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을순 작가의 솔직담백한 민화 – 꾸미지 않아 더 아름다운, 벗

요즘처럼 단절된 일상에 민화가 없었다면 매일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민화는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눈빛을 지닌 벗으로서 나와 함께할 것이다.

글·그림 안을순 작가


마음이 설렜다. 나를 향한 환한 미소를 본 것처럼. 무미건조한 중년의 삶 한가운데 민화가 꽂힌 날이었다. 그길로 계명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찾아가 권정순 선생님에게 민화를 배웠다. 선생님은 내가 처음 친 호랑이 털을 보고 ‘아, 이거는 고양이 같다’고 하시며 털 한 올에도 힘과 위엄을 담아내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민화는 그간 그려온 수채화나 한국화와 달랐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전통민화를 10년 넘게 그리며 조금 깨달은 것은 불허미不虛美였다. 헛되이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 솔직한 삶이 묻어나는 그림이 민화다. 그래서 호분이나 황토를 섞어 원색보다 부드러운 색감을 내려고 하며, 여러 색을 쓰기보다 몇 가지 색으로 소재를 연관성 있게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에는 인물과 배경이 있는 곽분양행락도, 요지연도 등을 그려보고 있다. 영험한 동물이 사는 이상향을 표현한 <서수낙원도>(도1)는 올해 처음 그려본 작품이다. 장생도와 비슷하면서도 상상과 현실 속 동물이 함께 등장하며, 서수瑞獸가 화목한 가족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화면 중심부에 모여 있는 봉황 무리를 군청을 사용한 깃털과 적색을 사용한 배 부분의 색채 대비로 화려하게 표현했고, 전체적으로 주색主色과 종색從色이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월, 공포와 우울 속에서 이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계명대 한국민화연구소 해외전이 취소됐기 때문에 12월에 경상북도청 동락관에서 회원전을 통해 <서수낙원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2 <책거리>, 2018, 옻지에 분채, 봉채, 먹, 80×45㎝×2



도3 <가두매점>, 2018, 옻지에 분채, 봉채, 먹, 70×40㎝

소박하고 솔직한 욕망을 담백하게

옛 그림을 재현하다보면 작자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현실을 잊은 채 빠져들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무엇보다 그림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은 참 근사하다. <책거리>(도2)는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 소장된 책거리를 그린 작품으로, 여성과 관련된 기물과 로맨틱한 상징이 두드러져 결혼을 앞둔 딸에게 선물하려고 그렸다. 봉채로 바림하고, 은분과 금분으로 문양을 그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가두매점>(도3)은 같은 박물관에 소장된 김홍도의 <행려풍속도> 8폭 병풍의 한 폭을 재현한 풍속화이다. 원작에는 사당패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인물 표정과 춤 동작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 옷은 호분을 밑색으로 칠하고 봉채 대자와 먹으로 엷게 바림해서 색감을 절제하는 대신, 인물이 겹치는 윤곽선은 또렷하게 표현했다. 원작과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호평을 받아, 작년에 열린 해외순회전에 참여하며 영국문화원에 기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추억을 남기는 일이다. 예전에 한국화를 같이 배우던 친구들과 작은 공부방을 만들어 민화수업을 시작했고, 그들과 매년 한두 번씩 전국 명소를 찾아 여행도 다닌다. 5년 전부터 해오던 대학교 평생교육원 민화 강의도 해가 지날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지게 된다. 붓으로 배운 삶을 붓으로 나누고 있다. 민화라는 고운 벗 덕분에.


안을순 작가는 권정순 작가를 사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대구미술 공예대전, 경상북도미술대전
등의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사)한국민화협회 대구지부장, (사)한국전통민화연구소 이사,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대구보건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경북보건대학교
평생교육원, 대구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민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
개인전 2회
2008 계명대 한국민화연구소 회원전
2016 한국민화를 조망하다 200인전
2017 제1회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
2017 한·베 미술교류전
2018 경주 아트페어
2019 계명대 한국민화연구소 해외순회전
2019 책거리 Today 대구 순회전
초대전 및 그룹전 다수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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