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상의 인도 민화 견문록 ④ 인도 민화의 명소를 찾아서

도7 국립델리공예박물관에 그려진 오디샤주의 전통가옥 벽화



마지막 연재를 싣는 이번 호에서는 인도 민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인도 민화 명소’에 대해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만일 인도에서 민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다음 내용이 도움 될 것이다.

글 송인상 (인도 오디아트센터 큐레이터)


인도 민화의 수도는 여기다!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 핵심 지역은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이다. 특히 서울은 한국 문화 예술계의 블랙홀로 작동한다. 이러한 한국의 공식이 인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술대학을 예로 들면 서울,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보는 한국과 달리 인도는 수도권과 지역 간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차이가 없다. 한국 학생이 인도로 유학을 갈 때 한국과 비슷하리라 여겨 처음엔 수도 델리에 위치한 미대를 선택했는데 현지에 가서 실상을 알고난 뒤 다시 지방의 미술대학으로 옮긴 사례를 보았다. 참고로 인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미술대는 구자라트주(Gujarat)에 있는데 순수미술 파트는 바도다라(Vadodara)에, 디자인 파트는 아마다바드(Ahmedabad)에 있다. 그렇다면 ‘인도 민화’라는 키워드로 ë³¼ 때 어디가 인도 민화의 수도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인 같으면 델리나 뭄바이와 같은 대도시를 떠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 경험에 비추어 ë³´ë©´ 인도 민화의 중심지는 이들 대도시가 아니라 인도 중부에 위치한 보팔(Bhopal)이다.


도1 국립인류학박물관 본관 전경



도2 국립인류학박물관 전시실


수준 높은 인도 민화 볼 수 있는 보팔 지역의 박물관, 미술관

보팔은 마디아프라데시주(Madhya Pradesh)의 주도로서 인도 지도 상에서 한가운데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팔이 그런 위상을 가지게 된 근거는 아마도 인도 최대의 부족部族이자 고유한 민화를 가진 빌(Bhil)과 곤드(Gond) 부족의 홈 그라운드가 마디아프러데시라는 점과 인도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인 이점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보팔은 어떤 점에서 인도 민화의 수도로 볼 수 있을까. 우선 보팔에는 인도 민화를 언제나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곳이 여럿 위치해있으며 그 수준도 다른 도시를 압도한다.
그 첫 번째 명소가 바라트 바완(Bharat Bhawan)이다. 전시와 공연, 스튜디오, 도서관 등의 기능을 가진 이 복합아트센터는 한국의 예술의전당에 비견할 만한 곳인데 상설 전시관에 전설적인 민화작가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양과 질에서 인도의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 11월호에서 언급했던 곤드 페인팅의 전설적인 작가 장가싱 샴의 신화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건물도 세계적인 건축가의 설계로 디자인되었는데, 인도의 아트센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축으로 꼽힌다. 그 다음의 명소는 인도 국립인류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Mankind)이다(도1, 도2). 인도에서 유일한 인류학박물관으로서 언덕을 낀 24만평의 녹지 안에 세워져 그 규모가 제법 크다. 널찍한 야외 공간에 설치된 민속을 주제로 한 가옥이나 생활 도구, 정원 등도 볼거리며, 길옆에서 집단을 이루며 설치된 대형 테라코타 조각상은 마치 우리나라의 장승을 연상시킨다. 민화가 전시된 실내 전시장은 현장성을 적극 살린 전시기법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 예로 오디샤의 사오라(Saora) 부족의 전통 가옥을 재현 설치하고. 그 벽에다 사오라 부족 민화를 그려놓았다(도3). 누구나 사오라 민화가 어디서 왔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도 민화의 뿌리를 알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다.
또 다른 명소는 마디아프라데시 부족박물관(Madhya Pradesh Tribal Museum)이다(도4, 도5). 이곳에서는 마디아프라데시주의 민속과 부족 문화를 공예, 조각, 민화 등에 전통 건축 양식을 접목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는데,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 필수 관람코스로 손꼽힌다. 특히나 이색적인 점은 박물관의 내·외부를 감싸는 민화 벽화들이다. 앞쪽 외벽은 곤드 페인팅의 거장인 두르가바이 브얌(Durgabai Vyam)의 작품을 나무 판에 새겨 오려 붙여 만들어졌는데,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꾀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로비로 이어지는 건물의 내벽에도 곤드 페인팅과 빌 페인팅(bhil painting)이 벽화로 가득 채워져 있어 마치 그림의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지하 로비 한 켠에 마련된 오픈 작업실에서 부족 민화작가의 작업 현장을 보는 것 또한 즐거운 볼거리다.


