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페어에서 민화 선보인 박 현 & 이경주

제15회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2022 참가 후기

박 현 작가와 이경주 작가가 지난 11월 18일(금)부터 11월 20일(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트페어 <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2022 >에 참여해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두 작가 모두 처음으로 페어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개성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민화의 세계화를 향해 뜻깊은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글·사진 박 현 작가, 이경주 작가


박 현

어포더블 아트 페어 싱가포르 2022

어포더블 아트 페어(Affordable Art Fair, 이하 AAF)는 1999년 10월 영국 런던 바터씨 파크(Battersea Park)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현재는 런던, 뉴욕, 홍콩,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브뤼셀, 스톡홀름, 멜버른, 싱가포르 10개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백만의 아트애호가들이 매년 20만 수준으로 꾸준히 페어를 방문하여 유명한 예술가부터 신인 예술가들의 다양한 현대 예술 작품을 만난다. AAF의 미션은 행사명의 ‘어포더블(Affordable, 합리적인 가격의)’에서 나타나있듯 모든 이들이 현대미술을 더욱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어에서 선보이는 작품 가격대는 $15,000 이하로 책정되고 있다.
2022년 11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AAF는 코비드로 한 3년간의 공백을 깨고 금년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AAF 싱가포르의 공식 집계결과에 의하면, 국내외 약 80여 개국의 갤러리들이 AAF 싱가포르에 참가했고 3일간 약 15,000명이 방문하여 총 판매액 450만 달러(한화 약 58억 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박 현, <부킷티마 호랑이 (Bukit Timah Tiger)>
– 싱가포르 현지 친구로부터 싱가포르의 부킷티마 지역에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896년 두 호랑이가 사살된 이후 싱가포르 호랑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ê·¸ 호랑이를 민화 속으로 불러오고 싶었다. 짙은 군청색, 녹청, 오렌지, 흰색을 주요 색상으로 정하고 부킷티마 지역의 바나나 나무, 흰 괴석, 리쟈드 등 이곳 열대 환경을 표현했다. 나 자신을 호랑이로, 호랑이 표피 모양을 우리가 좋아하는 꽃모양으로 그려 넣었다. 부킷티마에서 살고 있는 싱가포르 컬렉터가 이 작품을 구매했다. 이번 출품작 중 단연 주목을 받아서인지 두 명의 컬렉터로부터 추가 주문을 받았다.



박 현, <늙어가지만 아름다운 모란 화병도 (Old But Sweet Peonies)>
–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 자신과 같은 모든 여성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 “늙어감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에 쌓여가는 성숙한 아름다움을 즐기라.” 외국에서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을 모란 화병도로 표현해 ë³´ê³  싶었다. 만개해서 저물어갈 듯한 모란꽃의 색상은 옛날 사대부 고위층 여인들이 즐겨 입었을 치마저고리 색상으로 표현하였고, 말라가는 이파리에는 유럽 사람들에게 친근한 색상을 넣어 표현하였다. 화병에는 현재 내가 사는 ê³³, 나의 뿌리를 표현하고자 십장생 등 한국적인 문양과 멀라이언과 같은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문양을 접목하여 표현하였다. 시들어가지만 아름답고 스윗한 모란을 표현하고자 꽃 주위로 모여드는 꿀벌과 개미로 여백을 채웠다. 이 그림은 그림에 대한 설명을 신중하게 듣고 있던 독일 레이디 콜렉터에게 판매됐으며 베트남·프랑스인 부부로부터 시리즈 No. 2 작품의뢰를 받고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강력한 공감대와 강렬한 색감으로

이번 페어에는 전통민화에서 영감 받은 세 점의 창작 작품을 출품하였다. 세 작품은 페어가 시작하기도 전인 11월 17일(목) 저녁 VIP 초대 Preview에서 완판되었다. 어포더블 아트 페어 처녀 출품 작가인 나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무명민화 작가 작품이 주목을 받으며 단기간에 판매가 된 원인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첫째는 민화만의 이야기, 여기에 더한 나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유니크하게 다가가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였다고 본다. 작품 설명을 듣던 분들이 아주 흥미로워하시는 표정이었고, 구매결정권을 가지신 분들은 모두 내 또래의 여성분들이셨다. 확실히 공감하시는 분위기였다.
둘째, 가장 한국적인 색상을 나만의 색감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색을 표현하는 단어는 아주 많다. 내가 민화에 빠져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처음 본 이후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강렬한 색감 때문이었다. 민화의 색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민화를 시작한 이후 내가 좋아하는 군청, 밤색으로 한국 민화 특유의 감성을 만들고자 오랫동안 고심하였다. 부킷티마 호랑이 작품의 바탕색인 군청은 그 긴 고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구매 혹은 구매를 예약한 컬렉터들도 작품을 구매한 이유로 모두 그 군청색을 꼽았다. 모란 화병도의 경우 한 싱가포르 아티스트의 평을 빌리자면, 따듯한 색상과 차가운 색상군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린 점이 좋았다고 한다. 나는 이웃하는 보색을 항상 조금씩 섞어 사용한다. 요리할 때 소금과 설탕을 적절히 섞어 쓰면 서로의 맛을 잘 돋보이게 해주듯 말이다.


