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아교포수 법

많은 이들이 아교포수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알고 있으나 아교포수의 원리나 제조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많은 매체를 통해 재료와 기법이 전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정보가 단편적인 정보로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없었기 때문. 이에 아교포수를 왜 해야만 하는지, 아교와 명반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의 농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등 잠재적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 김민(채색겸미 회화연구소 대표)


도시 전설로 내려오던 아교포수

포수泡水는 종이나 헝겊에 어떤 액체를 바른다는 뜻이다. 즉, 아교포수阿膠泡水란 아교수를 바탕재에 도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동양회화에서 아교포수란 바탕재의 흡습성을 억제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아교수에 명반을 녹인 수용액을 도포하는 일련의 행위를 일컫는다. 아교포수를 함으로써 견고한 채색층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작품의 표현 기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표1). 포수라는 명칭 외에도 명반明礬의 용액을 지칭하는 의미로 반수[礬水·磻水·飜水]로도 사용되었다. 현재에도 바탕재의 전처리 과정을 ‘포수처리’, ‘반수처리’로 부르지만 일반적으로 ‘아교포수’가 공식화된 단어로 정착되었다. 필자의 경우 이해를 돕기 위해 ‘아교와 명반의 수용액을 칠한다’라는 의미로 ‘교반수를 도포한다’라고도 표현하지만 본 설명에서는 아교포수를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표1 아교포수의 효과

바탕재에 아교포수를 언제부터 실시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교를 접착제로 사용한 채색문화가 시작된 시점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아교포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안정적인 채색층을 형성하기 위함이며, 아교포수 없이는 아교를 접착제로 사용하는 동양 채색회화사도 남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교포수에 대한 기록은 중국의 문헌에서 가장 일찍 찾아볼 수 있는데 당唐을 시작으로 11세기에 북송에서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아교포수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특히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소산화보小山畵譜》, 《개주학화편芥舟學畫編》 등의 화론서에는 아교포수를 하는 데 있어 제법과 비율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의 《어진도사도감의궤御眞圖寫都監儀軌》, 《어진모사도감의궤御眞模寫都監儀軌》, 《영건도감의궤營建都監儀軌》,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 등에서 포수, 반수와 같은 용어와 함께 들어가는 재료들과 필요한 양이 기록되어 있다. 비록 고려시대 관련 문헌은 없지만 고려불화와 같은 찬란한 채색문화를 번성시키기 위해서는 바탕재의 아교포수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채색기법은 일본에까지 건너가 1600년대 주로 활동했던 일본의 화가집단인 도사파土佐派의 아교포수법에까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교포수를 하기 전과 후의 바탕재의 번짐 정도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아교포수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알고 있으나 아교포수의 원리나 제조법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아교수의 색이나 끈적임 정도를 느껴본다든가, 심지어는 맛을 보기도 하며 나름의 ‘비법’을 전수 받아 시행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결국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지금은 많은 매체를 통해 재료와 기법이 전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정보가 단편적인 정보로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교포수를 정확히 왜 해야만 하는지, 아교와 명반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의 농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등 잠재적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종이는 왜 물에 번지는가?

회화의 바탕재로 사용하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종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가장 애용해온 바탕재이며, 아교포수를 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대표적인 바탕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아교포수를 하는 데 있어 종이를 대상으로 종이의 흡습성의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주로 닥 껍질 섬유를 이용하여 만든 종이(한지)를 서화용으로 사용했으며, 서양에서는 목재를 원료로 하여 만든 종이(펄프)를 사용해 왔다. 이러한 식물성 유기물들은 기본적으로 친수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에 의하여 젖게 마련이다. 젖는다는 것은 때론 불편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아교나 아라비아고무, 템페라와 같은 수용성 접착제가 들어간 물감을 사용할 시에는 매우 적절한 바탕재가 된다.
종이의 흡습성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종이의 원료가 되는 식물섬유가 수소결합이라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물과도 친한 성질(친수성)을 띠는 것이며, 둘은 종이를 이루고 있는 섬유질 사이에 무수한 미세공극에 의해 마치 스폰지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아교포수는 종이가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물리적 특성을 변화시켜 물의 흡습성을 억제하는 데 있다.

