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시. 박철
그림. 조여영

한동안 시를 놓았습니다
말 안듣는 둘째를 방목하듯이
손을 펴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호구를 전혀 외면한 것은 아니어서 지책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만원짜리는 엮으며 살았습니다
집 나간 아이는 한동안 억새숲을 배경으로 걷다가
부러지진 않고 한풀 꺾여 돌아왔으나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었는지
아이의 종주먹만 조금 더 자랐습니다
초승달처럼 내리 새기며 산다는 일
고통이 수성(水性)이라는 것을
붉은 노을에 잠긴 보무리 저수지가,
슬픔도 힘이라는 것은
흰 눈 쌓이는 일산 능마루에 서서 보았습니다
리어카 꽁무니를 밀며 아래지향적으로
미물지향적으로 눈물 떨구던 그때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었으니
차라리 길에다 손을 벌리고 시를 쓰던 때가 좋았습니다
시간이 되어버린 아내여
안녕하신지요
유채꽃 짙은 물결은 여전히 무색한지요
물 아래 괴는 그리움도 언젠가는
옥빛 하늘이 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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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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