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

〈시집가는 날〉은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혼인하는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최천숙 작가는 아들 내외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림 속에 담아내었다고 한다. 문득 찬바람이 불어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11월. 최천숙 작가가 전해주는 따스한 민화 이야기를 건네 들으며, 잊고 있던 일상 속의 행복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편집자주)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아들이 전방에서의 소대장 생활을 마치고는 결혼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부는 사관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기생이었다. 힘든 군대 생활을 내조하는 며느리를 맞았으면 했지만, 뜻과는 다르게 군인 며느리를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신부 집으로 혼수함을 보내며 혼서지와 함께 편지를 넣어 보냈다.

주실에게
너를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혜원이와 너와의 첫사랑이 세월이 흐르면서도 지속되어
결혼에 이르니 그 사랑이 영원하길 기원할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축복하고 싶구나.
그러나 결혼은 연애보다 훨씬 길고,
평생을 함께 평화롭게 지내야 하니,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단다.
이제는 너희 둘이 중심이 되어 한 가정을 이루어 내는 거다.
자녀를 잘 키우고, 부모의 평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신만을 위한다면 결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국가의 간성이 될 생도를 가르치는
교수로 우뚝 서게 된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명예를 지키고 국가에 충성하는 훌륭한 군인이 되길 바란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우리 집안을 잘 꾸려나가
이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날이다.
오랜 사랑이 결실을 이루어 만물의 축복을 받으며
한 가정을 이루어 대물림하며 앞으로도 노력과 헌신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아가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자랑스러운 너를 우리집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어 기쁘고 고맙다.

현대에는 신랑이 양복을 입고,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는 서양 결혼식을 주로 한다. 물론 전통 형식의 혼례식을 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민화는 우리의 전통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림이므로, 나는 아들의 결혼을 맞아 근대의 혼례식에서 신행新行가는 장면을 그려 보았다. 신행, 즉 우귀례于歸禮란 신랑이 신부집에서 대례를 치르고 1~3일간 머무른 후에 신부와 신랑이 함께 신랑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신랑은 사모관대에 조랑말을 타고, 신부는 염의를 입고 가마를 타고 간다. 차림새는 대례복과 같다. 신랑이 위를 쳐다보고 신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다소곳하다. 청사초롱을 앞세우며, 하인들은 신부 집에서 만들어 준 음식과 가재 도구를 소등에 싣고 보따리를 들거나 머리에 이고 따라간다.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므로 궁중에서 세화나 병풍, 장식용으로 쓰이고 민가에서도 애용하는 도상이므로, 모란을 나무에 핀듯 커다랗게 그려넣었다.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 되어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아들 내외도 한평생 행복하게 잘 살기를 소망한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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