태생이 물을 먹고 자란 나무를 원료로 하기 때문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는 생육하기 위해 광합성 작용이 필요하다. 광합성이란 식물의 엽록체가 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양분으로 하여 포도당을 합성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광합성의 화학식은 ‘6CO2(이산화탄소)+12H2O(물)+688Kcal(빛에너지)→C6H12O6(포도당)+6O2산소)+6H2O(물)’이 된다. 광합성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포도당이 수십에서 수천으로 연결되어 셀룰로오즈가 되는 것이며 이 셀룰로오즈를 다시 결합하여 시트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는 종이라고 한다. 이때, 광합성 작용으로 생성된 포도당을 자세히 보면 탄소와 물분자(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는 유기화합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종이는 물을 양분으로 자란 나무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져 있으며 종이 역시도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셀룰로오즈에 구성되어 있는 물분자는 시트상태의 종이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H2O)은 H-O-H로 연결되어 수소(H)는 전기적으로 ‘+’, 산소(O)는 전기적으로 ‘-’로 되어 서로가 끌어당기듯 결합하여 있다. 이러한 전기적 극성을 갖는 물분자 사이의 인력을 수소결합水素結合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물과 물 사이에서는 자석의 음극과 양극이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힘이 생기는 것이다. 물 한 방울과 물 한 방울이 만나면 물 두 방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끌어당겨 큰 물방울 하나가 되는 것도 위와 같은 원리이다.
종이는 이러한 식물에서 얻어낸 섬유(셀룰로오즈)의 수소결합을 통해 시트 상태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섬유에 붙어 있는 수산기(-OH)는 물분자의 일부로써 물을 쉽게 흡수(수소결합)하고 이웃의 셀룰로오즈의 수산기와도 쉽게 결합한다. 즉, 종이는 종이의 재료가 되는 식물성 섬유 자체가 물이 없이는 생장할 수 없고 여기서 얻은 섬유를 잘게 자르고 넓게 펴서 한 장의 시트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건 섬유 외에 다른 접착제를 사용해서도, 섬유끼리 서로 얽혀져서도 아닌 섬유와 섬유 사이에서 무수한 수소결합을 하고 있어서이다. 수소결합 하나는 비록 약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이 무수하게 체인으로 형성되어 있을 때는 종이와 같은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표2).

표2 종이의 젖음과 흡습성의 원리


종이는 스펀지와 같다

티슈가 물을 잘 빨아들이는 것은 섬유질 사이에 있는 무수한 공극에 의한 모세관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화장지나 티슈는 이러한 종이의 흡습성을 최대한 활용한 기능성 종이이다. 마찬가지로 한지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가느다란 섬유가 마치 부직포처럼 얼기설기 얽혀져 있다. 따라서 섬유와 섬유 사이에는 무수한 공극이 존재하며 이 공극 안으로 물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종이의 번짐의 차이는 이러한 공극의 밀도 차이에 의해 생기게 되는 것으로 미세 공극이 많을수록 번짐 현상도 커지게 된다(표3).

표3 종이의 제조 및 가공에 따른 먹번짐 특징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전분이나 멥쌀과 같은 충진재를 도포한 후, 도침을 실시한 섬유는 섬유 사이의 공극이 적어지게 되므로 자연히 물에 의한 번짐도 적어지게 된다.
도침이란 한국의 독자적인 한지 제조 공정으로 도침기나 다듬이를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두드려 한지의 표면을 평활하게 하고, 광택도와 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도침만으로는 아교포수 만큼의 전처리 효과는 얻을 수 없으며, 충진재의 사용 유무에 따라 효과도 달라진다.

아교포수는 왜 하는가?

