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민화로 내딛는 첫걸음

지난 5월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이 주최한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서
민화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수 백 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전통민화를 채색하며 우리 민화를 알리고, 민화작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장 스케치와 더불어 현지에서 행사를 총괄하는 매튜 라스노스키 매니저와의 인터뷰 내용을 월간<민화>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지난 5월 18일 스미소니언 뮤지엄 산하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이 주최한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서 한국 대표로 ‘Make your own Minhwa’ 행사를 진행했다. 본래 정초에 세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행사가 취소된 바람에 개최시기를 5월로 늦춘 것이다.
행사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딸 덕분이다. 교육 프로그램 총괄 매니저 매튜 라스노스키가 필자의 딸을 통해 내가 민화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요청했고, 자료 검토 후 나를 행사에 초대했다. 당시 ‘미국에도 민화를 그리는 분들이 있을텐데 왜 굳이 한국에 있는 나를 초대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이곳에서 강연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히 한국 민화를 소개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보통 시연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 명 한 명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까치호랑이> 실습준비를 해갔는데 약 450여명이 민화를 체험했다.
각 소재에 대한 의미 등 이론적인 설명을 곁들이니 참가자들이 “이러한 의미가 있는 그림인줄 몰랐다”, “민화가 행복, 장수 등을 기원하는 그림이라니 무척 흥미롭다”며 민화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스스로의 방향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던 계기돼

미술관의 지원을 받고 진행한 이번 전시는 여러 모로 값진 시간이었다. 우선, 미국에서 행사 참가자와 관련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민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민화작가로서 이론이 탄탄해야겠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한 미술관 관계자들은 동아시아 미술을 공부했기 때문에 민화가 한국의 전통그림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민화도 여러 스타일이 있는지’, ‘당신의 민화스타일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더불어 ‘작가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서 아쉬웠던 점은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에서 민화의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것으로,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사실 이번 행사가 현지 실무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출국 전 일찌감치 매튜 라노스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승낙을 얻었다. 그는 진솔히 답변해 주었고, 그 유익한 정보를 월간<민화>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Q 우선 자기소개와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제 이름은 매튜 라스노스키이고 현재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총괄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은 워싱턴 DC에 있는 19개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중 하나이고, 프리어와 새클러 아시안 미술관 두 곳을 합쳐서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이라 부릅니다. 프리어 미술관은 1923년에 개관했는데, 내셔널 몰에 처음으로 세워진 이 미술관이 서양 미술이 아닌 동양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저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는데, 특히 유럽과 아랍 미술계의 상호 교환에 대해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랍권에서 미술품 수집가들이 어떻게 작품을 수집했는지, 두 문화권의 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프리어 미술관은 중동과 동아시아 미술을 모두 다루기에, 이슬람 미술에 대한 저의 관심을 충족시키고자 지난 5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이 워싱턴 DC 지역의 커뮤니티와 관광객들에게 아시안 미술을 접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아시안 퍼시픽 문화유산 기념 달 행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이 행사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시안 미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국립미술관으로서 스미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은 주위 커뮤니티 및 시민들과 교류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아시안 퍼시픽 문화유산 기념 달 행사는 저희가 여러 전통 미술을 연구하는 아시안과 아시안아메리칸 아티스트들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한국 민화, 인도 민속 그림, 베트남 판화 등과 같은 다양한 전통 미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Q 처음 민화를 접했을 때의 인상에 대해 말해주세요. 가장 마음에 드는 민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민화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색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호랑이와 까치와 같은 동물들이 인간의 행동을 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재치가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재미’가 작품 속 동물들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민화를 알면 알수록 동물, 사물의 상징성에 더 매료되었습니다. 각각의 사물, 동물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이 상징들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요즘 서양 문화권의 아티스트들이나 럭셔리 브랜드들이 민화를 포함한 아시아 미술의 요소들을 차용하거나 작가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서양 브랜드들이 아시아 미술을 현대적인 작품에 접목시키는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시도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아시아의 전통미술들이 보다 확장된 플랫폼을 통해 알려진다는 것은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양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아시아의 미술을 잘못 해석하거나 부적절한 방식으로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기업들이 다른 문화권을 의도치 않게 희화화하거나, 전통미술의 원형을 완전히 무시해버려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를 할 때 반드시 아시아 미술 작가들이나 전문인들을 섭외하여 전통 미술의 창작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한국에는 저처럼 외국인들에게 민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공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전문가로서 저와 같은 작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이 있나요?
우선 같은 목표를 가진 전문 문화 기관을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대형 미술관들은 주로 파트너사인 전문 문화기관들을 통해 작가들을 찾곤 하니까요. 혹은 현지 한국문화원과 연계해 전시나 워크샵을 운영할 기회를 찾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희 역시 한국문화원의 정보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격 인터뷰나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하며 본인과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외국인들과 일을 진행할 때 낯선 환경에서 다소 위축될 수 있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당당한 자세로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장원실 (민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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