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자연 품에 안긴 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한국적 추상화를 확립한 거장’, ‘삶과 작품세계가 일치하는 작가’, ‘한국 근현대 화단에 손꼽히는 1인’으로 평가받는 장욱진 화백의 작품세계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작년 4월 양주에 문을 열었다. 그림 같은 자연을 자랑하는 양주는 장흥아트파크와 장흥조각공원이 조성되면서 복합문화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거기에 ‘욱진씨’까지 더해졌으니, 조만간 ‘문화예술의 고장’ 하면 양주가 우선 손꼽힐 듯하다. 나들이하기 좋은 맑은 봄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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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단순하게 담아낸 자연의 이상미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장욱진張旭鎭(1917~1990) 화백은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백영기, 이중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해 활동하며 순수 조형미를 추구해온 1세대 화가다. 한국미술사에서 ‘한국적 추상미술’의 태동에 큰 획을 그은 대가로 평가받는다. 장욱진은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이분법적인 범주로 설명할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서양화를 공부하고 서구적인 재료를 사용했지만, 그의 작품 전반에는 그의 삶과 사상이 녹아 있어 곳곳에서 민화의 영향과 불교, 도교적 사상, 수묵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특히 그는 대상의 세부적인 특징과 요소를 배제하고 간결한 형태와 절제된 색채로 묘사하는 자신만의 양식을 확립했는데, 이는 간결하고 소박한 미감에 대한 작가의 선호이자,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것으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치열한 예술적 고뇌의 산물이다.
이처럼 추상은 기교를 사용해 사물을 보이는 대로 치밀하게 재현하는 것과는 다른 갈래의 예술로, 사물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편성을 실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때로 이러한 추상은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선, 질감, 색채와 같은 극단적인 회화 요소만으로 화면을 장악하기도 하지만, 장욱진의 ‘한국적 추상화’는 그런 극한까지 추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물을 취하되, 특징적인 면만 간략하게 표현해 ‘어린이 그림’ 같다는 평을 듣는다. 덕분에 남녀노소와 문화적·지역적 경계를 뛰어넘어 그의 작품을 대하는 모든 관람객은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꾸미지 않은 소탈한 기교와 주위 자연물을 화면에 불러온다는 점, 맑고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색채의 사용은 민화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또한, 작가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노장사상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자연관을 반영한다. 그는 복잡한 도시생활보다는 단순하고 안락한 자연 속의 삶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스스로 은거했던 그의 삶이 이를 증언한다. 작가 스스로 “나는 심플하다”고 말했듯 그의 작품과 삶은 단순미와 자연에 대한 예찬으로 충만하다.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은 기념비적인 성격을 가진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그가 평생을 꿈꿔온 대로 이상적인 자연의 품에 안겨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찾으면 더욱 좋은 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관장 변종필, 이하 장욱진미술관)은 양주시(시장 현삼식) 관계자들과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사장 김동건), 유족 대표들이 2010년 미술관 설립 협약을 체결, 지난해 4월 28일에 개관했다.
양주는 송추계곡과 같은 이름난 절경과 권율장군묘, 단경왕후릉처럼 역사적인 명소가 있는 곳이다. 장욱진미술관은 개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석현천이 흐르는 곳에 자리한다. 문화예술을 관람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장흥아트파크와 장흥조각공원도 걸어서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며, 특히 장흥조각공원과는 통합관람이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 장흥자생수목원과 송암천문대 등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방문할 곳도 많다. 한적하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는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장욱진미술관의 첫 번째 기획전시였던 <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전에서 보듯 장욱진 화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작품을 다수 남겼다. 그의 그림편지에서는 작가의 따스한 가족 사랑이 느껴진다. 이 전시가 진행될 때, 전시장 한 편에서는 관람자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그림편지를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관람객들의 그림편지를 모아 전시하고, 그중 일부를 선정해 그림편지 에세이집, ‘100개의 그림편지’로 엮어냈다. 작가와 관람자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형식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 행사다.
변종필 관장은 장욱진의 작품은 가족단위로 감상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살아난다고 귀띔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품의 여운을 간직하고 일행과 감상을 나눌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화 그리기 체험공간이나 햇살이 잘 드는 카페에서 전시를 둘러본 느낌을 이야기하다보면, 가족 간에 더욱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세계 한눈에 보여주는 순백의 건축

장욱진미술관은 총 3층으로, 지하는 강의실로, 1층은 전시실과 매표소, 카페와 아트샵, 물품보관소이며, 2층은 전시실과 영상실,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다. 개관과 동시에 영국 BBC가 선정한 ‘새로 문을 연 세계 8대 미술관’에 선정되었으며, 제22회 김수근건축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장욱진의 호작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독특한 건축 덕분이었다.
최-페레이라 건축(건축가 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이 공모전을 거쳐 설계를 맡았다. 건물 외관을 한 부분씩 떨어뜨려 놓고 보면 장욱진의 작품 속 집과 닮았다. 단순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돌아볼수록 다채로운 공간으로 나뉜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각 전시실은 독립적이되 단절되진 않는다. 한국 전통가옥에서 ‘ㅁ’자 건물배치와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중정과 마루, 독립적이지만 열린 구조의 작은 방들을 차용했다. 큰 창이 곳곳에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이 건물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또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순백색을 건물 내부와 외부에 사용했다. 작가가 추구했던 ‘심플’한 미니멀리즘이 건축으로 구현되었다. 친자연주의, 상호 공간 침투성, 그리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는 한옥의 특징이면서, 장욱진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첫인상보다 오래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점도 그렇다.

미술관의 이름에서 이 공간의 정체성이 보인다.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는 기관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시에서 예산으로 문화공간을 지은 시립미술관인 만큼, 운영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다. 수준 높고 즐겨 찾을 수 있는 문화 활동을 제공하여 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이 1차적 목표라면, 2차 목표는 양주에 문화예술을 진흥시킬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장욱진미술관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 젊은 작가들의 미술창작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이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스타작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제2의 고향이 되어주고 있다.

mini interview.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변종필 초대관장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변종필 초대관장“초대관장에게 거는 기대는 향후 미술관이 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만의 정체성을 찾는 게 가장 우선돼야겠죠. 임기동안 성과욕심보다는 장욱진을 잘 이해하고 많은 사람이 잘 찾아올 수 있게끔, 좋은 전시와 안락한 공간, 편안함을 제공하는 미술관 만드는 게 1차적 목표입니다.
또 미술관 자체가 그림을 보여주는 역할뿐 아니라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장욱진 화백이 그랬듯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체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지는 양주에 오시면 장욱진 화가의 미술세계를 만나보세요.”

  • 위치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 관람요금 : 대인 2,000원 /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 어린이 500원 / 유아 및 노인 무료 / 양주시민은 50% 할인, 20명 이상 단체 할인
  • 문의 : 031-8082-4245

 

글 : 윤나래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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