동양회화는 특히나 종이가 가지고 있는 흡습성을 이용한 작품이 많다. 붓에 머금는 먹물의 양이나 운필의 속도를 조절하여 작품에 갈필渴筆과 윤필潤筆 등 발묵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종이의 이러한 흡습성은 입자형 안료를 고착시켜야 하는 채색화에서는 방해요소가 된다. 안료와 바탕재 간 접착을 위해 사용한 아교수가 표면에 고정되지 못하고 전부 흡수되거나 전부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입자상의 안료가 바탕재 위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안료와 같이 혼합한 아교액이 바탕재에 침투하거나 빠지지 않고 바탕재 위에 머무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바탕재의 이러한 친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아교포수다(표4).

표4 아교포수의 필요성

한지와 양지를 준비하여 잉크젯프린팅을 하면 양지엔 깨끗하게 프린팅이 되는데, 한지엔 잉크가 전부 번지고 만다. 종이는 친수성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지나 양지와 관계없이 번져야만 하는데 양지에선 왜 잉크가 번지지 않을까? 그 이유는 양지에는 이미 아교포수와 같은 사전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지공법에서는 사이징(Sizing) 처리라고 하며, 종이컵이나 우유팩과 같은 경우도 극단적인 사이징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사이징 역시 예전에는 아교포수와 마찬가지로 교반수를 이용하여 처리를 했지만, 아교의 사용상 불편함, 명반에 의한 산성화 문제로 지금은 AKD(Alkyl Ketene Dimer) 처리를 하고 있다. 양지의 경우 제지 공정에서 내첨 처리가 되어 상품화되지만, 한지의 경우엔 양지의 사이징과 같은 처리 공정이 없기 때문에 전처리하지 않은 생지의 경우 잉크의 번짐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아교의 역할 – 아교액만으로는 아교포수 효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아교는 주로 동물이나 생선의 단백질 성분의 콜라겐을 열수 처리하여 얻은 가용성 단백질로 콜라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kolla(膠)+gen(元)이다. 즉 콜라겐은 아교의 원료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교의 가장 큰 특징은 물에 팽윤하고 녹는 성질이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아교의 이 성질이 한국의 채색회화의 재료나 기법적 특징을 정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다. 채색층이 젖어있을 때와 건조했을 때의 색상 차가 발생하는 것도, 아교수의 증발 건조에 의한 채색층 표면구조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입자 크기에 따른 안료의 색상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것 역시 아교의 수용성 성질 때문이다. 친수성 종이와 아교수를 사용한 물감이 서로 좋은 궁합을 이루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종이 위에 아교포수를 하는 것은 종이에 소수성疏水性을 부여하여 수분이 번지거나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채색층을 형성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아교포수는 아교와 명반을 수용액 상태로 만들어 도포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때 ‘아교액만으로도 어느 정도 아교포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일단 종이 위에 아교액을 도포하면, 종이 밑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이상 종이의 섬유질 안에 어떤 형태로든 아교질이 남게 된다. 이 아교질은 종이의 공극을 메우게 되고 아교액의 도포만으로 아교포수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무 처리한 한지와 아교액을 도포한 한지 위에 먹 번짐을 관찰해보면 분명히 그 차이는 있으나 아교수를 도포한 것만으로는 충분한 번짐 방지는 할 수 없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교의 가장 큰 특징은 물에 녹는 수용성 성질이다. 종이의 섬유질 사이에 아교질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 위에 수용성 물감을 도포하게 되면 물감 안에 수분이 잔류된 아교질을 녹이게 되고 결국 충분한 번짐 방지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표5).

표5 아교수 도포지와 미처리 생지의 먹번짐 비교

아교포수에서 아교의 역할은 섬유질 안에 잔류하여 공극을 메우고 섬유 사이에서 피막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종이의 섬유질 사이에 잔류한 수용성 아교질을 어떻게 내수성 물질로 변환시킬 것인가?

