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한국 미술사의 집대성 송암미술관

송암미술관
송암미술관

인천 문학산 끝자락 서해를 따라 자리한 해안도로 옆, 아담한 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번잡한 도시를 탈출해 무릉도원에 닿은 듯 평온하고 고즈넉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곳. 바로 송암미술관이다. 송암미술관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망라한 다양한 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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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암미술관의 탄생 배경

송암미술관송암미술관(이하 미술관)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제철화학의 故 이회림(1917~2007) 회장은 자신이 모은 고미술품으로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개인미술관을 열었다. 그 후 1992년 10월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인천 남구 학익동의 현 위치로 이전, 개관한 것이 지금의 송암미술관이다. 이 회장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서화, 도자, 공예, 조각 등 전 장르와 시대를 망라하여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다. 그렇게 수집한 유물이 총 9천여 점. 개인이 수집한 유물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량이다. 개성 출신의 기업인인 이 회장은 일제에 의해 우리 문화유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하나둘 우리 문화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송암미술관은 2005년 설립자인 이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인천광역시에 무상으로 기증되면서 현재는 시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현 OCI)은 인천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으로, 이 회장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 수집한 문화재를 더 많은 인천시민이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에 기증하게 되었다. 미술관이 시에 기증됐을 당시 오랜 세월 노후되어 있던 상태로 대대적인 개보수가 불가피했다. 시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수장고 환경 조성 및 시설 보완과 함께 3년여 간의 리모델링 공사 후 2011년에 재개관하게 된다.

시대와 장르를 총망라한 다양한 유물

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물은 총 9,835점. 방대한 양도 놀랍지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회화, 도자, 서예, 공예, 조각 등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미술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되는 유물은 총 300여 점. 전시 유물은 정기적으로 교체되어 관람객들은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유물을 접해 볼 수 있다.
미술관 1층은 공예와 조각이 중심으로 전시된 모습. 거대한 옹관을 시작으로 선사시대 토기, 고려청자, 조선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 도자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도자사를 지나오면 다양한 불상과 공예품이 전시된 공간에 닿는다. 눈여겨 볼만한 유물로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불상 ‘목조여래좌상’. 결가부좌를 틀고 아래로 시선을 둔 모습에서 자비와 평화가 느껴진다. 그 외에도 나무판에 부조로 새긴 십이지상과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각종 공예품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 중심에 놓인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도착한다. 계단을 오르며 볼 수 있는 천장 속 십장생도, 현판 등이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미술관 2층은 회화와 서예를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의 민화부터 산수화, 화조화, 영모화, 인물화, 사군자화, 불화 등 회화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유물과 함께 인장, 서예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장르의 미술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공간. 민화만 해도 까치호랑이, 봉황, 책거리 병풍, 책가도, 문자도, 평생도, 십장생 등 조선 후기의 다양한 주제로 감상할 수 있다. 2층 전시실 중 대표적인 유물로는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를 꼽을 수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정선이 80세에 그린 대작이며, 힘 있게 표현된 소나무 아래 붉은 영지가 그려진 그림으로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적 의미를 담고 있다.

미술관의 자랑인 수려한 경관

미술관의 야외전시실은 감탄을 자아낸다. 수려한 경관은 미술관의 자랑이기도 하다. 무려 9천㎡의 드넓은 정원으로 이뤄진 야외전시실은 문인석, 장승, 석탑, 동자승, 해태 등이 조경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오른편에 자리한 높이 6.34m의 광개토대왕비는 웅장한 모습으로 정원 한 켠을 메우고 있다. 이 회장이 제작자를 중국 집안현 퉁구 현지에 직접 파견해 원형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실물과 똑같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실물과 다름없이 4면에 1천 8백여 자가 새겨져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 사실 이는 90년대 사립미술관으로서는 상상치 못할 제작비가 들었다.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광개토대왕비를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은 이 회장의 고향이 개성인 이유도 있겠지만, 미술관을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민족적 기상을 일깨우고자 했던 이 회장의 간절한 바람도 담겨있다. 광개토대왕비를 중심으로 정원 곳곳에는 각종 석물과 조각도 군데군데 전시되어 있다. ‘송암’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역시 정원을 풍성하게 만든다.

해마다 열리는 특별전시, 그리고 민화

이 회장이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수집해 온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민화다. 현재 미술관에 소장 중인 민화는 약 1천여 점. 그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민화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2013년에는 <호야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민화 이야기>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민화에 담긴 다양한 옛 고사나 설화, 상징을 통해 옛 사람들의 소망과 상상을 만나보는 전시로, 어린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미술관에서는 해마다 기획특별전을 열고 있다. 2014년에는 <교과서 속 아름다움 우리 미술>을 열어 교과서에 수록된 여러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는 책 속에서만 보았던 미술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성인들에게는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제공했다. 오는 7월에는 근대기의 전통회화를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연령층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

송암미술관송암미술관에서는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대표적인 성인 프로그램으로는 매년 봄에 개최되는 <송암아카데미>가 있다. 한국미술사의 주요 테마들로 구성된 강좌로 4~5월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며, 8주 과정 중 6주 이상 참여 시 수료증도 발급된다. 올해는 ‘명사가 들려주는 우리 미술이야기’를 주제로 한국미술사 각 분야의 명사들이 초청되어 강의를 진행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으로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인 ‘꿈을 그리는 미술관’이 진행 중이다. 미술관 속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미술관의 대표적 직업인 학예연구사의 업무를 실제로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등 연령별 맞춤 활동으로 진행된다. 미술관 탐방을 통해 청소년에게 구체적인 꿈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또,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알!송!달!송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급 단체 대상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보는 전시를 벗어나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매년 여름방학이면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가족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여름에는 ‘송암미술관 속 생활의 발견’을 주제로 우리의 전통공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암미술관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장르의 미술품을 총망라하여 만나 볼 수 있다. 민화는 물론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을 통해 미감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푸르름이 깊어가는 여름의 길목, 송암미술관을 방문해 다양한 유물도 감상하고 옛 정원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까지 느껴보는 건 어떨까.

mini interview. 송암미술관 이현아 학예연구사

이현아 학예연구사송암미술관은 현재 인천광역시에서 운영하는 공립 미술관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송암미술관의 이현아 학예사는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미술관을 꿈꾼다. 특별전을 기획할 때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더욱 쉽게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쉬운 구성과 설명으로 기획한다고. 이러한 노력덕분인지 실제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저희 박물관을 방문하시면 시대와 장르를 망라한 모든 장르의 미술품을 보실 수 있어요. 도자기, 공예 등도 민화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미술품 감상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미감을 길러 가시길 바랍니다.”

  • 위치 : 인천시 남구 비류대로 55번길 68 송암미술관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단, 공휴일인 경우 제외/공휴일 다음날), 1월 1일
  • 관람요금 : 무료
  • 문의 : 032-440-6770

 

글 : 최민지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이현아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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