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 기념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전량을 모아 꾸민 서가.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서 조선왕조가 의궤에 들인 남다른 공력을 엿볼 수 있다.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을 개최한다.
국왕을 위해 특별 제작된 외규장각 의궤에는 조선왕조의 통치철학부터 수준 높은 미감까지 당대의 문화가 고루 깃들었다. 그 고귀한 의미를 찾아 박물관 내 마련된 외규장각을 방문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왕실의 보물창고 외규장각外奎章閣, 이곳 최고 보배로 손꼽히는 의궤儀軌 297책이 대대적으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19일(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통해서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正祖가 1782년 강화도에 설치한 외규장각은 왕실 관련 서적과 진귀한 물건들을 보관하던 곳이다. 외규장각 내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한 것이 바로 ‘의궤’다. 의궤란 ‘의식儀式의 궤범軌範’ 즉, ‘의식의 본보기가 되는 책’을 의미한다. 국가의 주요 행사가 개최된 배경부터 진행 매뉴얼까지 세밀히 기록된 일종의 행사 결과 보고서이다. 후대에 의례나 행사를 준비할 때는 물론 유적 및 유물 복원 작업에도 요긴하게 사용될 만큼 그 내용이 무척 상세하다. 통상 의궤는 국왕이 보는 어람용御覽用 1부 외에 의정부, 춘추관 등 관련 중앙기관과 봉화 태백산, 평창 오대산 등 사고史庫에 보내지는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분되어 의궤 당 총 5~9부 내외로 제작된다.
외규장각 의궤가 여타 의궤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분상용과 등록류 일부를 제외한 290책 모두 국왕이 보는 어람용이라는 점이다. 최고급 재료만으로 출중한 장인匠人의 솜씨로 제작돼 표지, 서체, 안료 등 모든 면에서 분상용과 구별될 만큼 독보적 미감과 기술력을 자랑한다.
병인양요(1866년) 당시 강화도에 상륙한 프랑스 군대가 외규장각을 불태우며 약탈해간 의궤는 이후 파리 국립도서관에 중국책으로 분류돼 있다가 1978년 박병선(1928-2011) 박사가 이를 발견하면서 재조명됐다. 2011년 외규장각 의궤가 귀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속적으로 학술연구,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진행해왔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10여년 간의 연구 성과를 나누는 자리인 셈이다.


의궤 속 왕실 잔치의 모습을 재현하여 만든 3부 전시장 전경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는 국격도 상징하기에 일반 서책에서 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황 방식으로 제작됐다. 고급 초주지草注紙, 비단, 금속인 변철邊鐵 등 최고 재료와 장인의 솜씨로 완성한 어람용 의궤는 단지 책이 아닌 예술품과 다름없다.


조선시대 기록 문화의 꽃, 의궤

강화도에 위치한 외규장각 건물을 실물과 동일한 크기와 모양으로 재현한 미디어파사드를 지나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서가에 진열된 의궤, 왕실 귀중품 등 외규장각 내부를 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특히 칸칸이 외규장각 의궤로 채워 넣은 대형 서가가 압권. 조선왕조가 수 세기 동안 의궤에 쏟아온 공력과 그 속에 깃든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의궤가 지닌 가치에 대해 조명한다. 실록實錄, 등록謄錄, 일기日記 등 다양한 기록물을 남긴 조선왕조의 기록문화는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의궤는 상세한 내용과 다른 기록물에서는 찾기 힘든 세밀하고 아름다운 그림까지 갖춰 ‘조선시대 기록 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일례로, 1829년 발생한 대화재로 인해 훼손된 경복궁을 재건축하는 작업과 관련하여 《숙종실록》에서는 공역의 시작 시점이나 완공 시점마저도 드러나지 않을 만큼 단편적으로 다뤄지지만, 《서궐영건도감의궤》에서는 궁궐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요 전각의 공사 내용, 사용된 부재 내역 등이 전각별로 정리돼 있고 해당 전각의 지붕 구조, 창호 수량과 모양까지 그림으로 세세히 묘사돼 있다.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역사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기록물로 ‘의궤’만한 것이 없다. 각종 기록부터 도설圖說까지 방대한 내용을 총망라한 것은 물론, 문화유적을 보수하거나 관리할 때도 큰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말했다.


《인선왕후영릉산릉도감의궤(상)》에 수록된 사수도 도설圖說. 국왕이나 왕후의 장례에서는 찬궁欑宮에 사수도를 붙이는 것이 통례이지만, 찬궁은 장례 의식이 끝나면 모두 불태우므로 사수도는 오직 의궤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따로 보존처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도설이 선연하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속 1809년 창경궁 경춘전에서 열린 진표리 장면. (영국국립도서관 소장 및 자료 제공).