명반의 역할 – 명반은 왜 넣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아교포수에서 명반의 역할을 명반의 입자가 한지의 공극을 막아줘서 방부재 역할을 하여 충해에 효과가 있다고 오해하고 있으나, 사실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 명반은 아교의 수용성 성질을 내수성 성질로 변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교포수의 정의를 되새겨 보면 친수성 종이 위에 무언가를 도포하여 물이 더이상 종이 위에 번지지 않게 하는 일종의 처리를 두고 말한다. 하지만 아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물에 용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교만으로는 아교포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아교가 더 이상 물에 용해되지 않게 물성의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때 아교액에 첨가하는 것이 명반이다. 아교수에 명반을 넣고 건조시키면 수용성 아교였던 아교는 이후에 물이 닿는다하더라도 더 이상 물에 용해가 되지 않는다. 즉, 바탕재 그 자체는 친수성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물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교반수를 도포함으로써 바탕재가 더 이상 물에 번지지 않는 소수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명반의 역할을 조금 더 분석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명반(alum·英, alumen·라틴)의 성분은 황산칼륨알루미늄(KAl(SO4)2·12H2O)으로 명반의 알루미늄 금속염이 아교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가수분해되지 않도록 가교架橋 역할을 하여 아교가 더이상 물에 녹지 않게 되는 것이다(표6).

표6 아교의 단백질과 명반의 가교 현상

그러므로 아교포수를 하면, 한지의 셀룰로오즈 사이에 아교의 내수성 단백질 망상이 생기게 되고 이 위에 물감을 도포하여도 더 이상 한지에 물감이(엄밀히 말하면 안료를 정착시키기 위한 접착제, 여기선 아교액) 흡수되지 않고 안료와 안료 사이, 안료와 한지 사이에서 견고한 채색층이 형성되는 것이다.
지금은 아교포수를 대신하여 아크릴 에멀젼이나 PE(폴리에틸렌) 또는 PP(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합성수지류를 도포하는 경우도 있다. 아교포수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같은 내습, 방습의 효과가 탁월한 소재로 종이컵, 종이 포장재 등의 코팅재로 주로 사용된 재료들이다.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고 사용도 간편하기 때문에 아교포수를 대신하여 사용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합성수지류들은 수분에 완벽한 내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교수를 사용하는 채색에서는 결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유연성 결핍으로 장기적으로는 채색층의 박락에 대한 위험성도 야기될 수 있다. 반면 아교포수층은 위의 합성수지처럼 완벽하게 수분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지 않고 수분에 의해 어느 정도 팽윤을 한다. 따라서 동일한 아교를 사용하는 채색층과 결합력이 좋고, 습도 및 기후 환경변화에도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보존성 면에서 조금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아교와 명반의 질량비 – 명반은 어느 정도 넣어야 할까?

