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님’ 무신도 – 초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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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님’ 무신도
초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

이번 호에 소개할 그림은 초본이 아니다. 그러나 초본이 다시 제작되는 과정의 일부를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 이 그림의 중요성이 있다.

‘승전님’은 누구인가

이번 호에 소개할 그림은 ‘승전님’ 무신도다. ‘승전님’은 관성제군關聖帝君, 즉 관우장군을 신격화한 신을 부르는 말로, ‘관성’, ‘관제’, ‘승제’, ‘성제’, ‘승전님’, ‘관우’, ‘관운장’ 등 다양한 이칭이 있다. 중국에서 관우는 무신武神과 재복신財福神으로 추앙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내신殿內神 계급의 전쟁신, 장군신, 호국신, 재물신, 재복신, 기복신, 치병신, 피란신避亂神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특히 소원성취에 영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낙서된 무신도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완성된 그림 위에 글씨가 많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씨뿐만 아니라 검은 선도 많이 그려져 있다. 연필 또는 볼펜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낙서들은 일반적으로 민화에서 볼 수 있는, 대개 색연필로 그려진 어린아이들의 낙서와는 모든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왜 완성된 그림 위에 낙서처럼 글씨가 쓰여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글씨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글씨의 내용은 ‘크게’, ‘왕관’, ‘옥대’ 등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그림에 그려져 있는 사물 또는 인물의 모습과 관련된 단어들로, 그림의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글씨들은 주문자가 그림 위에 표기한 수정사항인 것이다.
이 낙서들을 통해 우리는 이 무신도가 완성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화가가 그림 샘플을 들고 주문자인 무격巫覡에게 가면, 무격이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무신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샘플 위에 쓰거나 그려 놓았을 것이다. 그러면 화가는 그 지시사항을 토대로 초본을 만들어 그림을 그려 주고 대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 때의 무격은 강신무降神巫로 추정이 되는데, 대개 강신무의 경우에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신격의 모습을 흡사하게 그린 무신도를 봉안하고, 세습무의 경우에는 대부분 신어미의 신격을 물려받아 봉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격의 모습에 대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문자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개입하는 형태의 주문제작은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국 무속의 현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민화가 제작될 때 주문자의 요구사항이 반영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이 사진 한 장을 통해 민화가 제작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주문자와 제작자 간의 소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 또한 이 그림이 제작되는 과정처럼 많은 소통을 거친다면, 좀 더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자료제공 : 가회민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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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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