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미의 기준은 항상 바뀌어왔지만, 그 기준에 부합하여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언제나 진행되어왔다. 예쁜 얼굴과 매력적인 머리 모양, 화려한 옷매무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을 찾았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압구정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금싸라기 땅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알고 보면 건물 전체가 문화 공간이다. 코리아나 화장품에서 운영하는 스페이스 씨(space c)는 2003년 11월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하 1,2층은 코리아나미술관으로, 5,6층은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이스 씨는 건축가 정기용의 설계로 지어졌으며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건축 예술로 불리는데, 2006년에는 강남구가 지정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접근성이 워낙 좋아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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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어떤 화장품으로 얼굴을 꾸몄을까?

스페이스 씨 건물 5층 상설전시관, 우리나라 화장의 역사를 개관하는 연표로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상고시대부터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의 화장품까지 사진과 함께 대략적으로 소개되는데, 조선시대 소장품이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을 치장하고 꾸미는 것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세안이다. 현대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깨끗이 씻는 일은 아름다움을 지키는 시작과도 같다. 그렇다면 폼클렌징은커녕 비누조차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얼굴을 씻었을까? 천연재료에 그 답이 있다. 콩이나 팥, 녹두를 갈면 가루가 나오는데 이것을 조두라고 불렀다. 조두는 피부에 문지르면 때를 제거하는 기능을 하기에 세안제로 사용했다.
세안제뿐만이 아니다. 요즘 판매되는 것들과 같은 용도의 화장품이 과거에도 있었다. 우선 세안 후 로션처럼 사용했던 재료들이 있다. 곡식이나 씨앗을 짜서 나오는 기름을 얼굴에 발랐다. 또한 머리에 바르거나 연지 화장을 할 때에도 곡식이나 씨앗 기름으로 개어서 사용했다. 눈썹 화장은 나무 태운 재를 바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도자기로 만든 화장 용기

상설전시관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은 바로 화장품을 담는 그릇이다. 요즘은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에 화장품을 보관하고, 또 모두 사용하면 버린다. 하지만 과거에는 화장품 자체가 모두 천연재료였기 때문에 쉽게 변이되지 않도록 소량 보관을 해야 했다. 소량 보관에 가장 적합한 재질은 도자기 종류로, 전시관에는 통일신라시대의 토기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 청자, 백자 등 다양한 용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지 모양으로 생긴 그릇은 ‘호’라고 부르는데, 가루 형태로 된 화장 재료가 들어간다. 병 모양으로 생긴 것은 유병으로 기름을 담는 용도다. 작은 유병에는 비싼 기름을 넣었고, 큰 유병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많이 쓰는 머릿기름을 담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처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과거 화장품 용기는 현재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화장 용기와는 다른 위상이었음을 짐작게 해준다. 서민들이 백자를 소유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조선 후기에 대량생산되면서 서민층이라도 혼수품으로 화장용기를 마련했다는 말도 있다.

얼굴을 꾸미는 것만이 화장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하면 분을 찍어바르거나 눈썹을 그리거나 연지곤지를 찍는 등 얼굴을 치장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화장의 대상은 얼굴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표준국어사전에서 ‘화장化粧’의 두 번째 뜻도 ‘머리나 옷의 매무새를 매만져 맵시를 냄’이라는 사실도 이를 입증한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도 비녀나 모자, 장도 등 넓은 의미의 화장 관련 유물들이 많이 있다. 장도는 여성이 절개를 위해서 지니는 소지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용적인 의미도 강했다. 젓가락이 붙어 있는 장도는 휴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독의 유무를 판별하는 데도 쓰였다. 또한 장도에는 여러 장식이 달려있다 보니 일종의 장신구로 여겨져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화장의 뜻이 단지 얼굴을 치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누구에게나 가깝지는 않았던 화장품

화장은 언제 어디에도 있었지만, 누구나 항상 화장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궁중의 여인들 위주로 화장품이 개발되었고, 서민들은 평소에는 세안 정도에 만족했다. 물론 특별한 날의 화장은 필수였다. 혼례를 할 때 찍는 연지, 곤지의 경우 홍화가루가 가장 좋은 재료지만 너무 비싸기에 서민들은 홍고추를 동그랗게 오려서 한지에 덧대여 붙였다.
조선 후기부터 화장은 조금씩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화장품 대중화의 시작을 알리는 근대 화장품은 대표적인 바로 박가분이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는 고대나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근대에 유행했던 화장품도 볼 수 있다. 1910년부터 일제강점기 동안 유행했던 박가분은 포목점을 하는 상인의 부인이 처음 만들었는데, 포목을 팔 때 판촉물처럼 얹어주다가 나중에는 인기가 많아져서 따로 판매했다.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은 밀착력이 떨어지는데 박가분은 향도 좋고 얼굴에도 잘 스며들었다. 나중에는 허가분, 장가분과 같은 유사품이 많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납 성분이 들어있어 그 부작용 때문에 30년대 중반에는 생산이 중단되었다. 1960년대에는 프랑스 코티사의 코티분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즈음 박정희 대통령이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법안을 만들면서 화장품 수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장수를 기원하는 소장품 테마전 <학처럼 거북처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7층에는 동아시아 화장품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영향을 많이 줬지만 다른 점도 많다. 이곳에는 청나라나 일본의 화장용품과 머리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세 나라의 미의식이 다르고 화장에 그런 미의식이 투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층에 기획전시실에는 공간의 한계로 상설전시관에 전시하지 못한 소장품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테마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은 15번째 소장품 테마전 <학처럼 거북처럼>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이나 도교의 복숭아 등이 새겨진 여러 소장품들을 전시한다. 올해 6월 시작한 <학처럼 거북처럼>전은 12월 20일까지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6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Interview.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창립자 송파 유상옥 회장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창립자 송파 유상옥 회장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이 40여 년간 모아온 5,300여 점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2003년 개관했다. 유상옥 회장은 인사동에서 좋은 작품이나 유물이 있으면 먼저 들고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수집가였다. 개인적으로 모아온 여러 소장품을 대중들에게 보이는 것이 의미있다는 생각에 박물관 건립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작은 개인 박물관을 짓고 싶었어요. 자주 다니던 인사동이나 삼청동 골목에 터를 알아보는데 마뜩치가 않았죠. 그러다가 이곳에 좋은 땅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위치가 정말 좋은데 개인이 하기에는 규모가 커져서 기업 차원에서 건축을 진행한 거죠.”
그렇게 미술관 2층, 박물관 2층을 포함한 총 8층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씨가 지어졌다. 기왕 좋은 땅에 만드는 것이니까 최고로 만들고 싶다는 유 회장의 바람이 반영되었다. 박물관이 지어진 이후에도 그의 컬렉터 정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009년에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사업’을 기념하여 화장문화 유물 200여 점을 기증했다. 문화 예술계에 기여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같은 해 11월에는 문화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는 평생을 모아온 소장품을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새롭게 가치를 얻게 된다고 말하며, 이는 수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4~10월) / 오전 10시~오후 6시(11~3월)
  • 휴관일 : 매주 일요일, 명절
  • 관람요금 : 일반 3천 원, 학생 2천 원 / 단체(10인 이상) 1천 원 할인
  • 문의 : 02-547-9177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도움 : 허하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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