명반과 반응하는 것은 아교다. 따라서 명반의 사용 정도는 아교의 질량과 관계하여 비례한다. 그렇다면 아교의 질량 대비 어느 정도 명반을 넣어야 적절한 아교포수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아직까지 많은 작가들이 나름대로의 감각적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으로 아교포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객관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러한 감각적 수단은 문제가 발생할 시 적절한 대처를 위한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아교포수는 일정비의 교반수를 도포함으로써 바탕재의 소수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 10g의 아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교포수에 필요한 명반의 양이 부족하면 바탕재의 번짐이 발생할 것이며 명반의 양을 조금씩 늘려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원하는 정도의 아교포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적절한 아교포수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아교의 질량값 대비 반응하는 명반의 질량값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명반을 일정 기본값 이상을 넣는다 하더라도 아교포수의 효과는 크게 차이가 없다. 이미 아교와 화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명반의 양이 충분히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명반의 과도한 사용은 유기물로 이루어진 바탕재의 산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다. 명반에 들어가 있는 황산이 주된 요인으로 함수율 저하와 함께 시간이 지남에 따라 pH3~4 정도까지 산화가 진행되어 변색과 내구성 저하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제작 현장에서는 명반을 사용하고 있지만,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에서 명반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교 대비 명반의 적절한 질량비를 아는 것은 아교포수 효과를 작가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더불어 작품의 보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일한 아교포수액을 다른 종류의 바탕재에 도포 했을 때, 어떤 종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또 다른 종이에서는 번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종이의 종류, 두께, 공극의 분포 등에 따라 아교포수 효과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번짐이 발생했을 때 아교를 더 넣어야 하는지, 명반을 더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지만, 위에서 언급한 아교 대비 명반의 정해진 질량비는 변하지 않는다. 바탕재의 조건이야 어찌 되었든, 결국 거기에 사용한 아교의 양만큼 명반도 비례해서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농도 조절이다. 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의 역할이다. 아교포수를 연하게 하고 싶으면 물을 많이 넣으면 되는 것이고, 아교포수를 강하게 하고 싶으면 물을 적게 넣어 농도를 진하게 하든가, 아니면 아교포수의 횟수를 늘리면 되는 것이다. 이상의 조건은 종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화견, 면, 목재, 토벽 등 모든 바탕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교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명반과 화학적 가교 반응을 하는 아미노산이 전체 아미노산에 차지하는 비율을 대비해 보면 아교포수에 필요한 명반의 양은 아교 총질량의 약 6%정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교 10g 정도에 필요로 하는 명반의 양은 0.6g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표7).

표7 아교포수의 적절한 아교와 명반의 질량 비율
아교의 질량 대비 아교포수에 필요로 하는 명반의 양은 정해진 값으로, 정해진 값 이상의 명반을 넣어도 그 이상의 아교포수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정해진 값 이하의 명반을 넣었을 땐, 아교포수의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아교의 물성이나 종류에 따라서도 명반의 필요양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시중에 판매되는 회화용 아교를 대상으로 약 0.6%정도의 명반이면 아교포수의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교의 질량 대비 명반의 비율에 따른 아교포수 효과 실험

본 실험의 목적은 적절한 아교포수에 필요로 하는 아교와 명반의 질량비를 도출해 내기 위한 실험이다. 실험 대상에 사용한 바탕재는 국내산 닥 100%를 사용하여 초지한 국내 ‘J’사의 평량 약 30g 정도의 한지를 사용했다. 아교는 일본산 막대아교를 약 3시간 정도 저온 팽윤시켜 놓은 다음 중탕하여 용해시켰으며, 명반은 일본산 입자형 명반을 사용했다. 아교수의 농도는 아교 10g 대비 물 400g 약 2.5% 정도의 농도로 맞추었으나 아교를 녹이는 중탕 과정 동안 발생하는 증발량은 따로 계산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방법은 미처리 생지부터 아교수 도포지, 교반수 도포지를 제조하였으며 교반수에는 아교수에 명반을 0.2g부터 0.8g까지 조금씩 증가시켜 도포하였다. 모든 시료에 동일한 양의 먹물을 점적點滴하여 한지 위의 먹번짐을 관찰했다.
실험결과 아교수만을 도포한 한지에서는 미처리 생지에서처럼 먹번짐이 관찰되나 생지에서 보다는 번짐 면적이 좁고 먹 색상도 다소 연한 먹색을 띤다. 이러한 현상은 한지의 섬유질 안에서 잔류한 아교의 성분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교수에 0.2g 정도의 미량의 명반이 용해된 시료에서는 생지나 아교수만을 도포한 시료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먹번짐 특성을 보인다. 먹이 번지는 속도도 느려질 뿐만 아니라 먹번짐 외곽이 불규칙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 명반 0.4g을 용해 시킨 시료에서는 점적한 먹물이 표면장력을 잃지 않고 구형을 이루다가 서서히 번짐이 관찰된다. 명반 0.6g을 용해 시킨 시료에서는 수적水滴의 상태 그대로 건조하여 먹번짐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이후 명반 0.8g을 용해 시킨 시료에서도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명반 0.4g의 시료와 0.6g의 시료의 배면 비교를 해 보면 명반 0.4g을 용해 시킨 시료에서는 배면에 먹물이 스며든 반면 명반 0.6g의 시료에선 배면에 먹물이 침투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8).

