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 –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체험하다

실학박물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체험하다

경기도는 실학이 태동하고 성장·발전한 곳으로 실학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특히 실학에서 손꼽히는 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 역시 경기도에 있으며 그 옆에 바로 실학박물관이 있다. 실학박물관은 활발한 연구와 전시, 다양한 교육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실학을 쉽게 접하고 체험하도록 돕고 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 도, 즉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 실을 통하여 정확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조선후기 실학의 정신을 대표하는 말이지만 사실 오늘날 우 리가 학문을 연구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는 말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실학이 태동하고 성장 및 발전했던 곳일 뿐만 아니 라 실학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지 역이다.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 역시 경 기도에 있다. 생가 바로 옆에 우리나라 유일의 실학 전문 박 물관인 실학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실학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실학 및 실학과 관련된 유·무형 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보존·연구·교류·전시하며 지역 주민에게 교육과 정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다목적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2009년에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더욱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실학을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모습의 실학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실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상설전시

앞서 언급했듯이 박물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인 다산유적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산생태공원과도 맞닿아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고즈넉한 문화유산 곁에서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셈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박물관에 들어서면 1층 로비 왼쪽에는 안내데스크와 휴게실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강당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2층에는 상설전시실 3개와 북라운지가 있고 야외테라스가 층을 둘러싸고 있다.
제1전시실 ‘실학의 탄생’에서는 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 대동법으로 대표되는 개혁과 농·상·공업의 발전으로 변화된 조선사회의 모습과 조선으로 들어온 서양문물 등에서 실학의 형성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여러 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실학의 기반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대동법을 주도한 김육이 그려진 송하한유도, 반계 유형원이 19년에 걸쳐 저술한 국가개혁론인 반계수록 등이 있다.
제2전시실 ‘실학의 전개’에서는 성호 이익에서 출발하는 실학을 중농학파, 중상학파, 실사구시파로 나누고 각 학파에 속하는 실학자들의 저술과 함께 초·중등학교 교과서 전 과목에서 실학 관련 내용을 추출·정리했다. 또 이를 그림·영상 등 보조 자료를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이익의 성호사설, 박지원의 열하일기,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이 있다.
제3전시실 ‘실학과 과학’은 실학의 특징 중에서도 과학이라는 주제를 부각시켰다. 당시 천문학과 지구의 자전 문제, 구형의 지구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각종 천문도와 천문관측기구, 신곤여만국전도, 정상기·김정호의 동국지도와 대동여지도를 통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또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천문관 등 볼거리가 가장 풍부하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아스트로라브(아라비아식 천문시계), 박물관에서 2011년 원형 크기로 새롭게 복원한 신곤여만국전도 등이 있다.
박물관은 실학 관련 유물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서들만 단순하게 나열한 전시가 아니라, 그 속의 내용을 관람객들이 간접 체험하거나 시각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기획특별전시


박물관은 개관 때부터 1층 기획전시실에서 1년에 2회, 기획특별전시를 계속 개최하고 있다. 상설전시보다 좀 더 세밀하고, 시의성을 갖는 실학 관련 주제를 선정하 고, 전시실 공간을 십분 활용한 압축적인 전시는 매번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최근 전시로는 작년 10월 부터 이달 26일까지 다산 정약용 서거 180주년을 기념 하는 기획특별전 <하피첩의 귀향>이 진행 중이다. ‘하피첩’은 글자 뜻대로 ‘노을빛 치마로 만든 첩’이란 뜻으 로 유배지에 잇던 정약용 선생이 고향에 있는 두 아들을 위 해 치마를 잘라서 경계의 말을 적어 보낸 것을 말한다. 노 을빛 치마는 선생의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 예 복 치마인데, 이것이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래지며 노을빛이 된 것이다. 후손에게 가보로 전해지던 하피첩은 한국전쟁 때 분실된 뒤 오랜 기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가 2006년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지 206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와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이런 하피첩 속에 담긴 다산 선생의 가족 사랑과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교훈들이 직관적으로 전달되도록 캘 리그래피,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를 꾸며 몰 입도와 흥미를 높였다. 그 결과 박물관 역대 가장 감각적인 전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람객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기획전시실에서는 유물의 단순한 전시보다 는 확실한 주제 의식과 함께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오 감을 자극하는 입체적인 전시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본질은 지키되 발전을 추구하는 박물관

박물관은 전시 외에도 교육, 학술연구, 소장품의 수집·보 존 등 박물관의 본질적인 4대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 다. 특히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령대별로 각각 유아, 초등학생,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학꼬마소풍, 실학연극소풍, 실학예술 소풍을 비롯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학 아카데미, 공공기 관을 대상으로 한 다산 공·렴 아카데미 등이 성황리에 운 영 중이다. 지난달에 개최했던 창작 판소리 ‘다산 정약용’ 공 연 등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한 실학 관련 문화예술행사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학술연구 역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시 도록, 한국 실학과 실학자들을 조사한 연구도서, 실학자의 저술을 번역 한 번역서, 실학인물총서, 실학연구총서, 실학을 쉽게 전달 하기 위한 대중서 등 개관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연구를 쉬지 않으며 총 50종에 육박하는 도서를 발간했다. 또 한 <2015 동아시아 실학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학술행 사를 통해 실학 연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혜강 최한기 가문 소장 유물, 연암 박지원 및 환재 박규수 가문 소장 유물, 포저 조익 가문 소장 유물 등 을 기증받거나 위탁하며 소장품의 수집과 올바른 보존에 도 힘쓰고 있다. 이렇듯 박물관은 그 공간이 가진 본질을 충실하게 지키면 서 실학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널리 알리고 있다. 게다 가 활발한 연구, 새로운 방식의 전시·행사 등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실학 전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글 방현규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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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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