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아 작가 특별전 <불로 그린 민화> 작품 리뷰

오선아 작가는 칠보 공예에 현대적인 민화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민화의 회화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조형적 특성을 가미한 이 작품들에서는 오 작가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위트를 느낄 수 있다. 일련의 작품 활동을 통해 현대민화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오선아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민화가 공예라는 시각이 다분했던 20세기 후반, 현대민화는 다양한 미술 분야의 종합적인 성격을 가지는 공모전에서 주로 공예 부문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었다. 민화가 가지는 평면성과 같은 회화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그러나 민화가 대중화되었던 조선 후기와 말기에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수복적이고 벽사적인 그림을 실생활에 활용하여 집안을 장식하고, 제례나 혼례 등의 다양한 의례에 사용하였으니 어쩌면 민화는 그 태생부터 회화이지만 공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선민화박물관의 분관으로 2015년 강진에 개관한 한국민화뮤지엄에서는 <대한민국민화대전>을 신설하면서 민화 뿐 아니라 민화를 접목한 공예 부문을 별도로 추가하였다. 민화를 그리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회화가 아닌, 다양한 공예품에 민화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쯤 되니 민화가 회화인가 공예인가하는 질문은 우리 선조들이 민화를 그리거나 생활에 활용했던 처음부터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3달간 한국민화뮤지엄 2층 생활민화전시실에서 열렸던 오선아 작가 초청 <불로 그린 민화> 특별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오선아 작가는 조각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계속 하다 브론즈 조각 작품에 색을 입히고자 칠보에 입문하였다. 칠보 공예도 민화와 마찬가지로 고등 교육기관 내에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았고, 주로 보석공예 전공에서 부분적으로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다양한 실험을 통한 독학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오선아 작가가 2005년부터 칠보조각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작품에 활용하였으니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경력이나 작품 수준은 짐작이 가능하다. 더욱이 자신만의 칠보 기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오선아 작가가 한국민화뮤지엄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제19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창작민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다. 고온에서 구워내어 색감을 살려내는 칠보 공예 작품은 투과율이 좋은 유리질이기 때문에 색상이 선명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민화뮤지엄 초청전에서 오선아 작가는 이러한 칠보 공예에 민화를 접목하여 수복적이고 길상적인 도상을 밝고 화려하게 담아낸 작품들을 다수 선보였다. 또한 칠보 기법이 가지는 공예적 특성을 활용하여 화장대나 협탁 등의 다양한 가구를 민화 칠보로 장식하거나 촛대, 시계 등의 생활용품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특히 칠보 공예와 조각을 접목한 와 는 그림이 그려진 부분이 가지는 유려한 회화적인 면모 뿐 아니라 다각도로 감상 가능한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살려낸 작품으로 관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민화를 접목한 칠보 공예, 현대적 감성의 매력

오선아 작가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평온한 분위기와 유쾌함이다. 두 단어가 가지는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다소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두 가지 모두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행운의 말>에서는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을 표현하면서도 고전적으로 옆이나 앞모습을 보여주는 도상에서 벗어나 관람자에게 과감하게 엉덩이를 들이밀고 네잎 클로버가 달린 꼬리를 펄럭이는 모습을 제시했다. 작가의 해학과 위트가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든 것이다. 마네의 <올랭피아>나 르누아르의 <누워있는 누드>와 같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다양한 그림에 등장하던 아름다운 나체 여인이 오선아 작가의 <아름다움을 보다>에서는 연꽃이 만발하고 새들이 노니는 평화로운 연못 근처에 등장한다. 그것도 서양화에서 보이던 여인과 달리 검은 머리를 가진 우리네 모습으로 말이다.
전통민화가 그대로 칠보 공예로 표현되었을 것을 기대한 관람객들의 상투적인 기대를 한순간에 무참히 깨는 장면이다. 작품이 관람자의 기대와 꼭 맞아 떨어진다면 새로운 전시를 향하는 발걸음은 아마도 적지 않게 줄어들 것이다. 관람자로서 우리는 어쩌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되 그 표현 매체와 조형, 색 등에 개성을 담아 신선하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기대하며 전시장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오선아 작가의 전시는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디테일과 색감 이외에도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밝은 에너지, 유쾌함, 위트가 함께 어우러져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분명, 오선아 작가의 작품은 형태나 색, 재료 등 표면적으로 전통민화와는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소망과 바람을 담은 민화가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쏟아냈던 긍정적인 감성이 충분히 녹아들어 있다. 그 형용할 수 없는 풍성한 감수성이 오랜 시간을 견뎌 다분히 현대적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났을 뿐.

신선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세계, 현대민화의 방향 제시해

현대민화 작가들 사이에서 작품의 방향성 문제는 이미 가장 큰 화두가 된 지 오래이다. 전통을 고수할 것인지, 또는 현대적 미감을 더해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지, 즉 재현민화와 창작민화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은 당분간 현대민화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창작민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현대성을 접목할 것인지에 관한 방법론은 작품활동을 하는 현대민화 작가들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연구자들까지 민화계 모두의 관심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그러했듯이 민화가 전통적인 맥락을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알맞게 요리되어야 현대인의 생활 공간을 파고들어 자리매김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선아 작가는 일련의 작품활동을 통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 오슬기 (한국민화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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