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만들었을까? 문자도 초본 Ⅰ

도1 ‘만사태평영가’ 문자도, 문자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이번 시간에는 <문자도 초본>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민화를 제작하는 또 다른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문자도 초본>을 살펴보자

이번 시간에 소개할 <문자도 초본>은 가회민화박물관 소장품이다. 이 초본은 총 6장으로 각 ‘만萬’, ‘사事’, ‘태泰’, ‘평平’, ‘영 (자永의 동자同字 – 어떤 한자에 대하여, 자획은 다르나 같은 뜻의 한자漢字)’, ‘가家’ 자가 오려져 있고, 글자는 먹으로 쓰여있다. 또 ‘만萬’ 자에는 ‘대우수전大禹手篆’이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태太’자에는 ‘대우전大禹篆’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어 이 글자가 중국 하夏나라 우禹임금이 쓴 전서체인 ‘대우수전大禹手篆’체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초본을 살펴보면 매우 두꺼운 종이로 제작된 것을 ë³¼ 수 있는데, 다양한 글씨가 비쳐 보이고 있어 이 유물이 오래된 책 등 파지破紙를 여러 장 겹쳐 붙여 만든 유물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선조들의 알뜰함과 지혜를 ë³¼ 수 있는 유물이다. 모든 글자의 테두리에는 먹으로 칠한 흔적이 남아있어 이 초본이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가회민화박물관에는 이 초본을 활용해서 만든 유물이 함께 남아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유물은 가로로 긴 종이에 그려진 작품으로, 그림의 오른쪽에서부터 ‘만萬’, ‘사事’, ‘태泰’, ‘평平’, ‘영 (자永의 동자同字)’, ‘가家’가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각 종이에 그려진 글자와 초본의 글자가 크기와 모양이 동일하여 이 초본을 활용해서 제작된 유물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좌) 도2 ‘만사태평영가’ 문자도 초본 중 ‘事’ 뒷면 / (우) 도3 ‘만사태평영가’ 문자도 초본 중 ‘平’ 뒷면


<문자도 초본>,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문자도 초본>의 형태는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초본,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초본의 사용방식을 김유경이 쓴 논문 <우석尤石 김호연金鎬然-4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속 우석尤石 김호연金鎬然의 회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어느 하늘 맑은 가을날, 나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성 안 지물포에 갔다. …… 그때 나는 어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놓여있는 들마루 위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작업하는 것을 보았다.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는 길다란 종이를 펴놓고 그 위에 두터운 장판지를 덮고는 걸쭉한 물감을 칠했다. 장판지에는 글자가 세로 넉자 가로 석자 씩 간격이 고르게 패져 있었고 물감은 글자마다 색이 다르게 빨강·파랑·노랑·초록을 번갈아 칠하는 것이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세 번 장판지를 갈아대면 한 폭이 완성되는 그러한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그 그림은 바로 우리 집 사랑방에 쳐있는 병풍 그림의 그것이었다.
……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병풍에 쓰여진 글씨는 壽·福 두 글자가 갖가지 모양으로 도안된 민화의 일종이었다.

김호연은 자신의 어린 시절 백수백복도가 그려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고, 그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김호연이 회고한 백수백복도의 제작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호연이 본 백수백복도 초본이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문자도 초본>과 유사한 형태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호연의 회고대로 백수백복도를 제작해본다면 그 결과물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시간에는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문자도 초본>의 형태를 살펴보고, 이 초본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된 민화 초본의 사례를 김호연의 회고 속에서 찾아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문자도 초본>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호연의 회고 속 백수백복도를 직접 제작해보고 초본과 완성작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작업 중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완성된 작품은 지면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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