바른 예법으로 조화로운 사회 추구

2부 ‘예禮로써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는 의궤에 기록된 국가 주요 행사와 이에 깃든 조선의 통치철학을 살펴본다.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왕위 계승자를 공인하는 왕세자 책례冊禮 및 어진御眞 관련 의례, 국왕이 충신들을 예우하여 신의信義를 보이고자 마련한 공신녹훈功臣錄勳 의례, 유교적 혼례를 보급하기 위해 왕실이 솔선수범하여 선보인 친영례親迎禮를 중심으로 한 혼례, 백성들의 생업生業인 농사를 장려하고 애민정신을 담아 국왕이 직접 농사짓는 시범을 보인 친경親耕의례 등 의례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지향점은 하나, ‘예치’이다. 신하와 백성들이 진심으로 기꺼이 따를 수 있도록 왕이 위엄을 보이고, 솔선수범하여 바른 예법을 실천함으로써 다함께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3부의 테마는 ‘질서 속의 조화’로, 왕실 잔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의례 절차를 따르며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을 선보인다. 왕실 잔치 역시 조선이 의례를 통해 이루고자했던 이상적 사회의 축소판인 셈. 전시장에 진열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1809년 순조純祖가 조모인 혜경궁의 관례(冠禮, 전통사회에서의 성인의식)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창경궁에서 개최한 진표리(進表裏, 경사스러운 날 옷의 겉감과 안감을 바치는 일)와 진찬(進饌, 궁중잔치)이 기록된 책이다. 현재 유물을 소장한 영국국립도서관의 협조로 실물과 똑같은 형태로 복제하여 관람객이 직접 책장을 넘기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궁중 잔치에 사용된 축, 어·어채 등의 악기, 모란도 병풍 등을 함께 선보인다.
에필로그에서는 조선 이후 의궤의 이야기를 다룬다.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돼 조선과는 다른 국가체제를 갖춘 뒤에도 의궤를 제작하는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1897년 10월에 간행한 《대례의궤大禮儀軌》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거듭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인 고종황제의 즉위식이 상세히 기록된 책이다. 조선왕조의 기록정신이 대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의궤에는 절차와 형식에 맞게 의례를 잘 시행함으로써 바른 예를 실천하고, 궁극적으로 바른 정치를 실현하려했던 조선왕조의 가치가 담겨있다. 의궤가 단순히 기록물의 차원을 넘어 고귀한 문화유산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 기념 특별전
2022년 11월 1일(화)~2023년 3월 19일(일)
휴관 | 2023년 1월 1일(일), 1월 22일(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MINI INTERVIEW


국왕이 보던 외규장각 의궤, 예치 철학 고스란히 담아낸 최상급

이것만은 놓치지 말 것!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기획한 임혜경 학예연구사가 짚어주는 전시의 뷰 포인트.

사진 우인재 기자


임혜경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

Q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온 시기는 2011년입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규장각 의궤를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이와 관련해 학술총서를 발간하거나 학술대회도 꾸준히 개최했습니다. 그 성과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특별전을 열게 된 것이지요. 2021년이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때 특별전을 열려 했는데,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에 전시 일정을 미뤄 2022년에 전시를 개최하였습니다.


Q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규장각 의궤를 ‘대여’한 것인가요?
많은 분들이 하시는 질문인데요, 말씀하신대로 ‘대여’ 방식으로 외규장각 의궤를 한국에 가져왔습니다. 정부간 합의 아래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대여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이지요.


Q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보통 특별전에서는 주요 작품만을 소개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해오던 외규장각 의궤를 모두 옮겨와 그 규모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외규장각 의궤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297책에 달하는 외규장각 의궤도 조선시대 의궤 중 극히 일부입니다. 의궤가 지닌 역사성과 개성을 음미하시며 감상하신다면 더욱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Q 관람객들이 ‘이것만큼은’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외규장각 의궤가 국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인만큼 품격이 남다른 최상급의 책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바른 예법에 따라 의례를 진행하고자 했던 조선 사람들의 ‘철학’입니다. 예禮는 효孝, 충忠, 신의信義 등 조선사회가 추구했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구체적 실천 방법이었습니다. 의례는 이러한 예에 절차와 형식을 부여한 것이지요. 결국 의궤는 바른 예에 따라 의례를 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라는 점에서 조선이 만세萬世의 모범으로 삼고자 한 통치 철학과 의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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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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