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전통채색화반 – 겨레의 얼이 담긴 씨앗, 싹을 틔우다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전통채색화반
겨레의 얼이 담긴 씨앗, 싹을 틔우다

지난해 9월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전통채색화반이 개설되었다. 민화의 불모지라 불리던 순천지역에도 드디어 민화의 싹이 움튼 것. 어느덧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해 한층 뜨거워진 열의로 가득한 그 현장을 찾았다.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주민들의 능력 개발과 향상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1998년 개설되었다. 설립 이래 대학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특화하는 동시에 전문적, 기술적, 직업적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과정을 개발 및 운영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민화열풍이 일면서 점점 커져가는 민화 교육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전통채색화반을 개설, 순천지역에 우리 전통그림을 전하는 일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불모지에 틔운 민화의 싹

예로부터 수묵화와 서예가 강세였던 호남지역의 특성상 민화를 그리는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순천. 민화적 기반이 취약한 이 지역에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민화 강좌가 생긴 데에는 지도 강사를 맡고 있는 김생수 작가의 역할이 컸다. 평생교육원 측에 강좌의 개설을 요청한 것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40여 년간 작품활동을 하면서 이미 광주 민화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그가 굳이 민화의 불모지인 순천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민화는 우리 전통의 그림이자 겨레의 심성이 담긴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은 타장르에 비해 이를 도외시하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 제가 머물고 있는 광주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민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호남지역에 더욱 폭넓게 민화의 싹을 퍼뜨리고자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측에 민화 강좌 개설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출강하며 목포지역에도 민화의 기틀을 닦아 놓은 경험이 있지만,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김생수 강사는 털어놓았다. 본래 강좌를 시작하려고 했던 때는 지난해 3월이었으나, 수강생의 부족으로 부득이 개설을 연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김생수 강사는 굴하지 않았다. 궁리 끝에 개인전을 열어 지역주민들에게 민화를 알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순천 예술의 거리에서 일주일간 전시를 진행하며 관람객들에게 민화를 알리고 수업에 대해서도 함께 홍보했습니다. 사비를 털어 강의 홍보물을 제작해 동사무소마다 비치하기도 했죠. 강의료보다 홍보와 전시에 투자한 금액이 훨씬 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순천에 민화를 알리겠다는 뜨거운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강의를 듣고자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지난해 9월, 마침내 전통채색화반의 첫 강의가 진행되었다. 어느덧 두 번째 학기로 접어든 현재, 교실에는 총 15명의 수강생이 우리 전통그림을 배우고자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흥미와 열의 끌어올리는 자율적 수업

수업이 개설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아직 초급자다. 따라서 수업은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을 위주로 진행된다. 전이모사를 통해 기본적인 선과 색을 익히는 것. 먼저 연꽃이나 모란처럼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새, 나비, 곤충을 비롯한 각종 동물을 그리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도 이 단계에서 접할 수 있다. 이 다음 단계부터는 비교적 큰 작품을 그리며 자신감과 실력을 함께 쌓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초를 모두 익히는 데에는 2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후에는 단순 모사를 넘어 창작까지도 가능한 단계로 이끌 것이라고 김생수 강사는 전했다. 화단에서 널리 인정받는 실력자임에도 김생수 강사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가르침 대로만 따라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수강생들에게 한 작품을 두 점씩 그리게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점은 수업에서 배운 대로 충실하게 그리되, 나머지 한 점은 수강생 본인만의 생각과 해석을 담아 표현할 수 있도록 주문한다. 덕분에 수강생들은 기계적인 학습이 아닌 자신의 의지가 충실히 반영된 자율적 학습을 하고 있다.
보통 초보자들은 전통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특히 평생교육원과 같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는 호기심에 찾는 사람이 많기에, 처음부터 전통 재료의 사용을 고집할 경우 수강생들이 금방 지칠 수도 있다. 따라서 김생수 강사는 초급자들에게 전통 안료보다는 한국화 물감을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수업에 꾸준히 임하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뒤 더욱 깊이를 요할 때 전통 안료를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것.
“수강생들이 꾸준히 흥미와 열의를 갖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수강생들의 실력이 미흡할지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고 하죠.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실력과 자부심을 얻다

김생수 강사는 수강생들의 공모전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 공모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월등히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일단 공모전 참여를 결심한 순간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기게 됩니다. 자연히 그냥 그릴 때보다는 더욱 신경 써서 그림을 그리기에 실력이 늘어납니다. 만약 입상을 해 상장을 받게 되면 의욕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또한, 입상을 하면 수상작 전시에 참여할 수 있고 도록에도 작품이 실리니 자부심이 생기죠. 여러 가지 면에서 공모전 참여에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도 방침 덕분에 전통채색화반에는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강생이 벌써 여럿이다. 광주광역시미술대전에서는 3명이나 입선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수업이 개설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공모전만큼이나 전시 역시 수강생들의 실력과 의욕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김생수 강사는 전했다. 이를 위해 매년 가을에는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를 진행해 그간 쌓아온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교내에서 전시를 진행한 바 있는데, 전시를 관람하면서 관심이 생겨 수업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수업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효과에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 심예성 수강생은 “색감, 분위기, 기술, 노하우 등 지도강사님으로부터 배울 점이 상당히 많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제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고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정희숙 수강생도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한동안 적적하고 권태로운 마음이 있었는데, 민화를 그리면서 생활의 활력소를 얻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차분해져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용지현 수강생은 “지도강사님께서 어렵거나 막힌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셔서 날이 갈수록 더욱 즐겁게 민화를 그리고 있다. 여가생활의 수준을 넘어 민화강사로서의 길도 걸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수강생 모두가 민화가 준 특별한 기쁨을 만끽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
민화를 가르치는 사람도, 민화를 배우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순천. 민화 불모지로 불리던 이곳에도 이제 민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전통채색화반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민화교실이자 순천 민화인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날 전통채색화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김영기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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