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맞춤 – 대감무신도 초본

▲ 대감 무신도, 촬영일자 불명, 가회민화박물관 제공

수요와 공급의 맞춤
대감무신도 초본

이번 호에 소개할 초본은 두 분의 대감님을 그린 한 장의 무신도 초본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은 같은 종이에
그려진 초본을 촬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일자가 다르다. 대감님 한분은 지난 월간 <민화> 10월호에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다른 대감님의 소개를 위해 함께 싣는다.

뒷장에 그려진 그림, 그 실체를 드러내다

우선 왼쪽에 있는 무신도의 모습을 살펴보자. 오른쪽 상단에 대감님大監任이라고 한자로 표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님’이라는 음을 가진 한자는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벽자僻字이기 때문에 두음법칙을 활용하여 ‘임任’으로 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이초본의 옷자락과 모자 부분에는 그 부분에 해당하는 색채명이 한글로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초본을 보면 필요 없어 보이는 흐릿한 선이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그림 또한 불필요한 선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 두장의 초본을 나란히 두고 보면 진한 선은 물론, 희미한 선들과 손상된 부분까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장의 그림이 앞뒤로 그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추정했던 대로 뒷면에 다른 형태의 무신도를 그렸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등장한 것이다. 일전에 서술한 대로 이 초본은 서울, 경기지역의 무신도 초본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습의 대감님이 필요할 만큼 대감신 무신도를 많이 그렸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왜 앞뒤로 그렸을까

그렇다면 왜 앞뒤로 초본을 그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비슷한 초본을 그리려면 굳이 앞뒤로 그릴 필요 없이 새 종이를 기존의 초본 위에 덧대서 그리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초본의 모자 부분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모자 부분을 살펴보면 모자를
장식하는 공작깃털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그림의 깃털장식은 선명하게 선이 그어져 있는 반면, 오른쪽 그림의 깃털장식은 희미하다. 오른쪽의 깃털장식은 뒷면의 그림이 배어나온 것이지 원래의 그림에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모자집 부분을 보면 희미한 형태로 깃털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두 장의 그림은 같은 듯 다른 그림이라는 의미가 된다. 왜 이 두 장은 반드시 다른 그림이 되어야 했을까? 그 답은 바로 대감 무신도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많이 신봉되었던 대감신은 그 종류가 많고 수요 또한 많았다. 만약 열 개의 신당에서 각각 다른 대감님을 모시고 있는데, 그 무신도의 모습이 똑같다면 어떻겠는가? 그런 이유로 열 개면 열 개 다 다르게 그려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까닭으로 모자와 색깔로만 조금씩 변화를 주어 많이 그려냈던 것이다.
한국사회가 현대화되고 물질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대감신에 대한 신앙은 더 커지고 대감신의 기능도 현대화되었다. 무속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 변화한 무신도의 모습을 이 초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사진제공 : 가회민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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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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