는 원대한 전망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이뿐이랴. 구도적인 측면에서 게와 원숭이는 높낮이가 다른 위계에 존재한다. 마치 오원 장승업이 그린 <계관화鷄冠花>의 닭과 맨드라미처럼 상하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벼슬 위에 벼슬을 더한다는 ‘관상가관官上加官’의 사의寫意다. 이런 그림의 특징 중 하나가 가로 그림이 아닌 세로 그림이라는 점이다. 너비보다 세로의 장점이 강한 ‘높이’를 활용하여 벼슬의 위계적 맥락을 드러내고,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이르는’ 승급, 승진의 효과를 시각화하려는 기표이기 때문이다.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 고려대학교 박물관 66×125㎝
원록도猿鹿圖 傳 윤엄尹儼 작 국립중앙박물관 109.7×178.5㎝
군원취도도群猿取桃圖, 경기대학교박물관, 31.5×107㎝
쌍원취과도雙猿取果圖, 경기대학교박물관, 31.5×107.5㎝
원도猿圖, 국립민속박물관, 29.5×21.5㎝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원록도猿鹿圖>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원숭이가 여지荔枝로 보이는 과일을 들고 사슴을 꾀는 그림이다.
송암松巖 윤엄尹儼(1536~1581)의 작품으로 전하는 이 그림도 원숭이, 여지, 사슴의 상징 맥락을 제대로 읽어야만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 있다.
사슴은 한자로 ‘鹿록[lù]’이고, 이는 녹봉을 뜻하는 ‘祿녹[lù]’과 해음이다. 사슴을 그렸으되 사슴이 아니고 벼슬에 나아가 받는 녹봉의 추상성을 구상물로 사의寫意한 것이다. 사슴만을 그려 이런 뜻을 드러내려 할 때에 흰 사슴을 주로 그리는데, 흰 사슴은 곧 ‘白鹿백록’이고, 이는 온갖 복록을 가리키는 ‘百祿백록’이 된다. 그래서 한 마리의 흰 사슴을 그린 그림을 ‘백록도百祿圖’라 부르는 것이다. 원숭이가 들고 있는 것은 여지荔枝다. 여지는 중국 남부에서 과일의 왕으로 칭송받는 과일인데, 계수나무열매(계원桂圓), 호두와 더불어 ‘세 차례의 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한다는 연중삼원連中三元’의 상징이다. 초시初試와 복시覆試 및 전시殿示에서 잇달아 장원한다는 상징 그림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이 그림은 두 가지의 화제를 복합시켜 중의적인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므로 원숭이가 여지를 들고 사슴을 꾀는 것은 “벼슬에 나아가 온갖 복록을 누린다”는 상징이다.
경기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군원취도도群猿取桃圖>와 <쌍원취과도雙猿取果圖>는 원숭이가 특정의 과일을 따는 그림이다. <군원취도도>에서는 세 마리의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 천도天桃를 따고 있고, <쌍원취과도>에서는 세 마리의 원숭이가 나무 아래에서 장대를 들고 석류를 따고 있다. 원숭이의 수효가 세 마리인 것은 부부와 자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석류와 천도는 무엇을 뜻할까? 석류는 알갱이의 수효 때문에 예로부터 다자多子를 상징해 왔고, 백자류百子榴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활옷과 원삼 등 혼례복의 문양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도는 서왕모의 요지연 잔치에도 등장하는 불로장생의 과일이다. 3천 년 만에 열리고 하나를 먹으면 3천 년을 산다는 그런 전설의 과일이기도 하다. 원숭이가 따고 있는 과일이 바로 석류와 천도이니, 석류를 따면 아들을 많이 낳는다는 뜻이고, 복숭아를 따면 장수한다는 뜻이 된다. 중국 연화의 하나인 <원숭이가 복숭아를 따다(후자적도猴子摘桃)>에 등장하는 원숭이 역시 세 마리이고, 많은 복숭아를 취함으로써 ‘다수多壽’의 뜻을 얻고 이를 통해 장수하려는 상징을 담아내고 있다. 동일한 상징을 맥락화하고 있는 그림들인데, 결국 이들은 관직을 상징하는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의 하나인 다남多男과 장수를 중첩시켜 놓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원도猿圖>에 해오라기를 잡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해오라기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가 으뜸이다. 심사정(1707~1769)이 그린 <일로연과도>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와 연 열매가 등장한다. 생태학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한 화면畵面에 배치한 이 그림 역시 해음의 논리로 읽어야 제대로 뜻을 알 수 있다. 해오라기 한 마리를 한자로 쓰면 ‘一鷺일로’이고, 이는 곧 ‘한걸음에’라는 뜻의 ‘一路일로’가 된다. 연 열매는 ‘蓮果연과’인데, 이는 과거에 잇달아 급제한다는 ‘連科연과’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일로연과도는 “한걸음에 과거에 급제한다”는 전망을 담은 그림이 된다. 그런데 <원도>에서의 원숭이는 해오라기를 잡고 있다. <일로연과도>의 대의를 취하되, 원숭이와 결합시킴으로써 “한걸음에 제후에 봉해지다”라는 뜻의 ‘일로봉후一路封侯’를 선언하고 있다.