박 현, <봉후맹호도 (Tiger and Monkey)
– 송하 맹호도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넣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어 호랑이와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옛날 왕들이 왕권을 잡고 정사를 시작하기 전, 왕의 전략 책사를 지명할 때 원숭이 모양의 도자기조각을 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화면에 복숭아 나뭇가지를 잡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는 원숭이를 그려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호랑이와 영민한 원숭이가 함께 하면 이 세상을 정복하는 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 그림은 호랑이 띠의 딸과 원숭이 띠 아들 이렇게 남매를 둔 싱가포르 어머니께서 구매하셨다.


박 현 Park Hyeon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약 15여년 간 한국 및 싱가포르 등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마케팅 이사로 활동했다. 한국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15년부터 한국을 오가며 송규태 화백, 홍익대학교 조미영 교수를 사사했다. 싱가포르민화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한국 예술제 동상, 대한민국민화공모대전 특선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싱가포르 민화협회 정기전, (사)한국민화진흥협회 파리전, 서울 소소회 민화전 등 다수 전시에 참가했다.

이경주

처음으로 AAF 싱가포르를 준비하며

나와 박 현 작가는 지난 11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싱가포르 F1 Pit Building에서 개최된 <제15회 어포더블 아트 페어 싱가포르 2022>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어포더블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이라 준비하는 동안 어떤 작품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주로 그려왔던 책거리가 나을까…고재쟁반 위에 꼭두를 붙인 작품이 나을까…나무쟁반을 안전히 운송할 수 있을까…걱정이 참 많았다. 온갖 종류의 포장재를 주문하고 작품을 포장하고, 또 포장하면서 ‘그래, 우리나라 전통목각인 꼭두를 가져가서 현지 반응을 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경주, <꽃피고 새가울면> 모반과 <복쟁반> 시리즈
– 물고기 조각이 있는 복쟁반의 경우 고미술상을 다니며 100년 이상 된 오래된 나무를 구해 만든 고재쟁반이다. 옛날에는 잔치가 열리면 이 쟁반에 떡, 전 등을 담아 이웃과 나눠먹었다고 한다. 현대에는 이 쟁반으로 무엇을 나누면 좋을까 고민하다 길상의 의미를 담아보았다. 출세를 상징하는 물고기와 더불어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 곁들였다. 복을 가득 담았다는 뜻으로 작품 이름을 <복쟁반>이라 지었다. 맨 아랫줄에 놓인 꽃과 새가 있는 작품은 <꽃피고 새가울면> 시리즈이다. 맨 오른쪽이 초창기 작품인데, 작품의 아래쪽에 있는 책은 종이 곧,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생명을 의미한다. 나무에서 생명이 뻗어나가는 평화로운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에 한국적인 감성을 더하기 위해 액자 대신 고재 쟁반을 사용해보았다. 도상을 옮기는 과정에서 비율이 맞지 않아 맨 밑에 그리곤 했던 책갑도상을 뺐다.


예상치 못한 완판행진

첫날 VIP 프라이빗 뷰를 시작하였는데 20작품 중 10작품이 팔렸다. 고재모반은 한국 전통 나무 쟁반이고 꼭두는 우리나라 전통 목각 인형이라고 설명하니 모두 놀라워하고 신기해했다. 어포더블 페어는 페어 특성상 그림을 구매하자마자 바로 포장해서 가져가시는 분들이 많아 이튿날 벽이 초토화되는 웃지 못할 장면이 펼쳐졌다. 결국 <꽃피고 새가울면> 모반 10개와 물고기가 있는 복쟁반을 완판했다.
박현 작가와 나는 다른 갤러리와 인사를 나누고 다음 전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박 현 작가의 작품 판매액은 각 5,000싱달러(한화 약 482만 원), 나의 작품 판매액은 500~2,000싱달러(한화 약 48만 원~193만 원)이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싱가포르 현지 갤러리 외에도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싱가포르 주변 국가들의 갤러리와 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폭넓게 참여하였다. 어포더블 페어는 아시아 쪽에서는 싱가폴과 홍콩 단 두 군데서만 열리는 페어이다.
싱가포르라는 곳이 중국계, 아랍계, 인도, 말레이 등 다민족이 모여 사는 곳인데 서양화 일색인 다른 페어와 달리 동양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홍콩 어포더블 아트페어에 가보진 않았지만, 싱가포르 어포더블 아트페어와 느낌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어 기간이 끝난 뒤 싱가포르 뮤지엄과 갤러리 등을 둘러봤다.
싱가포르 아시아 문명박물관(ACM)에서 도슨트로 활약하고 계신 팽수진 선생님의 1인 도슨트도 너무 좋았고 박 현 작가님과 함께 National gallery에서 보내며 만든 추억도 마음과 눈에 꼭꼭 담았다. 흥미로운 경험과 설레는 만남이 가득했던 싱가포르 어포더블 아트페어. 다음 전시도 기대해본다.

이경주 Lee Kyung Joo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미래전략융합대학원 민화학과 석사과정 중이다.
2022 월간민화 어워즈 오늘의 작가상, 2016 전국민화공모전 최우수상, 2014 현대민화공모전 최우수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마루아트센터, 아트필드갤러리, 갤러리한옥, 아트플라자 등 다수의 초대개인전과 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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