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번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우리 종이 전주한지 박물관

전주한지 박물관

닥나무로 만든 우리나라 전통 종이 한지는 하얀색 종이라는 뜻을 담아 백지(白紙)라고도 불린다. 장인들은 제조 과정에서 아흔아홉 번의 손이 닿고, 사용하는 사람이 백 번째로 만진다고하여 백지(百紙)라고도 말한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그 품질이 우수하여 활용도가 높은 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전주한지박물관을 찾아가보았다.

종이의 과거, 한지의 역사 한지역사관

한지역사관전주한지박물관의 관람은 2층에서 시작한다. 한지역사관은 종이의 과거 쓰임새와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전시실로, 종이 발명 이전의 문명권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코너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종이 발명 이후 한반도로 유입되는 과정과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를 소장 유물과 함께 보여준다.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닥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설명하는데 그 순서가 무려 11단계로 나뉜다. 이어지는 전시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종이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가를 역사 속 각종 문서와 책, 그리고 한지 공예품을 통해 보여준다.

첨단 산업과 한지가 함께 만드는 미래 한지미래관

한지미래관한지미래관은 ‘한지가 미래에 어떻게 쓰여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지를 이용한 여러 발명품과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소장품은 실제 판매되는 상품도 있지만, 대부분 기술 자체는 개발되어 있으면서도 비용 등의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한 발명품을 모아두었다. 한지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이한 전시품이 많다. 한지로 만든 다기는 비록 옻칠을 한 상태이긴 하지만 실제로 물을 담더라도 새거나 쉽게 해지지 않는다. 스크린과 자동차필터, 스피커 등 다양한 발명품들도 한지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특히 한지 스피커의 경우 이미 음향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고 한다.

한지로 만드는 예술 기획전시실

기획전시실 한지와 종이에 관련된 다양한 테마 전시가 열리는 공간. 매년 네다섯 번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합죽선 전시와 함께 체험 활동도 개최했다. 9월에는 그동안 박물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아마추어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생활 속 한지의 모습들 한지생활관

한지생활관기술적으로 개발이 되었지만 상용화되지 않은 상품들을 모아둔 한지미래관과 달리, 한지생활관의 모든 전시품들은 실제 활용되고 판매되는 물건을 전시한다. 전주한지박물관이 리모델링되기 전 종이박물관이었던 시절, 이미 한지 전시관으로 만들어졌고, 공간의 인테리어에도 한지를 많이 이용했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색감이 날아가지 않고 보존력이 뛰어나서 한지가 인테리어 소재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접 만든 나만의 한지 한지재현관

한지재현관한지재현관은 박물관의 1층에 위치해 한지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주 지역에서 전통 외발뜨기 기술을 보유하고 공장을 운영해왔던 오성근 지장이 박물관 소속으로 상주하며 한지 만들기 시범을 보인다. 한지 만드는 과정이 각 순서별로 나뉘어 있어 닥나무를 직접 만지고 닥칼로 벗겨볼 수도 있다. 현장에서 한지를 A4용지 크기로 한 장씩 만들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기념품이 된다.

한지의 소중함 되새길 수 있는 박물관

종이는 처음 발명된 이후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요즘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종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지만, 단지 책이나 문서 용도가 아니라도 종이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보고 사용하는 종이의 대부분은 전통 방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우리 종이로 예로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왔지만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특성상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흔아홉 번의 손을 거쳐야 완성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지의 제작 공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물론 이는 생산성의 문제일 뿐 한지의 품질에 대한 평가 기준은 될 수 없다. 한지는 양지에 비해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나며 질기면서도 탄력이 뛰어나서 여러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주한지박물관은 한지의 역사와 제조 공정을 소개하고, 그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을 설립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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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이 한지

전주한지박물관전주한지박물관은 박물관 내 여러 요소에 한지를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박물관 내 전시품을 소개하는 모든 패널을 한지에 인쇄해 만들었다. 한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인쇄할 경우 보풀이 일어날 수 있어 패널로 제작하기 힘들지만, 최근 특수한 방법으로 인쇄가 가능한 한지가 개발되었단다. 관람객은 패널의 내용을 통해 한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물론, 직접 만져보면서 그 촉감을 느끼고 얼마나 깨끗이 인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의 인테리어 역시 한지로 꾸며졌다. 2층 로비에는 벽면을 꾸미는 타일 형태인 한지 아트월이 설치되어 있어 인테리어 소재로서의 한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2층 한지생활관에서 1층 한지재현관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는 온실이 조성되어있는데, 이 역시 한지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이의 소재인 닥나무는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는데, 이곳에서는 관상용으로 기르기 때문에 꽃과 열매를 모두 볼 수 있다. 한지의 또다른 원료가 되는 황촉규(닥풀)도 기르고 있으니 한지 만들기를 체험하러가는 길목에서 한지의 재료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관람 돕는 홍보위원, 지장이 상주하는 체험관

전주한지박물관은 전주페이퍼 공장부지 내에 위치해있다.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전주페이퍼 공장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한 후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는 학예연구사 외에도 문화해설사의 역할을 하는 다섯 명의 홍보위원이 있는데, 모두 제지공장 사원들의 배우자로 이루어져있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전주에 대한 애향심으로 방문객의 한지박물관 관람을 돕는다. 한지재현관에서는 실제로 한지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데, 스무 명 이상 단체 관람객의 경우 사전에 예약을 하면 더욱 원활하게 관람할 수 있다.

Interview. 전주한지박물관 신정호 부관장

전주한지박물관  신정호 부관장전주한지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전주페이퍼는 신문용지를 만드는 제지공장으로, 50년이 넘게 전주에서 종이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판매용 한지 상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한지재현관에서 지장 선생님이 체험이나 자체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하고 있을 뿐이다. 주 제작품목이 아닌 한지에 대한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유를 신정호 부관장에게 들어보았다.
“기업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큽니다. 2007년에는 종이박물관이었지만, 2011년 한지박물관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죠. 전주가 예로부터 종이로 유명했으니까, 종이 만드는 회사에서 한지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물이 굉장히 맑고 닥나무가 많이 자라서 예로부터 한지의 명소로 불렸다. 전주의 물은 철분 함유량이 적어서 종이를 만들었을 때 중성지로서 쉽게 산화하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가에서 종이를 관리하는 기관인 ‘지소’가 전주에 위치해있었던 것도, 전주페이퍼 공장이 50년째 전주에서 종이를 만들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신정호 부관장은 지역민은 물론 예술인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서예인들과 연계하여 저희가 만든 한지를 제공하고 작품을 기증받는 형식의 교류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화인들과도 인연이 닿는다면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관람 마감 30분 전까지 입장가능)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 문의 : 063-210-8103
  • 관람요금 : 무료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신성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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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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