(위에서부터) 도3 사오라페인팅이 그려진 국립인류학박물관 전시실
도4 마디아프라데시 부족박물관 내부 벽화에 그려진 빌 페인팅
도5 마디아프라데시 부족박물관 전경


인도 민화의 성지가 된 일본의 미틸라 박물관

“인도 민화의 명작을 보려면 일본을 가야 한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내가 아는 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실 일본인들이 인도 민화를 많이 찾는다는 얘기는 여러 인도 친구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한 인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러 오는 일본인 소장가가 있다고 자랑하면서 일본인들 중에 인도 민화 마니아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인도의 민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문화유산에도 유난히 관심을 많이 보인다. 언젠가 인도 중서부 구자라트주의 테즈가르(Tejgadh)라는 오지에서 피토라 페인팅(Pithora painting)을 그리는 부족部族을 찾은 적이 있었다. 낡고 허름한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마을에서 모던하고 세련된 건축물이 눈에 띠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오픈 광장에서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토라 페인팅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 건물이 궁금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입구 쪽에 부족박물관(Advasi museum)이라는 팻말이 보였고 건물 외벽에 고딕체로 큼직하게 쓴 Japan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글자 옆에 일장기가 연상되는 로고와 영어로 ‘일본 공적개발원조’가 쓰여 있었다. 일본정부가 인도 부족문화를 지키는 문화공간을 반듯하게 지어준 것이다. 또 다른 기억으로 오디샤주의 수도 부바네슈와르(Bhubaneswar)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라고 해서 들른 곳이 다름 아닌 아쇼카왕의 유적지에 세워진 일본 사찰이었다. 인도 친구의 초대를 받아서 마하슈트라(Maharashtra)주의 푸네(Pune)를 갔는데, 특별히 안내 받은 시내 관광지가 도심에 조성된 일본 공원(Pune-Okayama Friendship Garden)이었다. 인도에서 우리의 케이팝과 드라마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오랜 시간과 상호 교감이 전제되는 문화재나 공원조성 등의 하드웨어 부분은 일본에 비해서 그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인도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일본은 매우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에 건립한 미틸라 박물관(Mithila Museum)이다. 1982년에 오픈한 이 박물관의 설립자는 일본의 음악가이자 문화애호가인 하세가와(Tokio Hasegawa)로 그와 인도와의 인연은 비하르의 민화인 미틸라 페인팅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인도를 방문했던 지인이 인도에서 가져온 미틸라 페인팅을 보고 반했다고 한다. 그 그림은 당시 미틸라 페인팅의 대표 작가로 이름을 떨치던 강가 데비(Ganga Devi)의 작품이었다(도6). 하세가와는 강가 데비가 인도의 피카소와 같은 위대한 작가라고 직감하고, 곧 바로 인도에 가서 그녀를 만났다. 그는 강가 데비의 명상적인 사고에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아 인도 민화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아가 결국에는 인도 민화 컬렉션만으로 일본에 미틸라 박물관을 세웠다. 개관 이후에는 미틸라 페인팅의 거장뿐만 아니라 인도 부족의 최고 민화 장인들을 일본에 초대하여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당대 인도의 전설적인 민화작가 장가 싱 샴(Jangarh Singh Shyam), 지바 소마 마세(Jivya Soma Mahse), 강가 데비 등이 포함되었다.
현재 미틸라 박물관은 4,000여 점의 인도 민화를 소장한, 인도에도 없는 인도민화전문 박물관이 되었으며 인도 마두바니 페인팅(미틸라 페인팅)의 최대 컬렉션을 자랑한다. 그리고 하세가와는 이 박물관을 매개로 일본과 인도 간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면서 두 나라 사이의 문화 교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기서 환기해 볼 점은 미틸라 박물관이 가지는 문화 교류사적 의미다. 명칭부터 가장 인도적인 이 ‘미틸라’는 인도 비하르의 북부와 네팔 남부 일부가 포함된 지역 명칭이지만 그 상징성은 자못 크다. 미틸라 지역은 불교와 자이나교의 발생지역이자 힌두교의 원류인 아리안의 문화가 순수하게 보존된 장소로서 힌두인들에게 성지와 다름없다. 지난 호의 <마두바니 페인팅> 파트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인도의 대표적인 민화인 마두바니 페인팅이 바로 이 곳에서 유래했다. 그림의 주요 소재가 힌두교의 도덕교과서에 해당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대서사시 <라마야나>이며, 이 서사시의 여주인공 시타가 태어난 지역이 바로 이 미틸라 지역이다. 이런 미틸라 박물관이 지난 수십 년간 인도와 일본 문화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인도 문화의 존재감이 별로 없다. 대학로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동상이 세워진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그나마 개인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동의 작은 인도박물관마저 최근에 문을 닫았다.


