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 전통의 숨결을 불어넣다 – 여민회驪民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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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 전통의 숨결을 불어넣다
여민회驪民會


아직은 민화계의 풍토가 비옥하지 않은 여주. 이곳을 기반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주의 민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여민회다. 얼마 전 첫 회원전을 성황리에 마치고, 앞으로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자 결의를 다지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회원들

여민회는 ‘여주의 민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지닌 단체로 지난 2013년 12월 결성되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여주시여성회관에 개설된 민화수업에서 이경미 강사의 지도를 받던 수강생들이 민화를 단순히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매개로 전시, 봉사 등의 활동을 펼치고자 뜻을 모은 것.
현재는 여주박물관에 마련한 동아리실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여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민회의 회원 수는 총 13명. 3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60~70대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다른 민화단체에 비해 고령자들이 많은 편이지만 청장년층 못지않게 뜨거운 열의를 보여 나이란 숫자에 불과함을 몸소 보여준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동아리 성격의 단체지만, 아무나 여민회의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주시
여성회관에서 1년 이상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입회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회원들
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민화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을 겸비하고 있다. 주로 취미를 목적으로 활동하지만, 공모전에 수상자들과 전문 작가로 활동하는 회원들도 일부 포진되어 실력적인 면에서도 여느 민화단체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전통민화의 맥을 잇다

여민회는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전통민화의 맥을 계승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전통민화를 재현할 때는 오로지 원본 작품만을 참고한다. 현대에 들어서 이미 다른 사람이 재현한 작품을 참고하는 것은 지양한다. 그 과정에서 본래의 작품이 갖고 있던 특색들이 변질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도를 맡고 있는 이경미 작가의 뜻이기도 하다.
“다른 작가가 재현한 작품을 참고하면 그리기가 한결 쉬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나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고 거쳐서 온 작품은 본래의 작품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오래된 작
품은 때가 묻고 색이 바래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작품을 보고 그 속에서 선과 색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통의 정신을 찾을 수 있어요.”
때문에 이경미 작가는 회원들이 전통민화를 재현할때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원본 작품을 보고 철저히 분석하면서 그릴 것을 주문한다. 또한, 이런 작업에 임할 때는 항상 장인정신을 품고 있어
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민화가 일부 다른 회화 장르의 작가들로부터 폄하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배어 있다.
“다른 장르의 미술계에서는 민화를 그리는 것을 두고 스케치도 안 한다며 우습게 보는 시선이 어느 정도 있어요.
물론 이는 우리 전통민화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죠. 그러나 만약 다른 현대작가가 그린 본을 그대로 쓴다면 결코 떳떳하지 못할 거에요. 어디에서든 자신이 전통민화를 모사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거든 스스로가 복원사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자부심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경미 작가의 지도방침에 회원들은 초창기만 해도 어려워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제는 모두들 자연스럽게 이를 따르며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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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전에 전통의 기반 탄탄해야

전통민화를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작작업을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니다. 여민회의 회장을 맡고있는 신명난 작가는 2015년 열린 제4회 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본인만의 창의성을 담아낸 작품을 출품,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출품작은 각양각색의 물고기 6마리를 황금빛 모란 바탕에 그려낸 ‘모란어해도’로 심사에 참여했던 허균소장(한국민예미술연구소)은 “기존의 어도漁圖 문법을 유지하면서 모란꽃 바탕에 다양한 색채의 물고기를 진중히 결합하여 새로운 패턴을 창출해냈다”라고 호평했다. 즉, 수준 높은 표현력으로 전통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그 속에 이 시대의 미감을 잘 담아냈다는 것. 현대민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한국민화창작회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인 이경미 작가는 이처럼 창작민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전통민화에 대한 기반이 탄탄히 잡혀있어야 한다고 항시 회원들에게 강조한다. 먼저 전통민화를 깊숙이 파고들어 뜻을 알고 재료, 기법 등에 익숙해진 후에 창작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 그가 특히나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뜻이다.
“가끔 그림에 담긴 뜻을 모른 채 그냥 무작정 민화를 그리는 경우를 보게 돼요. 그러나 그것은 민화가 가진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기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어요. 이런 상태로 창작작업에 들어가면 그저 짜깁기 수준밖에 되지 못하죠. 그래서 회원들을 지도할 때마다 각 민화에 담긴 뜻을 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림에 담긴 뜻을 중요시하는 방침은 여민회의 회원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 작품마다 담긴 뜻을
설명한 글을 옆에 붙여놓은 것. 이를 통해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 간의 소통과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짐은 두말할 것 없다.

여주 민화계 풍토 더욱 비옥하게 다질 것

여민회는 최근 학수고대하던 큰 행사를 치렀다. 제1회 회원전이 바로 그것이다. 11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여주시여 성회관에서 열린 이 전시에는 13명의 회원과 이경미 작가가 참여해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여민회가 결성된 것이 햇수로 벌써 4년이 된 것을 감안하면 첫 회원전은 꽤나 늦게 열린 셈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는 많은 공을 들여 준비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전시에는 짧게는 1~2개월부터 길게는 5~6개월에 걸쳐 작업한 것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엄선해 출품했다. 행여나 현대작가의 창작민화를 모사한 작품이 있지는 않을까 이경미 작가가 하나하나 필터링을 했다. 민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작품마다 설명을 달아놓는 수고도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공들인 전시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고 즐겨야 그노력이 헛되지 않을 터. 관람객 유치를 위해 여민회는 박물관이나 잡지사, 협회, 작가 등은 물론이고 지역 내 모든 초·중·고 학교 및 유치원과 같은 교육기관에 리플렛을 발송하는 대대적인 홍보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전시장을 방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관람객 중에는 어린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뜻깊은 전시가 되었다고.
여민회는 첫 번째 회원전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전시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등을 방문해 민화를 매개로 한 봉사활동도 구상 중이다. 회원전 때 받은 쌀화환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한 것도 이러한 목적의 일환. 또한, 원주나 이천처럼 인접한 지역의 민화인들과 교류해서 합동전시를 열어보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이와 같은 여민회의 계획과 바람들이 순탄하게 이루어진다면 여주지역의 민화계는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역 내 민화계의 풍토를 비옥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여민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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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기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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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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