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누가 그렸을까? 화훼도 초본

도1 괴석화훼도 초본, 개인 소장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괴석화훼도 초본이다.
다가오는 가을날, 그림 속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눈 앞에 펼쳐진 찬란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괴석화훼도 초본을 살펴보자

도3 도1의 명문 부분

이번에 소개하는 2점의 초본은 개인이 소장 중인 괴석화훼도 초본이다. 이 초본은 한지에 그려진 그림이고, 현재는 배접된 상태로 유물상태는 양호한 편이나 한지 자체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인지 보풀이 많이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속 필선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군데군데 끊겨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초본은 종이에 이미 보풀이 많이 일어나 있는 상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오래된 종이를 재활용해서 초본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도1 속 초본의 구성을 살펴보면 종류를 알 수 없는 꽃이 괴석 위로 자라나 있다(도1). 이 꽃은 언뜻 보기에는 동글동글한 열매처럼 보이지만, 꽃술 부분이 표현되어 있어 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름 모를 꽃이 핀 괴석 아래에는 달개비와 들국화가 피어있다. 도2 속 초본의 구성을 살펴보면, 괴석 위에 황촉규가 자라나 있다(도2). 황촉규는 닥풀이라고도 불리는 식물로 가을 규화라는 의미의 ‘추규秋葵’라고 불리기도 했다. 황촉규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5~9개로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어 구분이 쉽다. 화훼도에는 황촉규가 자주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생활에 황촉규가 많이 자라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도2 괴석화훼도 초본, 개인 소장

언제 누가 그렸을까?

도4 도2의 명문 부분

도1의 초본에는 “丁亥臘月念五日(정해랍월념오일) 松巖作(송암작)”이, 도2의 초본에는 “丁亥臘月(정해랍월) 松巖作(송암작)”이라는 명문이 각각 쓰여있어, 이 초본이 1887년 또는 1947년에 제작된 것을 추정할 수 있다(도3, 도4). 두 작품 모두 “松巖作(송암작)”이라는 명문이 있고, 명문 아래에 작가의 수결(手決, 지금의 싸인)이 남아있어 작가의 호가 송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송암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송암松巖이라는 호를 쓰는 작가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암이라는 호를 쓰는 수많은 작가 중에서 이 작품이 그려진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가 없다. 또한 松巖(송암)과 같은 음인 松岩(송암)을 쓰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으나, 이들 중 민화를 그렸다는 증거가 있거나, 민화와 관련된 작품을 그린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호가 송암松巖인 것은 알 수 있지만, 송암이 누구인지, 언제 어디에서 활동했는지 등 작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특정하기 어렵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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