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만들었을까? 문자도 초본 Ⅱ

이번 시간에는 이전에 소개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문자도 초본>과 관련된 내용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 민화를 제작하는 다양한 방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도1 ‘만사태평영가’ 문자도, 문자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문자도 초본>, 정확한 사용 방법은?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문자도 초본>은 총 6장으로 각 ‘萬(만)’, ‘事(사)’, ‘泰(태)’, ‘平(평)’, ‘(영, 永자의 동자同字)’, ‘家(가)’자가 오려져 있고, 모든 글자의 테두리에는 먹으로 칠한 흔적이 남아있다(도1). 이를 통해 이 초본이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유물만 들여다보아서는 그 사용 방법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이 유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민화를 제작하는 모습을 보았던 분의 회고를 바탕으로 실제 작품을 제작해 보고, 이를 통해 그 사용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한다.

도2 버스 정류장 한글 간판,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김호연이 본 <백수백복도>를 그려보자Ⅰ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던 우석尤石 김호연金鎬然의 회고 <우석尤石 김호연金鎬然 – 4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에 기록된 백수백복도 제작과정을 재현해 보았다. 우선 백수백복도 속 글자의 수를 계산해 보았다. 김호연의 회고에서 “우리 집 병풍은 여덟 폭이었고, 여덟 폭 병풍에 쓰인 글씨는 정확히 말해서 이백 여든 여덟자였다”라는 부분과 “장판지에는 글자가 세로 넉자 가로 석자씩 간격이 고르게 패여 있었고 물감은 글자마다 색이 다르게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을 번갈아 칠하는 것이었다”라는 기록을 토대로, 백수백복도 한 폭당 36자가 쓰여 있었고 장판지 한 장에 12자씩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 과정은 글자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종이에 글자를 파내기 위해서는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내부가 비어있고 완전하게 막힌, 닫힌 공간이 있는 형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ㅇ’자나 ‘ㅁ’자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닫힌 공간을 연결하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버스 정류장 한글간판의 사례를 참고하면 되는데, 이 유물은 ‘ㅂ’자나 ‘ㅇ’자 등 닫힌 글자뿐 아니라 일반 글자에도 연결하는 부분을 만들었다(도2). 그 이유는 여러 번 찍어내는 동안 획이 분리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도3 백수백복도 초본, 필자 제작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공개된 백수백복도 중 닫힌 공간이 하나도 없는 글자만으로 구성된 백수백복도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수백복도 중에서 닫힌 공간이 없는 문자 36자를 선별해서 재현하기로 했다. 이렇게 선정된 36자를 ‘수壽’ 자와 ‘복福’ 자를 번갈아 배치해 초를 만들었다(도3). 초를 만들 때는 인쇄한 유물 사진에서 글자들을 선별한 후 글자들을 오려내어 배열하고, 배열한 종이를 확대 인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때 위치를 맞추기 위해 모눈종이에 오려낸 글자들을 배열했다.

도4 도구로 본을 뜨는 모습

그 다음은 장판지에 본을 뜨는 작업이다. 장판지 위에 인쇄한 본을 얹어 고정하고, 본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도구로 선을 긋는다(도4). 장판지에 본을 뜰 때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네일 스틱’이라는 도구를 사용했는데, 이 도구는 끝이 뭉툭한 쇠막대가 나무막대 양 끝에 달린 형태이다. 먹지 사용할 때 볼펜 같은 필기구를 사용하다가 먹지에 구멍이 나서 작품 바탕에 필기구 자국이 나는 바람에 속상했던 경험 있다면, 이 도구를 써보길 권한다.
다음 시간에는 본을 뜨고 오려내어 판을 만드는 과정과 판을 활용하여 직접 <백수백복도>를 제작, 그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음 시간에는 완성된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작가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졸작이므로 큰 기대는 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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