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장소협찬 티브루어 정

고양이로 공존의 의미 성찰하고파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

민화작가이자 북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폭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연선미 작가가 오는 12월 개인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사유>를 개최한다. 전시의 주요 테마는 고양이로 길상적 의미를 담은 다복多福 시리즈, 모던한 조형성을 부각한 신작, 라쿠기법(樂燒, 실용품이 아닌 조형물을 만들 때 활용하는 도자기 소성법으로 우연의 효과로 즉흥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기법)으로 제작한 도자기 오브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한 고양이 작품 약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통상 민화에서 고양이는 ‘장수’를 의미하지만, 연선미 작가의 신작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그의 ‘동반자’, ‘생명’, 나아가 ‘개별 존재’를 뜻한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됐다고.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맞았어요. 반대로 사람들의 활동이 제한되니 자연 환경은 회복됐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바로 지금 사람들이 모든 생명체의 존재를 존중할 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선미 작가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해석에 그치지 말고 그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다복 시리즈에 그려진 복주머니는 존재 자체로서 이미 만복을 지닌 사람을, 고양이는 작가와 어디든 함께하며 조언과 영감을 주는 멘토이자 생명체를 상징한다.
“저는 그림을 ‘읽는다’고 생각해요. 전시를 감상할 때 그림 속 사물이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그리는 사람이 어떠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깊이 들여다볼 때 비로소 그림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고양이라서 예쁘다’거나 ‘시크하다’에 그치지 말고, 이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폭넓게 경험하며 즐겁게 돌고, 돌아가는 길

연선미 작가는 경민대학교 디자인학부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충남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천안박물관 북아트·가죽공예 강사, 아산시립중앙도서관 민화 강사이다. 특히 16년 간 북 아티스트로서 활동한 시간은 작업 영역을 대폭 확장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지, 염색, 가죽, 도자기, 나무, 캔버스 등 재료를 총 망라한 연선미 작가의 실험은 여기서 비롯된 것.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던 그는 한국적 요소에 대한 갈증을 느껴 7년 전 윤인수 작가를 사사하며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쪽이나 가죽 염색, 도자 작업 등 여러 분야를 계속 탐색해가며 실험을 거듭했다. 지난 4월 천안에 위치한 인더갤러리에서 개최한 14번째 개인전에서도 창작민화 뿐 아니라 쪽염한 광목, 청화안료로 구워낸 도자기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더러 누군가는 그에게 한 분야에 정착하지 않고, 왜 힘들게 일을 벌이느냐 핀잔주기도 하지만 양선미 작가는 ‘일부러’ 길을 돌고 돌아가노라고 담담히 말했다.
“충분히 내면을 탐색하는 것뿐이에요. 뭔가를 빨리 정해버리면, 빨리 지칠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 70 정도가 되서야 작품 철학도 정립되고, 무르익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수행하는 마음으로 작업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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