원숭이가 해오라기를 잡는 그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백로와 원숭이>이다. 이 그림은 허주虛舟 이징李澄(1581~1645)의 작품으로 전하는데, 북한의 조선미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도판에 의하면, 나뭇가지에 앉은 원숭이가 백로(또는 해오라기. 백로는 왜가릿과에 속하는 해오라기와 구별되는 새지만, 왜가릿과의 새 가운데 몸빛이 흰색인 새를 통틀어 이르는 명칭이라는 점에서 혼용되기도 한다)를 잡고 있고, 나무 아래에 한 원숭이가 이를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다. 화면 중앙에 작고 가녀린 백로를 사이에 두고 흰 원숭이와 검은 원숭이가 상하에 위치하여 서로 먹이를 다투는 상황을 다룬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해음을 전제하지 않은 해석이고, 일로연과도의 모티프를 적용하지 않은 독법讀法의 결과이다. 한 마리 해오라기를 한자로 표기하면 ‘一鷺일로’이고, 이는 ‘一路일로’와 해음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원도>처럼 “한걸음에 제후에 봉한다”는 뜻의 ‘일로봉후一路封侯’를 지시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상하고저의 배치를 통해 관직의 위계성을 보여주려는 뜻이다. 결국 이 그림의 전체적 맥락은 “한걸음에 벼슬에 나아가고 벼슬 위에 벼슬을 더한다(관상가관官上加官)”는 욕망의 극대치를 사의하고 이를 선언한 것이다.

벼루에서 노는 원숭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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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 회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비들이 즐겨 쓰는 문방사우의 하나인 벼루의 문양에도 자주 등장한다. 벼루는 먹을 가는 데 쓰는 사대부의 전용물인데, 벼루를 쓰는 궁극적인 목적이 출사出仕에 있음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진실이다.
벼루의 외곽에 해당하는 연순硯脣이나 연액硯額에 원숭이를 묘사하고 있는데, 포도문과 같은 상징물과 함께 시문하여 중의적인 뜻을 구현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포도원숭이다람쥐문 오석벼루>와 <소나무원숭이문 벼루>를 손꼽을 수 있다.

<포도원숭이다람쥐문 오석벼루>에서는 벼루의 외곽에 포도를 따고 있는 원숭이를 부조하였다. 포도는 예로부터 생김새에서 유추된 다자多子 상징의 대명사이다. 그러므로 벼슬을 상징하는 원숭이가 다자를 상징하는 포도를 딴다는 것은 “출사出仕하고 다남多男한 행복한 삶을 산다”는 뜻이 된다. 한편 포도를 한자로 쓰면 ‘葡萄포도’인데, 중국어 발음이 [pútáo]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복이 온다는 ‘福到복도’의 발음[fúdào]과 해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포도는 ‘복이 온다’는 의미를 밑바탕하면서 생김새에 의한 다남의 상징과 겹쳐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벼루를 갈아 붓을 들고 글을 쓰는 현재의 선비 앞날에 펼쳐질 수 있는 긍정적인 전망을 선언한 문양이 된다.