도6 강가 데비(Ganga Devi), , 1990, from the Japan Series


전통 색채가 담긴 인도 민화의 명소들

델리국립공예박물관
델리는 인도의 수도답게 인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공간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민화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국립공예박물관(National crafts museum delhi)을 꼽고 싶다(도7, 도8). 공예박물관이 지닌 건축물과 정원, 그리고 전시품에는 인도의 전통미와 품격이 스며있다. 그런 덕분인지 이 박물관은 2015년에 인도에서 개최된 인도-아프리카 정상회의 때 만찬 장소로 쓰였다. 상설 전시장의 민화도 볼거리지만 특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고풍스런 건물 벽을 장식해 놓은 인도의 민화 벽화다. 마두바니(Madhubani), 피토라(Phitora), 곤드(Gond), 사오라(Saora) 페인팅 등은 인도 민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 정원 한 켠에 위치한 공간에 열 개가 넘는 시연 및 판매 부스를 설치하여 공예 민화 작가들에게 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 인도 각지에서 응모한 공예와 민화작가를 대상으로 작가를 선정하여 한 달간 부스를 제공한다. 관람객에게는 작가들과 대면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합리적인 가격에 인도민화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도 이 박물관을 자주 찾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곳에 와서 새로운 민화가도 만날 수 있고 갤러리보다 싼 가격에 민화를 구입할 수 있어서다.


(위에서부터) 도8 국립델리공예박물관의 외관
도9 수라즈쿤드멜라에 참여한 마두바니 페인팅 부스
도10 수라즈쿤드멜라 전경
도11 라후라즈푸르 전경



도12 슈다 모하라나(Sudhir moharana)作, 파타치트라(오디샤 민화)



도13 푸마 찬드라(Purna Chandra maharana)作, 파타치트라(오디샤 민화)



수라즈 쿤드멜라(Suraj Kund Mela)
델리 근교인 파리다바드(Faridabad)에서 매년 2월에 보름간 열리는 전통공예박람회로 그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도9, 도10). 인도 국내 참가 부스가 천 백 곳이 넘고 해외 참가 부스 삼십여 곳을 포함하면 그 규모가 대단함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 박람회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전 인도에서 내로라하는 공예업체나 공예가들이 참여한다. 그 가운데 인도의 민화 작가들이 차지하는 부스는 매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스무 곳 쯤 된다. 박람회는 부스뿐 아니라, 전통 민속 공연, 토속 음식 코너 등 보름 동안의 축제 형태로 꾸려진다. 매년 해외에서 한 나라씩 주빈국으로 초대하여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외국인 관람자들도 상당히 많이 찾는다. 박람회장에서 우연한 만나서 대화를 나눈 한 외국인이 기억에 남는데, 그는 홍콩에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인도 공예가들과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이 박람회를 찾았다고 한다. 민화작가나 공예가에게는 부스로 참여하고 싶은 곳, 인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인도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이 박람회가 아닐까 한다.


인도 민화의 명소들



도14 파타치트라(오디샤 민화)로 인테리어한 가정집



오디샤주의 민화 마을 : 라우라즈푸르와 파타치트라
라후라즈푸르는(Raghurajpur)는 오디샤의 민화 파타치트라(Patachitra)의 본산지로 알려진 마을이다(도11). 현재 120여 가구가 동네를 이루고 있는데 주로 그림과 공예를 주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파타치트라는 천에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로 이천 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오디샤주의 문화유산이다(도12, 도13).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오디샤 주정부는 2000년에 라후라즈푸르를 문화재 마을로 지정했다. 이 마을은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오디샤 최대 축제인 뿌리의 라따 야뜨라(Ratha Yatra)의 시각 조형물 제작에 협업해 왔다. 뿌리의 힌두사원인 자간나스 사원(Jagannath Temple)이 주관하는 이 라따 야뜨라는 전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힌두축제다. 매년 7월에 열리며 세 마차가 이끄는 신상의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가 인도에서 경험한 축제 중 가장 뜨거운 열기를 느꼈던 축제다. 길이 3km의 대로변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의 인파는 이백만 명을 헤아린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가 있다. 이 대형 축제를 만들어내기까지 예술가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마차에 들어가는 장식물에서부터 공연을 준비하는 오디샤의 많은 시각, 공연 예술가들이 이 축제의 숨은 일꾼이다. 인도의 3대 클래식 춤에 들어가는 오디시(Odissi)도 이 사원의 의례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이 사원의 신앙을 확산하고 개인이 집에서 의례를 볼 수 있게 할 목적으로 시작한 그림이 파타치트라다.

이번 호를 끝으로 2022년 10월호부터 시작한 ‘송인상의 인도문화 견문록’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풍성한 자료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민화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송인상 인도 오디아트센터 큐레이터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편집자주)


송인상 – 인도 오디아트센터 큐레이터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하여
미술관과 서예관에서 22년 동안(1987-2009) 30여회의 국내외 미술전시회를 기획했다.
2009년부터 독립큐레이터로서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전시기획 활동을 했고
2019년부터 인도 오디 아트 센타 (Odi Art Centre, Odisha, India)의 국제전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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