표8 교반수 비율에 따른 먹번짐의 표면과 배면 비교

이상의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교수 도포만으로는 먹번짐을 막을 수 없으며, 아교포수의 효과는 아교수에 명반을 녹인 교반수 도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먹번짐이 발생하지 않은 적정 아교포수의 교반수 비율은 아교수의 농도가 2.5% 정도일 경우 필요로 하는 명반의 양은 0.6g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이상의 명반을 용해 시킨다 해도 아교포수 효과는 크게 다름이 없다(표9).

표9 아교, 명반 질량비에 따른 먹 번짐 현상 실험


아교포수의 오용 사례

통상의 방법대로 아교포수를 실시할지라도 간혹 아교포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종이를 염색했을 시 생기는 반점들이다. 처음에 이러한 반점들은 크게 거슬리지 않을지 몰라도 채색이 거듭될수록 심하게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아교포수가 끝난 후 반드시 테스팅 작업이 필요하며 행여 이러한 반점들이 확인되었을 경우에는 작업을 멈추고 아교포수를 재차 실시해야만 한다.
아교포수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실시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작업이다. 잘못된 아교포수를 무시하게 되면 이후 작업이 진행될수록 거듭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작업을 한만큼 손해가 되는 것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표11).

표11 아교포수의 오용 사례

슬기로운 아교포수 생활

아교포수의 권장 농도 및 비율
물(350~400g) : 아교(10g) : 명반(0.6g)

건조하고 맑은 날씨 택하기
수분 자체가 세균의 번식을 돕고 아교의 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가급적 교반수 도포 후 빨리 건조가 되는 쾌청한 날을 고르자. 적어도 비 오는 날과 같은 고온 다습한 날은 피하자.

아교액 만들기(아교 10g 기준)
아교 10g에 물은 300cc를 준비한 다음 미리 물속에 팽윤시켜 놓는다. 덩어리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약 3~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팽윤 용해는 미리 아교를 충분히 불려놓은 다음 용해를 시키기 때문에 가열 온도나, 가열 시간이 직접 용해법에 비하여 짧다. 따라서 아교의 순수한 물성을 충분히 살릴 수가 있으나,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팽윤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오히려 세균에 의한 저분자화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냉장 팽윤을 시키기도 한다. 용해 온도는 60~70℃ 정도로 중탕하고 용해 시간은 15~20분 정도를 지킨다. 중탕을 하는 이유는 국소적인 가열과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 이상 온도를 올린다거나 가열시간이 길어지면 콜라겐의 분자사슬이 분해되어 아교가 저분자화 된다. 아교수를 만드는 용기는 가급적 도기나 유리 비이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루미늄은 물론 크롬, 니켈과 같은 금속이온과도 아교가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교액에 명반 넣기
물 100g에는 미리 명반 0.6g을 넣어두어 명반수를 만들어 놓는다. 아교가 다 녹을 때쯤엔 명반도 거의 녹아 있다. 아교포수에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아교포수 액의 농도와 관계되므로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시판되고 있는 막대아교는 유연성은 좋으나 비교적 물성이 떨어지는 접착제로 물에 대한 내성도 약한 편이다. 그러므로 전체 물의 양을 약간 줄여서 고농도로 해주어도 좋다. 명반을 녹인 물 100g을 아교액과 혼합시킨다. 약 물 400g+아교 10g 정도의 교반수가 만들어진다. 가열하는 동안 물의 증발량도 있지만 그 정도는 무시하도록 한다. 아교액이 약간 미지근할 때에 명반(명반수)을 넣도록 한다. 약 30℃ 전후에 넣을 때 아교의 단백질과 명반의 화학적 반응(가교 반응)이 잘 일어난다. 일부러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남은 아교포수액은 과감히 버리자. 그날 만든 아교포수액은 그날 사용하는 것으로!