<소나무원숭이문 벼루>에서는 소나무 위에 올라간 원숭이가 벌집을 막대기로 쑤시는 장면을 부조해 놓았다. 벌집은 한자어로 봉소蜂巢인데, 벌집을 쑤심으로써 원숭이와 벌이 만나게 된다. 이를 표현하면 ‘蜂猴봉후[fēng-hóu]’이고 이는 제후에 봉한다는 ‘封侯봉후[fēnghóu]’이다. 회화 작품에서도 벌집을 건드리는 원숭이를 만날 수 있다.

가회민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원숭이>는 덩굴을 타고 올라간 원숭이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집을 나뭇가지로 쑤시는 장면이다. 굳이 화제를 붙이면 ‘원숭이가 벌집을 찌르는 그림’이라는 뜻의 후착봉소도猴戳蜂巢圖가 적당할 듯 싶다.
벼루의 장면과 다른 점은 덩굴을 타고 올라간다는 점인데, 벼루에서보다도 더 원숭이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벌과 원숭이의 해음 관계 속에서 맥락화한 상징임엔 틀림없다. 게다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원숭이가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藤類]인데, 덩굴의 ‘藤등[téng]’이 과거에 급제한다는 ‘등과登科’의 ‘登등[dēng]’과 해음이라는 점이다. 나무 위의 벌집을 쑤시려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덩굴을 타고 오름으로써 등과하는 행위를 모방하고 일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그림 속의 상징은 철저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하지만 원숭이와 나무에 매달린 벌집과의 관계는 ‘쑤시는’ 행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무에 매달린 벌집이 ‘걸어놓은 관인官印을 닮았다’ 해서 ‘관인을 거는 행위卦印’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른바 ‘봉후괘인封侯卦印’이라는 화제畵題를 갖는 그림인데, 원숭이가 인수印綬를 단풍나무 가지 위에 거는 장면이다. 물론 이 경우 딴 가지에는 벌집과 벌이 묘사되어 있어 인수와 구별시킨다. 다만 나무가 단풍나무라는 점에 특별한 주목이 필요하다. 단풍나무를 가리키는 한자 ‘楓풍[fēng]’은 제후를 지시하는 ‘封봉[fēng]’과 해음이기 때문이다. 단풍나무와 원숭이의 만남은 ‘楓猴풍후’이고, 이는 결국 벼슬에 나아간다는 ‘봉후封侯’의 뜻이 된다. 이런 점에서 벌과의 관계인 ‘봉후蜂猴’와 중첩된다. 하나면 족할 것을 둘을 들어 거듭 나타낸 것은 강조하고 또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은 서사적인 맥락에서 ‘봉후’와 ‘제봉’의 두 단계를 밟고 있다. 후작侯爵에 봉해진 뒤에 봉해진 영토의 관리를 증명하는 인수印綬를 받는데, 이를 제봉提封이라 한다. 원숭이가 인수를 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제봉의 관인을 갖춘, 명예와 실권을 함께 지닌 관리가 되었음을 말한다. 이처럼 벌집을 쑤시는 행위에서 거는 행위로 전환함으로써 상징의 기의는 쾌속적으로 변모한다.

그림에는 반드시 뜻이 있고, 그 뜻은 길상에 있다
원숭이, 가회민화박물관, 25×30㎝

▲ 원숭이, 가회민화박물관, 25×30㎝

이 글은 역설적이게도 원숭이의 해가 어떻고 병신년 원숭이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회화 작품이나 문방사우 같은 공예품에 등장하는 원숭이의 상징을 살펴보는 것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회화나 문양의 원숭이를 읽어내는 논리적 도구로써 ‘해음諧音’을 들었다. 해음은 A와 B 글자가 서로 다르지만,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A를 이야기함으로써 B를 지시한다는 고맥락적 관계다. 이것은 치밀한 인과관계에서 형성된 상징이라기보다 하나의 연상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심리적 이미지의 맥락적 관계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영역도 아니다.
다만 기표記表로 존재함으로써 긍정적 전망의 기의記意를 선언하는 사의적寫意的 상징이다.

분명한 것은 상징은 해음 관계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형상(생김새)이나 내재된 속성, 문화적 환경 또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문법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을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원숭이의 해를 맞는 때에 원숭이의 상징적 의미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읽어내려는 나름의 시론이다. 그래야만 원숭이에 대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지 않고 원숭이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장장식(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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