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위한 변호사 박주희


문화예술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예술 분야는 법리적 시각만으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법을 몰라 겪는 문제도 다수이다. 박주희 변호사는 미술계 현실과 법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예술법 학회를 구성하고 예술가들을 위한 법률 강의를 하고 있다. 미술계에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법률사무소 제이’의 대표변호사인 박주희 변호사는 예술법 전문 변호사이다. 한국예술법연구소 법률자문을 맡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예술법 학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꿈꿨다는 그녀는 연세대학교 법학과 재학 시절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생 때 도슨트로 활동을 하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적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얼마간 방황의 시기를 거쳤죠. 사법시험을 합격해 변호사가 된 뒤로는 문화예술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미술계와 법리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하고, 예술법 학회를 구성하는 등 예술 분야에 주력하며 입지를 다져갔다. 또 예술가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법률 강연을 해왔다. 이런 활동이 뒷받침되어 2018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히 작품의 저작물 요건을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예술법 전문 변호사라고 할 수 없어요.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에 대한 판단과 예술적 가치는 별개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해당 작품의 주된 창작 요소를 파악하고,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강구해야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예술에 대한 식견과 감각이 모두 필요합니다.”

민화를 통해 들여다본 미술계 현실

미술계 언저리를 맴돌던 박주희 변호사는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만 미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그린 민화를 발견하고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2016년 겨울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어요. 우연히 인사동을 걷다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호작도를 봤죠. 그때 호작도처럼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동네에 있는 모던민화 화실에 등록했어요. 민화를 그리면서 잡념이 사라지고 자신감도 얻었죠.”
박 변호사는 민화에 빠져 2018년에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서공임 작가가 가르치는 전통민화지도자 과정을 수강했다. 당시 업무를 마치고 밤을 새서 민화를 그리곤 했다며, 여유가 되면 민화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창작을 하기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법률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다. 그러나 모든 창작물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민화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창작민화나 민화를 바탕으로 굿즈(2차적 저작물)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법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박주희 변호사는 창작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표 법률이 저작권법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밑그림이라도 창작성이 가미되면 별개의 저작물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밑그림이 다른 작가의 저작물이라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죠. 기존의 유명 캐릭터나 예술 작품을 민화로 재해석하는 창작물도 마찬가지예요. 원칙을 외면하면 그 작품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저작물일 뿐입니다.”
저작권을 침해당하면 형사 고발과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원저작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을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식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창작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법률 가이드북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술 분야의 법률분쟁은 미술 산업이 확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할 수 있는 업계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오는 11월호부터 박주희 변호사가 미술 관련 법률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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