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재미술관 – 예술 소외층을 위한 숲 속 미술관으로의 초대

최근 여주시는 3년 전부터 준비해온 시립미술관 건립 대신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기능을 담을 수 있는 복합문화회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역 문화와 예술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며 사람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는 시설로 구상 중이라는데, 이미 2005년에 그런 계획을 실현한 예술 명소가 있다. 예술 소외층에게도 미술관 문턱을 낮춘 숲 속의 작은 미술관으로 초대한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하면, 충청도와 강원도가 맞닿는 땅에 경기도 여주시가 있다. 여주 도심의 남쪽 방향에 있는 점동면 관한리의 어우실 마을은 오갑산에 안겨 소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예로부터 깊은 산중에서 호랑이가 울면 ‘어흥’하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아서 어우실이라고 불렸다는 마을. 그곳에는 복숭아꽃 구경을 핑계 삼아 등산하기 좋은 오갑산 자락과 마을 어귀 원부저수지 사이에 풍경과 동화된 어우재미술관(관장 백종환)이 있다.
올해에는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도로 포장 공사 때문에 흙먼지가 날리고 있지만, 숲 속에 자리 잡은 미술관에서 흙을 빚는 도자체험도 하는 마당에 그게 뭐 대수일까. 백종환 관장은 작은 미술관 투어를 즐기며 멀리서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화가로 활동하는 백 관장이 2005년 11월에 순수 창작과 전시 공간으로 설립한 어우재미술관은 3년 뒤 경기도 등록 사립미술관으로 정식 개관했다. 그 후 백 관장의 개인전을 비롯해 수차례의 기획전을 열어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해왔다. 미술관을 개관할 때만하더라도 지자체의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2년과 2013년 예술문화사업 경기도 평가에서 ‘우수미술관’과 ‘모범미술관’으로 연달아 선정되면서 지역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어우재만의 차별화된 전시

백종환 관장은 도예와 회화를 접목한 흙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주로 흙이 불을 만나 만드는 조형적인 질감에 자연의 오방색을 입혀 삶의 터전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응용미술학과(현 도예유리과)를 졸업했고, 1990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때부터 반백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얼핏 접근성이 떨어져 보이는 숲 속에 미술관을 지은 이유가 무엇일까?
“고향도 아닌 곳에 터를 잡은 동기는 작품 활동에 몰두하기 위한 좋은 환경때문이었죠. 또 작가로서 전시를 여는 동안 대도시 중심의 전시 개최에 대해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역에 거점 역할을 하는 문화공간이 친근한 문화예술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어우재미술관에서 사람들은 작가와 직접 만나 완성된 미술보다는 과정으로서의 미술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우재미술관을 설립하고 나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시로 소외된 전시 공간의 이미지를 벗었다. 2015년부터 몇 차례 진행된 민화 초대전도 그중 하나였다. 2015년 한국민화·국제미술교류협회(회장 이규완)의 회원전 〈한국민화-아름다운 색채〉, 2016년 운봉 이규완 작가와 설촌 정하정 작가,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 관장이 함께한 순회전 〈3인 3색전-민화와 추상이 만나다〉, 최유미 작가의 초대전 〈민화이야기〉 등을 통해 민화 작가들의 작품 유통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 민화작가들에게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백 관장은 서민들의 내재된 에너지를 표출된 그림인 민화의 창작계층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오랜 기간 주류 미술에서 멀어져 있던 민화가 한국 화단에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 호응하듯 전국 최초로 2017년 4월에는 경기도 여주박물관에서 〈제4회 한국민화창작대작展〉이 성료했다.

지역 사회와 융합하는 미술관

어우재미술관에 걸려 있는 〈어우실이야기〉는 오갑산 자락을 배경으로 자연의 본질을 탐색하는 백 관장의 대표작이다. 그의 작업 테마는 ‘융합’이다. 이런 작품성은 어우재미술관의 운영 방식에도 녹아있다. 작품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예술을 즐기고, 미술을 체험으로 배우며, 자연과 어우러져 쉴 수 있는 공간. 어린이들이 작품 감상을 놀이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어우재미술관 같은 ‘작은 미술관’만의 장점이다.
“기획전과 맞물려 여러 사회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1년에 서너 차례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소외계층에게 미술로 보탬이 되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문화공간이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고, 예술품 감상과 산중음악회, 도자체험 등 예술의 생활화를 추구해 아름다운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도자벽화를 꾸미는 장애우 자원봉사와 여주시 장애인 복지관 작품전, 여주지역 불우 이웃 돕기 기금 마련전 등을 개최했다. 2013년에는 우수미술관 선정 기념으로 일반 작가와 장애인 작가의 합동전인 Full-Art展을 열어 중앙과 지역의 유명 작가 9명을 초청했다. 작년에는 여주시 정신 건강 복지센터의 자살방지 교육에 웃는 자화상 그리기를 활용하면서, 사람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백 관장은 시립미술관이 없는 여주 시민들의 예술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인 가치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서는 소규모 미술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규모의 비영리 미술관을 사비로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시민들 가까이에서 문화향유권을 늘리고 미술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지역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사립미술관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은 모두에게 큰 손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어우재미술관은 실내와 야외 전시장, 장애인 편의시설, 수장고와 도자체험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 전시장에는 약 30여 점이 작품 전시가 가능하며, 회화와 공예, 조각, 사진, 산업디자인 등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수용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정크 아트(Junk Art) 설치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 관장은 아직 미술이 낯선 사람들에게 사람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은 여주 지역에서 느끼는 일종의 미술여행이라고 말했다.
“어우재미술관을 찾는 한 분 한 분이 미술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여주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동시에 아르 브뤼(Art Brut,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의 예술활동)를 지원하는 미술관이 될 것입니다.”
도로 포장 공사가 마치는 여름쯤에는 미술관을 다녀가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문화예술 발전의 원동력인 청소년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미술가들의 창작 기반을 활성화하는 어우재미술관은 한국 미술의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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