앞면 아교포수
모포를 준비한다. 이때 모포는 백색보다는 유색의 것이 좋다. 바탕재의 젖음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교포수액 도포는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탕재 종이가 아교포수액으로 포화상태가 되도록 흠뻑 도포한다. 그래서 종이 섬유질 전체에 아교포수 상태가 되게 해야 한다. 아교포수가 막 완료되면 종이는 아교포수액에 충분히 젖어 투명해지고 바닥의 모포가 균일하게 비추어진다. 이미 포화상태가 된 바탕재 위에 아교포수를 더 한다 하더라도 아교포수액은 바탕재 밑으로 빠지거나 위에 여분의 아교포수액이 고일 뿐이다. 과도하게 도포된 아교포수액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며, 고인 아교포수액을 마른 붓이나 티슈로 제거하여 전체적으로 균일한 도포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탕재를 흠뻑 적시지 않고 붓질을 여러 번 반복할 경우 붓질이 겹쳐진 부분과 겹쳐지지 않은 곳에서의 아교포수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후 바탕재 염색 시 붓질한 방향대로 얼룩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대로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아교포수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작업의 능률적인 면에서는 떨어진다(표10).

표10 아교포수 방법에 따른 바탕재의 번짐 비교

뒷면 아교포수
앞면 아교포수가 끝난 다음, 일부분에 물을 적셔 번짐을 확인한다. 번짐이 없고 앞면 아교포수로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면, 뒷면 아교포수는 할 필요 없다. 뒷면 아교포수는 어디까지나 앞면 아교포수의 보강 처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면에 재차 하지 않는 이유는 일부 아교포수가 충분히 된 곳에 다시 아교포수액을 도포하면 아교포수액이 바탕재에 스며들지 않고 투명 피막 형태로 건조하게 된다. 이쯤 되면, 간혹 먹선이 잘 정착되지 않고 미끄러지는 듯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 생긴 얇은 막이 빛의 간섭으로 인해 반짝이기 때문에 명반의 결정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아교의 얇은 피막이다. 명반의 결정이 종이의 공극을 막아 아교포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피막에 의한 반짝임은 채색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져 상관없지만 여백 부분에서는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일부 이런 반짝임을 선호하는 작가들도 있다).

건조 완성
건조는 가급적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모포 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 빨래를 널 듯 건조를 시키면 위와 아래의 아교포수 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교포수가 끝나고 나서는 반드시 일부분에 먹선을 그어 번짐 정도를 확인한다. 번지지 않고 매끄러운 선이 그어지면 아교포수가 적당하게 잘 된 것이다. 혹시 번지거나 약하다면,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주의사항
※ 바탕재의 두께, 공극의 분포, 제조방법, 그리고 아교의 종류에 따라 아교포수의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아교는 원료의 종류, 제법에 따라 물에 대한 내성이 강한 것부터 쉽게 녹는 것까지 물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위의 설명은 일본산 막대아교를 대상으로 설명한 것이며, 막대아교는 유연성이 좋은 대신 다른 아교에 비교하여 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미 물성이 약한 아교를 대상으로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아교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교반수의 비율과 농도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만일 아교포수가 약할 때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물의 양을 줄여 농도를 높이거나, 도포 횟수를 늘리면 되는 것이다.
※ 아교포수의 정도는 작가의 취향이므로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다. 다만, 본인이 의도한 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야어 한다.


[참고문헌]
《영정모사도감의궤影幀摸寫都監儀軌》, 宗親府編, 英祖 11年


김민 / 인스타그램 @with__color (채색겸미)

일본 京都 市立藝術大學 보존수복학과 박사 졸업을 했다. 국립 중앙박물관,
국립 고궁박물관, 서울대학교 규장각 등에 모사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문화재청 대형불화 정밀조사 연구 프로젝트 채색정보 담당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민화과, 국민대학교 문화재보존수복학과
겸임교수이자 채색겸미 회화연구소 대표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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